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문제’로 휘청거리는 ‘새정치’의 핵심 쟁점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press.com)
  • 승인 2016.06.20 08:08
  • 호수 1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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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리베이트 의혹 사건 핵심 쟁점

원내 3당인 국민의당이 20대 국회 첫 걸음부터 휘청거리고 있다. 김수민 국민의당 의원을 둘러싸고 불거진 ‘리베이트 파문’ 때문이다. 선관위는 조사 결과, 국민의당의 홍보를 맡은 업체와 김 의원, 국민의당 핵심 당직자들 간의 불법적인 행위가 있다고 판단하고, 김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6월9일 검찰에 고발했다. 이와 함께 사전에 논의하고 지시한 혐의로 당시 회계책임을 맡았던 박선숙 국민의당 의원과 왕주현 국민의당 사무부총장도 검찰에 고발했다. 왕 사무부총장은 선거공보 제작업체에 2억원의 리베이트를 요구했다는 혐의를, 김수민 의원은 1억원의 리베이트를 요구하고 허위 계약서를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선관위 고발과 동시에 움직였다. 서울서부지검은 6월9일 김 의원에게 리베이트를 준 업체에 수사관들을 보내 압수수색을 하고, 6월16일에는 왕 사무부총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14시간 동안 조사했다. 

국민의당은 이번 검찰의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6월13일 진상조사단을 꾸리고 이상돈 최고위원을 조사단장에 임명했다. 이후 자체 조사를 통해 “불법적인 리베이트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조사 과정이 너무 허술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사건은 그동안 ‘새정치’를 표방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뿐만 아니라 국민의당 전체에 큰 타격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불법적으로 조성된 자금이 국민의당 윗선까지 흘러들어갔다면 상황이 더 악화될 뿐만 국민의당의 뿌리가 흔들릴 수 있는 악재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당내에서도 ‘김수민 파문’에 따른 불똥이 어디까지 튈 지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이상돈 국민의당 진상조사단장이 6월15일 국회 국민의당 대표실에서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 중간 조사를 발표하고 있다.
윗선 개입 여부 및 김수민 공천 의문

당 윗선의 개입 여부는 이번 선거의 가장 큰 쟁점이다. 선관위가 김 의원과 홍보업체인 ‘브랜드호텔’뿐만 아니라 당의 핵심인사인 박선숙 의원을 함께 고발한 것도 윗선이 개입했을 여지가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3월15일 ‘비컴’이란 업체와 총 20억9822만원의 비례대표 공보물 인쇄계약을 맺고, 3월24일에는 ‘세미콜론’이란 업체와 11억원의 TV 광고매체 선정 및 집행대행 계약을 맺었다. 비컴은 3월17일 김 의원이 몸담았던 ‘브랜드호텔’과 1억1000만원의 선거홍보물 디자인 계약을 체결했으며, 세미콜론은 3월24일 6820만원의 방송광고 기획 구두계약을 맺었다. 세미콜론 측은 또 브랜드호텔의 카피라이터에게 6000만원의 체크카드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쇄물과 TV홍보를 맡은 업체가 브랜드호텔에 ‘하청’을 준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국민의당은 이런 계약 과정에 대해 “통상적 과정”이라고 해명했다. 이상돈 진상조사단장은 6월15일 국회에서 중간브리핑을 열고 “비컴에서 광고를 집행하고 (자문 역할을 했다는 브랜드호텔이) 수수료를 분담해 가져가는 형태에 대해선 통상적 절차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돈 단장은 브랜드호텔의 통장 거래내역을 공개하고 “브랜드호텔이 양쪽(비컴과 세미콜론)에서 받은 돈이 두 개 계좌에 그대로 있고 (돈은) 브랜드호텔 자체 인건비와 소소한 경비 외에 외부인은 물론 국민의당 어느 누구에게도 나간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으로 인해 의혹이 더 늘어난 셈이 됐다. 진상조사단은 사건에 관련된 인물 중 핵심인사인 김수민 의원과 박선숙 의원의 소명 없이 언론브리핑을 열었다. 또 TV홍보를 맡은 세미콜론 측이 6000만원짜리 체크카드를 국민의당 TF팀에 건넨 이유 등에 대해서는 자세히 밝히지 못한 채 “체크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은행에 그대로 반납했다”고 말했다. 

핵심 의혹에 대해선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 이 사건의 가장 큰 의혹은 김 의원이 업체에 리베이트를 요구했다는 것과 박선숙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당 지도부의 사전 공모 여부다. 하지만 이상돈 단장은 “김 의원이 돈을 요구했다는 의혹에 대한 선관위 고발장을 본 적도 없고 전혀 우리가 판단할 사항이 아니다”고 답했다. 그는 지도부의 공모 여부에 대해서도 “우리가 조사할 사항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공천을 받은 과정도 의문투성이다. 김 의원의 비례대표 7번 배치는 공천 결과 발표 당일인 3월23일 새벽에 결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인재영입위원장이었던 김영환 사무총장은 “여러 명의 인사에게 타진했지만 줄줄이 무산된 후 나온 카드가 김수민 당시 브랜드호텔 대표”라고 말했다. 여러 국민의당 인사들은 “김 의원의 공천이 결정된 직후 ‘누구 배경으로 7번에 들어간 것이냐’란 뒷말이 많았다”고 전했다.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게 된 국민의당 비례대표 김수민 의원.
당내 갈등설의 진위 여부

이번 사건의 또 다른 관심사는 이 사건이 어떻게 선관위 조사와 검찰수사로 이어졌느냐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선관위와 검찰에 투서가 접수되면서 수면 위에 드러났다. 진상조사단에 참여한 김경진 의원은 “광고를 결과적으로 받지 못했던 회사에서 선관위와 검찰, 언론사에 동시다발적으로 투서를 해서 수사가 시작됐던 거 같다”고 말했다. 브랜드호텔과의 경쟁에서 뒤처진 업체가 앙심을 품고 음해성 투서를 넣은 것 같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과정에 대해서도 당 안팎에서 많은 의혹이 일고 있다.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은 ‘당내 갈등설’이다. 총선 당시 홍보대행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당내 윗선을 중심으로 갈등이 깊어졌고, 결국 사정 당국에 모종의 투서까지 들어가게 됐다는 내용이다. 현재 검찰에 고발당한 박선숙 의원과 왕주현 사무부총장 외에도 몇몇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큰일이라는 위기의식이 일고 있다. 이상돈 단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말 내부 투서로 시작된 사건이라면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이 단장은 “신생 정당이기 때문에 갈등 문제는 항상 있는 것이지만, 정말 누구를 음해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사건이라면 당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문제가 계속 이어질 경우 내년 대권 가도에도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안철수 대표가 많은 관심을 기울였던 청년 비례대표에서 시작된 의혹이라 타격이 더 크다는 관측이다. 국민의당의 한 관계자는 “‘새정치’와 ‘혁신’을 표방한 정당이기 때문에 이런 스캔들은 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검찰의 수사 결과를 면밀히 보면서 대응방안을 고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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