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5달러, 미국은 어떻게 이뤄냈을까
  • 김경민 기자 (kkim@sisapress.com)
  • 승인 2016.06.2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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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쯤이면 되풀이되는 최저임금 논란은 뜨거운 감자다. 김이 모락모락 나서 집어들려고 하지만 그 뜨거움에 놀라 이내 바구니에 다시 던져 놓길 되풀이한다. 우리의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되는데 공익위원 9명,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매년 6월 말쯤 최저임금안을 의결하고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올해도 이들은 뜨거운 감자를 들었다. 하지만 제출 법정시한인 6월28일까지 끝내 처리하지 못했다. 1만원으로 올려달라는 노동계와 아니면 지금대로 6030원을 유지하겠다는 사용자 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갈린 탓이다. 결국 최저임금위원회는 7월4일부터 연속 전원회의를 개최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최저임금 1만원을 두고 아직은 설익은 소리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상적인 숫자일 뿐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런데 최저임금을 둘러싼 유토피아적 논쟁은 미국에서도 최근까지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일부 주에서는 그런 이상이 현실로 만들어졌다.

최근 미국 2개 주가 연달아 시간당 임금을 15달러(약 1만7500원)로 상향 조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가장 먼저 스타트라인을 끊은 건 캘리포니아주다.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4월4일(현지 시각) 시간당 최저임금을 2022년까지 15달러로 인상하는 방안에 최종 서명했다. 2016년 현재 캘리포니아주 최저임금은 시간당 10달러다.

같은 날 뉴욕이 최저임금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뉴욕시 최저임금을 2018년 말까지 15달러로 올리고 뉴욕주 다른 지역은 순차적으로 올리는 방안을 승인했다. 2016년 현재 뉴욕주 최저임금은 시간당 9달러다. 주별 인구 기준으로 미국의 ‘빅4’에 속하는 이들 2개 주가 최저임금 인상을 결정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의 물결은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6월7일(현지 시각)에는 백악관이 있는 워싱턴 D.C가 합류했다. 워싱턴 D.C. 의회가 세 번째로 시간당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올리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워싱턴 D.C의 최저임금은 현재 전국 최고 수준인 시간당 11.5 달러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2020년까지 점진적으로 15달러까지 오르게 된다.

미국의 수도까지 ‘최저임금제 15달러’ 흐름에 동참하자, 이 같은 추세가 대세로 굳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를 두고 노동계 관계자들은 2012년 맥도날드․월마트 등의 노동자들이 시간당 임금 15달러를 요구하며 시작된 이른바 ‘15달러를 위한 투쟁(fight for $15)’의 성과물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현재 코네티컷․매사추세츠․뉴저지 주에서도 유사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뉴저지주의 경우 민주당이 올해 초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인상하는 법안을 상정했으나 계류 중이며 콜로라도․메인․워싱턴주에서는 주민투표 발의를 위한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은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지난해 독일이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데 이어 최근에는 영국을 비롯해 미국·일본에서 속속 최저임금을 높이고 있다. 영국은 지난 4월1일부터 25세 이상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시간당 6.7파운드(6월28일 기준 약1만461원)에서 7.2파운드(1만1242원)로 올렸다.

노동자와 사용자가 부딪치는 이유는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 전반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에 대해서 각자의 해석이 다르기 때문이다. 논란은 결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저소득 노동자를 우선으로 할지 아니면 사업체의 안정적 운영을 우선으로 할지의 문제로 귀결된다.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측은 임금 인상이 이들을 고용한 사업체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임금의 인상이 결과적으로 실업률을 높이거나 소비자에게 그 비용을 전가하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요나 루빈스타인 브라운대 교수와 제러미 웨스트 MIT대 교수가 최저임금 상승의 부정적 결과를 예측하는 대표적인 학자다. 스티브 린더 인적자원 싱크탱크 워크플레이스그룹의 선임연구원은 뉴욕데일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한 후 가장 빠르게 나타날 수 있는 단기적 효과는 직원 채용 감소와 소비자가격의 상승이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최저임금을 인상한다고 고용이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인데 앨런 크루거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그는 1994년 자신의 논문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이 감소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데일 벨먼 미시간주립대 교수 역시 2013년 논문을 통해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유의미한 부정적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미국 뉴욕주와 캘리포니아주가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했을 때 많은 노동계가 환영했다. 최저임금 인상을 찬성하는 측이 전제하는 것은 추가 임금인상분이 소비를 진작시켜 다시 시장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자금 순환은 시간이 약간 걸리는 경우가 많고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경향이 있다. 경기가 활성화된 지역이라면 임금인상분이 빠르게 소비로 연결되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은 속도가 더디다. 최저임금 인상 지지자들은 이런 지역은 물가상승률과 연동시키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주장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거들고 나왔다. 오바마는 지난해 국정연설을 통해 “연방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물가상승률에 연동시키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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