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 작은 사회 원양어선, 계급과 문화차이가 오해를 부른다”
  • 박준용 기자 (juneyong@sisapress.com)
  • 승인 2016.06.2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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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양어선 선장 이아무개씨에게 묻는 광현803호 사건

 


 

고립된 공간, 반년 이상의 장기 항해와 고된 노동. 

 

원양어업계 관계자들은 원양어선의 이런 환경을 “사회와 다른 또 하나의 세상”이라고 말한다. 이런 특수한 환경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인도양에서 조업하던 참치연승 원양어선 광현 803호에서 베트남 국적의 선원 두 명이 한국인 선장과 기관장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2015년 4월에도 유사한 일이 있었다. 아프리카 기니 코나크리시 남서쪽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원양트롤어선에서 이 배의 한국인 기관장이 인도네시아인 선원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적이 있다.


원양업계에 오래 종사한 관계자는 이런 사건들을 어떻게 봤을까. 수년간 원양어선 선장을 지낸 이아무개씨에게 이번 사건과 원양어선의 특수한 상황 등에 대해 물었다. 



이번 살인 사건과 같은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나.
 

그 이전에는 왕왕 있었지만 근래 들어서는 이런 사건이 거의 없는 편이었다. 최근에 없다가 작년과 올해 연달아 일어난 것이다. 작년에도 기니에서 있었던 사건이 지역 언론에서 기사가 많이 나갔다.

이런 사건이 일어난 가장 큰 이유는 뭐라고 보는가?
 

사건에 대해 수사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보통 원양어선은 다국적 선원으로 이뤄져 있다. 다양한 문화가 모여 있으니 문화 차이로 인한 오해나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급 선원은 인도네시아나 베트남 국적 선원이 주로 승선한다. 선장 등 간부급은 거의 다 한국인 선원이다. 계급과 문화차이는 오해를 부르는 요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선원과 간부인 한국인 선원 사이 중간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통역이 가능한 한국인 선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런 중간 조율자가 없는 곳이 더 많다.

일반인들은 원양어선이라는 작은 사회에 대해 잘 모른다.


원양어선 일이 매우 위험하다. 집중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선장이나 기관장이 조업할 때 부하 선원에게 욕설을 하고, 기합도 주는 일이 있다. 앞서 말했듯이 거친 언사가 나갔을 때 그것을 순화해서 다독이는 부분이 있어야 하는데 좁은 사회에서 이런 조율이 잘 되지 않으면 갈등이 생긴다. 또 국적을 떠나 배를 타는 사람들이 보통 시원시원한 성격인 반면 거친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고된 노동으로 스트레스가 클 것 같다. 


자동화로 인해서 예전만큼 강도 높은 노동은 아니다. 하지만 특별한 일이 있을 때는 밤샘작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점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조업 자체가 단순노동인데다 선원들끼리만 생활하는 좁은 사회라는 점에서 스트레스가 크다. 외국인 선원의 임금도 숙련된 노동자가 180만원 정도를 받는다. 외국인 선원의 본국을 기준으로 따지면 임금 수준이 높아졌지만 한국인 선원과 아직 차이는 있다.

해법은 뭐라고 보나.


문화차이를 줄이기 위해서 해양수산부 차원에서도 외국 선원이 승선할 때 기본적인 한국 배의 특징과 체계, 단어 등을 교육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 한 업체는 인도네시아에서 그런 교육을 하는 기관을 세워서 운영하고 있다. 이 문제는 정부 차원에서도 해법을 내놓을 수 있겠지만 업계도 노력해서 함께 해결책을 찾아야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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