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의 정무적 판단에 신공항 백지화됐다”
  • 유지만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6.22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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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전재수․대구의 홍의락 의원에게 듣는 신공항 백지화

또 무산됐다. 영남권의 비상한 관심을 받아 온 ‘신공항 건립’이 백지화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국토교통부는 영남권 신공항 건설 후보지로 꼽혔던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 모두 후보지에서 탈락했고 김해공항을 대폭 확장하는 방안이 결정됐다고 6월21일 밝혔다.


백지화 결정 이후 정치권은 표면적으로 ‘수용’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부산과 대구 지역 야당 의원들에게서는 거센 반발의 징후가 보이고 있다. 시사저널은 국토부 발표 직후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부산 북구강서구갑)홍의락 무소속 의원(대구 북구을)과 통화했다. 이들은 현 정권이 정치적인 판단으로 신공항을 백지화시켰다고 분석했다.
 

 

(왼쪽부터)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부산 북구강서구갑)과 홍의락 무소속 의원(대구 북구을)

결국 신공항 건립이 백지화됐다.

 


전재수(이하 전)= 2011년 이명박 정권 때 무산된 적 있다. 그래서 이번에야말로 무산되면 안 된다는 여론이 높았다. 지역의 열망과 염원이 굉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늘 발표는 굉장히 충격적이다. 공정하고 투명한 입지선정 과정이었다면 가덕도로 결정되는 것은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입지선정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고 공정하지 못했다. 정부가 김해공항 확장을 대안으로 내놨는데, 김해공항은 안전성과 24시간 운항 가능한 공항으로는 부적절하다. 그런데도 김해공항을 확장하겠다는 것은 부산시민을 우롱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홍의락(이하 홍)= 박근혜 정부가 업적을 남길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중앙과 지방의 균형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수도권 논리’를 그대로 따라갔다. 수도권에 공항이 있는데 지방에 왜 공항이 필요하냐는 논리가 작용한 것 같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모두 공약으로 내세웠었다. 


전= 부산시민은 이번에야말로 신공항을 만들 거라 믿고 있었다. 대통령의 공약이 여러 번 좌초됐지만 이번의 경우는 부산시민의 20년 염원을 무산시킨 것이다. 제2의 대한민국 관문 공항을 만드는 대형 국책사업을 이런 식으로 처리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홍= 이렇게 백지화할 것이라면 왜 온 나라를 시끄럽게 했는지 모르겠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4년 동안 한 일이 아무것도 없다. 공약 중에 실천된 것이 하나도 없었다. 하나라도 했어야 하는데 기회를 발로 차 버렸다.


판단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다고 보나. 


전= 입지선정 과정을 보면 평가항목과 가중치가 공개되지 않았다. 작년 12월 중간용역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는데 하지 않았다. 용역사에 주는 과업지시서를 보면 국제민간항공기구나 미국연방항공국, 국내항공법에 맞도록 과업을 수행해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그런데 이번 평가항목에 보면 ‘고정장애물’ 항목이 빠져있다. 이 항목은 국제기준으로 반드시 넣어야 한다. 이것을 빼는 대신 항공학적 검토란 것을 넣었다. ‘항공학적 검토’는 입지선정 단계가 아니라 항공학적 검토 위원회가 입지선정 이후에 하는 것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입지선정 과정에 이 과정을 넣었다. 혈세 20억만 낭비하는 용역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홍= 우리나라는 중앙에 모든 것이 몰려있다. 남부의 중추적 관문을 만들어 국토 균형 발전을 이뤄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가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포기한 것이다. 국가백년지대계에 대한 나름의 비전과 철학이 있어야 했는데, 전혀 없었다.


공약자체가 포퓰리즘이란 지적도 있었다. 


전= 전혀 그렇지 않다. 공약은 제대로 나왔다. 자꾸 언론에서 지역대결로 몰아가는데, 그렇게 봐선 안 된다. 가덕도든 밀양이든 영남권 신공항은 반드시 필요했다. 문제는 입지선정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이지 공약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홍= 포퓰리즘은 아니다. 이것은 나름대로의 근거가 있었던 공약이다. 그 때문에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을 거쳐 박근혜 대통령까지 이어져 오게 된 것이다. 이미 비전이 있는 공약이었다. 어디든 영남권 신공항, 중추공항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밀양일 경우 조금 더 시너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적 판단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일까.


전= 100% 정치적 판단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들끓는 부산민심을 의식했을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도 부산에서 더민주당에게 5석을 뺏겼다. 이 상황에서 입지선정을 특정한 곳으로 정한다면 이 정부가 완전한 레임덕에 빠질 것으로 예상했을 것이다. 그래서 정치적 판단을 했다고 본다. 대구․경북의 여론을 안고 가겠다는 계산일 것이다.

홍= 특정 지역으로 결정했을 때 맞닥뜨릴 후폭풍을 감당할 용기가 없었다고 본다. 특정지역의 손을 들어주면 레임덕이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있었을 것이다. 가덕도든 밀양이든 한 곳으로 결정했다면 잠깐의 갈등은 있겠지만 한결 해소하기 쉬운 문제였을 것이다. 아무 결정도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최악의 선택이다.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


전= ‘신공항 백지화’는 행정적 절차를 모두 뛰어넘은, 불공정한 절차에 의해 결정됐다. 진상조사단을 꾸려서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것이다.

홍= 신공항 문제에 대해서는 기회가 될 때마다 지적할 것이다. 하지만 이 정권이 제대로 된 비전과 철학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 우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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