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부터 계속된 공항 싸움의 역사
  • 김회권 기자 (khg@sisapress.com)
  • 승인 2016.06.17 17:3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구,경북-밀양(위), 부산-가덕도(아래)에서 동남권 신공항 유치를 위한 시민들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공항 하나를 결정하는 데 너무 오랜 세월이 걸리고 있다. 그러다보니 말도 많고 이해관계도 복잡해졌다. 동남권 신공항 얘기다. 부산(가덕도)과 대구․경북(밀양)이 서로 내세우는 신공항 부지는 애초부터 경제적 관점에 더해 정치적 이해 관계를 머금고 태어났다. 그리고 대선과 총선을 거치면서 정치적 풍향에 휘말려 부활했다. 


동남권 신공항의 역사는 199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인천국제공항에 대한 타당성 조사가 시작될 때 교통부는 부산권 신공항 개발 타당성 조사 용역을 동시에 수행했다. 용역의 결과 인천공항은 1992년에 착공됐지만 부산권 신공항은 없던 일로 됐다.

부산시가 부산권 신공항을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1999년이다. 김해국제공항이 노후되고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2000년대 항공수요를 감당하기에 한계를 드러낼 것 같다고 보고 신공항건설을 위한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부산시는 12일 김명진 교통국장을 팀장으로 하고 학계.연구원 등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김해국제공항발전연구팀"을 구성했다. 김해국제공항발전연구팀은 향후 신공항건설의 필요성 검토와 김해국제공항의 기능확충 및 발전계획수립 등에 대한 부산시차원에서의 연구조사와 협의자문역할을 위해 매월 1회의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토론회.공청회 등을 개최하게 된다. 부산시는 또 내년 1월부터 신공항건설을 위한 타당성검토와 용역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1999년 11월13일 부산일보 -

 

2003년 11월21일, 오거돈 부산시장 권한대행은 시의회 제132회 정례회 제1차 본회의에서 2004년 시정 운영방향을 밝혔는데 여기에서 부산시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신공항 건설 추진 이야기가 등장했다.


 

KMI(한국해양수산개발원) 등 해양관련 공공기관을 적극 유치하고 2005년까지 공영수산물도매시장 개장 및 수산물유통가공단지 조성을 완료한다. Tri-port(Sea, Air, Land)시스템 구축을 위해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경부고속철도 2단계 개통에 대비한 부산역세권개발계획을 수립한다.

 뉴시스 2003년 11월21일 -

 

언제부터 신공항 유치를 놓고 대립이 시작됐을까. 부산과 대구․경북의 대립 구도는 2004년에도 찾아볼 수 있다. 10여년도 더 됐다는 얘기다. 부산시가 영남권 허브공항의 가덕도 건설 방안을 독자적으로 추진하자 대구시 등이 “이기주의적 발상”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부산이 미는 가덕도를 대신할 후보지로 밀양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때도 이때다.


 

대구시와 경북도 경남도 등 주변 지자체들은 이곳에 영남권 허브공항이 들어서면 "부산공항"에 불과하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 지자체는 가덕도 신공항은 부산권만 커버해 수요가 6백50만명에 불과하고 70~80m를 내려가야 암반이 나오는 연약지반으로 건설비용이 최대 22조원에 이르는 등 영종도 공항보다 건설비가 많이 든다고 지적했다. 특히 용역 평가기준에 대구 구미 포항 울산 등 영남권 주요도시로 부터의 접근성은 고려 대상에 포함시키지도 않는 등 용역자체가 엉터리라고 주장했다. 이에따라 대구시와 경북도는 앞으로 경남도 울산 등과 협력해 부산권 공항이 아닌 영남권 신국제공항의 건설을 영천이나 밀양에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하고 학술 연구를 거쳐 해당 지자체가 공동으로 공항개발 중장기 5개년 계획을 건교부에 건의키로 했다.

한국경제 2004년 3월17일 -


지금 부산은 신공항 입지 선정을 두고 청와대와 정부를 믿지 못한다. 하지만 과거 박근혜 대통령은 부산에 방문해 “부산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힌 적이 있다. 2005년 12월6일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은 부산을 방문했다. 한나라당 부산시당이 주관한 '부산을 살리기 위한 연속 정책 대토론회'에 참가한 박 대통령은 "남부권 신공항 건설, 하야리아 부지 활용에 대해 400만 부산시민과 시의 입장에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부산시청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부산시당 주관 '부산을 살리기 위한 연속 정책 대토론회'에 참가해 "한나라당은 재정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산신항의 차질 없는 건설과 남부권 신공항 건설, 하야리아 부지 활용에 대해 400만 부산시민과 시의 입장에서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지난달 부산은 단군 이래 최대의 외교행사인 APEC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며 "나는 이러한 부산시가 무척 자랑스럽고 이 결과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뉴시스 2005년 12월6일 -


제2의 경제권인 동남권에 신국제공항을 건설해달라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자 정부도 모른척 하긴 어려웠을 터다. 추병직 당시 건교부 장관은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에 남부권 신공항 부분을 포함시키겠다"며 입장 변화를 시사했다. 이때만 해도 다양한 곳이 신공항 후보지로 지목됐다. 부산 가덕도와 전남 광양, 경남 하동과 밀양, 경북 건천 등이 대상이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신공항 후보지는 부산 강서구 가덕도와 영ㆍ호남이 만나는 전남 광양과 경남 하동사이 갈사만 등이다. 또 경북 건천과 경남 밀양도 떠오르고 있다. 특히 경남도가 남해안시대를 내세우며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남부권 신공항이 영남과 호남이 만나는 중앙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공주ㆍ연기의 신행정수도를 비롯해 이전예정인 150여 개에 달하는 공공기관이 이용하면 수도권 과밀화를 줄일 수 있고, 목포의 대불공단, 침체된 대구, 부산 경제권 등에 활력원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일보 2006년 6월9일 -


그리고 2006년 12월27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타당성 검사를 지시하면서 신공항 문제는 전환기를 맞았다. 본격적인 국가사업으로의 검토가 시작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12월27일 부산․경남을 비롯한 영남권역의 숙원 사업인 남부권 신공항 건설 문제와 관련, "비공식적으로 여러 가능성을 검토했지만, 이렇다 할 결론을 못 냈다"며 "이제 책임 있는 정부부처가 공식검토를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12월27일 -


2007년 12월에 열리는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는 부산, 밀양, 대구 등 각 지역을 돌며 신공항 건설을 약속했다. 모든 지역에 가서 지지를 호소하며 공항을 짓겠다고 했고 당선됐으니 약속은 지켜야 했다. 2008년 9월 정부는 동남권 신공항을 ‘30대 광역 선도 프로젝트’로 선정했다. 2009년 4월 국토연구원은 동남권 신공항의 후보지를 최초 35개에서 5개로,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2개로 압축해 발표했다. 가덕도와 밀양이었다. 2010년 7월 입지평가위원회가 구성됐다. 평가위원회의 현장답사와 지방자치단체의 의견 수렴 등의 과정이 이루어졌다.
 

 

동남권 신공항 후보지 2곳(부산 가덕도, 경남 밀양)에 대한 입지평가위원회의 현지 실사 및 프레젠테이션이 진행 중인 가운데 부산과 대구·경북·경남은 자신들의 장점은 최대한 부각시키고 단점은 보완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이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항목별 가중치 배점을 조정할 것을 입지평가위원들에게 요구하기도 했다.

- 문화일보 2011년 3월25일 -  

 

운명의 2011년 3월30일 신공항 입지평가위원회는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 모두 공항 입지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도출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신공항 건설을 전면 백지화한 거다. ‘경제성 미흡, 환경 훼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절대 평가에서 두 곳 모두 50점에 미치지 못했으니 공항 입지로 적합하지 않다는 게 정부의 최종 결론이었다.
 

 

박창호 위원장은 "3개 평가분야별 총점을 합산한 점수는 (100점 만점에) 밀양 39.9점, 가덕도 38.3점"이라고 밝힌 뒤 "두 후보지 모두 불리한 지형조건으로 인해 환경 훼손과 사업비가 과다하고 경제성이 미흡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 2011년 3월30일 -


그렇게 사라질 뻔한 신공항을 살린 건 또 다시 열린 대통령선거였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는 모두 신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박 대통령의 취임 직후 국토부는 신공항 건설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제성이 미흡하다며 백지화한지 불과 3년 반이 채 지나지도 않은 2014년 8월에는 "수요가 충분하다는 결과를 다시 얻어냈다. 파리공항공단(ADP)이 국제선을, 한국교통연구원이 국내선을 담당해 수요 예측을 했는데 영남지역 시·도민 항공 수요가 3500만명(2030년 기준)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했다.
 

 

국토해양부가 영남지역 항공 수요를 분석하기 위해 한국교통연구원과 파리공항공단(ADP)에 용역을 의뢰해 조사한 이번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967만 명에 이른 김해공항의 승객 수는 △2015년 1093만 명 △2020년 1487만 명 △2025년 1816만 명 △2030년 2162만 명 △2035년 2353만 명 △2040년 2497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2015~2030년 연평균 증가율이 4.7%에 이르렀다.
이 같은 항공수요 증가에 따라 김해공항은 2023년쯤 연간 활주로 운항 횟수(11만800회/민항)가 시설 능력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11년 이명박 정부 수요 조사 당시 김해공항 포화시기가 2027년으로 나온 것에 비해 4년이나 앞당겨진 것으로 조사됐다.

머니투데이 2014년 8월25일 -

이렇게 되살아난 신공항 입지 발표는 오는 6월24일께 이루어진다. 하지만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던 영남권 5개 광역자치단체(부산, 경남, 대구, 경북, 울산)가 진짜 남처럼 굴만큼 갈등의 골은 이미 깊어질대로 깊어졌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