홍정호 ‘불발’ 손흥민·장현수 ‘합류 시기’ 변수
  •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6.14 16:34
  • 호수 1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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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대표팀 와일드카드 리우에서 神의 한 수 될까?

 


 

한국 축구는 또 한 번 4강의 꿈을 꾸고 있다. 그 꿈이 펼쳐질 무대는 오는 8월 브라질에서 열리는 제31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 축구 국가대표팀(올림픽 대표팀)은 지난 1월 아시아 예선에서 2위로 통과하며 세계 최초로 8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제는 높은 참가율에 걸맞은 성과를 내야 하는 입장이다. 

 

4년 전 한국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성과를 거뒀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은 런던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주요 세계 대회에서 한국 축구가 거둔 최고의 성적이자 올림픽 축구 종목 최초의 메달이었다. 자연스럽게 신태용 감독에게도 올림픽 메달 도전이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올림픽 대표팀은 A매치 기간 동안 국내에서 나이지리아·온두라스·덴마크를 상대로 친선대회를 치렀다. 나이지리아를 꺾고, 온두라스·덴마크와 비기며 신태용호는 성공적인 리허설을 마쳤다. 남은 것은 오는 6월 말로 예정된 올림픽 최종 명단 발표다. 올림픽은 월드컵보다 5명 적은 18명으로 최종 명단을 꾸리게 된다. 4개국 친선대회를 통해 25명의 예비 명단을 정리한 신태용 감독은 남은 시간 동안 정예 멤버를 추려야 한다. 

 

손흥민 합류 땐 역대 최고 공격력 기대

 

신태용 감독을 머리 아프게 만드는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와일드카드다. 아직 1명의 선수도 확정하지 못했다. 4년 전 홍명보 감독이 비슷한 시기에 박주영·정성룡·김창수로 와일드카드를 확정하며 본선 준비에 박차를 가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와일드카드에 대한 신태용 감독의 큰 그림은 일찌감치 잡혀 있었다. 지난 3월 울리 슈틸리케 감독과의 협의를 통해 한국 축구의 간판 공격수인 손흥민(토트넘)의 와일드카드 선발을 결정했다. 예선에서 문제점으로 드러난 수비 보강을 위해 센터백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와 멀티 수비수 장현수(광저우 푸리)도 낙점했다. 

 

신태용 감독은 전력에 상당한 플러스 요인이 되는 와일드카드를 조기에 확정, 그에 맞춰 팀 구상을 마무리하길 원했다. 하지만 소속팀의 반대에 부닥쳤다. 홍정호는 아우크스부르크가 강하게 반대해 와일드카드 합류가 좌절됐다. 손흥민과 장현수는 본인들이 적극적으로 구단을 설득하며 차출 허락을 받아냈다. 신태용호는 손흥민의 가세로 역대 최고의 공격력을 지니게 됐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고 많은 경험이 있는 장현수는 수비의 중심이 돼 줄 선수다.

 

문제는 합류 시기다. 신태용 감독은 7월4일 올림픽 대표팀을 소집해 20일까지 상파울루에 마련된 베이스캠프로 입성할 계획이다. 그래서 와일드카드의 합류 마지노선을 브라질 현지 적응이 시작되는 20일로 잡아놨다. 하지만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은 호주에서 열리는 프리 시즌 투어가 끝난 뒤 보내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 손흥민은 7월31일에나 합류가 가능하다. 장현수의 소속팀 광저우 푸리도 중국 슈퍼리그 일정을 최대한 소화한 후 7월 말에 보내겠다는 계획이다. 8월5일 피지를 상대로 조별리그를 시작하는 올림픽 대표팀으로서는 1주일도 채 같이 훈련하지 못할 경우 와일드카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신태용 감독은 와일드카드 결정이 지지부진해지자 4개국 친선대회를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합류 시점이 늦어지면 결정을 바꿀 수도 있다. 손흥민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자칫 와일드카드에 끌려가다 나머지 선수의 사기와 분위기에 악영향을 미쳐 모든 계획을 그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동기부여와 책임감으로 효과 극대화해야

 

와일드카드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은 기량만이 아니다. 동기부여와 책임감의 절묘한 밸런스가 중요하다. 여기서 동기란 병역 혜택을 의미한다. 올림픽 메달이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받은 선수는 4주 동안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후 소속팀에서 체육요원으로 복무한다. 사실상의 병역면제다. 30대 초반까지 전성기를 맞는 운동선수는 병역이 선수 생활의 최대 변수다. 특히 해외파는 병역 때문에 중도에 국내로 돌아와야 하는 경우도 있다.

 

손흥민이 올림픽 출전에 강한 열망을 보이는 이면에는 병역 혜택의 메리트가 있다. 해외파가 대거 병역 혜택을 받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 손흥민은 당시 소속팀이던 레버쿠젠의 반대로 참가하지 못했다. 아직 4년가량 병역 연기가 가능하지만 유럽에서 그려 나갈 큰 그림을 위해 조기에 병역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한다. 병역 혜택은 선수에게 강한 동기부여로 작용할 수 있다. 

 

4년 전 홍명보 감독은 와일드카드의 실질적인 동기부여를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앞세우진 않았다. 오히려 15명의 후배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훈련하고 생활하며 완벽히 녹아들라는 주문도 강조했다. 홍명보 감독은 “병역 혜택이 목적이 돼선 안 된다. 메달을 따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보너스다. 목표와 목적이 뒤바뀌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며 올림픽 대표팀 운영에 대한 조언을 보냈다.

 

장현수는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이미 병역 혜택을 받았지만 4년 전 올림픽 직전에 부상으로 참가가 좌절된 아쉬움을 털기 위해 와일드카드 합류를 결심한 케이스다. 신태용 감독이 홍정호를 대신해 와일드카드로 새로 고려 중인 석현준(포르투)도 동기부여와 책임감이 조화된 후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석현준은 “병역 문제보다는 그동안 선수로서 많은 국제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털고 싶다. 소속팀도 적극적으로 설득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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