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노희경은 성공하고, 김수현은 실패했을까
  •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7.13 14:16
  • 호수 1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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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거장 작가의 실험에서 엇갈린 희비쌍곡선…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느냐의 문제

 


 

노희경 작가의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가 호평 속에 끝났다. 최고 시청률 8.087%(닐슨 코리아). 케이블 채널로서는 대성공이라 할 수 있는 높은 수치다. 하지만 시청률과 별개로 더 좋은 건, 이 작품에 대한 대중들의 평가다. 대중들은 《디어 마이 프렌즈》를 노희경 작가의 ‘인생작’이라고 말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지금껏 내놓은 많은 작품들이 다 좋았지만, 특히 이번 작품은 노희경이라는 작가의 세계가 거의 극점을 찍었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 작품은 보기 드문 수작이다. 내놓고 ‘꼰대 드라마’라는 기치를 내세운 이 드라마는 노년들의 삶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보는 실험작이었다. 김영옥·김혜자·나문희·신구·윤여정·주현·고두심·박원숙. 이른바 ‘시니어벤저스’라 불리는 연기자들이 모두 출연했고, 그 이름에 걸맞은 연기들을 보여줬다. 젊은 세대들의 이야기만이 드라마의 성공적인 소재가 된다는 편견을 여지없이 깨버렸고 심지어 젊은 세대들이 더욱 이 드라마에 열광하는 이변을 낳았다. 

 

반면 김수현 작가의 SBS 주말드라마 《그래 그런 거야》는 사정이 정반대다. 시청률은 평균적으로 7%에서 9% 사이를 반복하고 있다. 김수현 작가의 작품치고는 저조한 성적. 평가는 더더욱 좋지 않다. 아직도 대가족 이야기를 고집한다는 대목에서는 너무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애초 60부작으로 계획된 작품은 54부작으로 축소됐다. SBS 측은 올림픽 중계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생각보다 저조한 성적과 무관하지 않다는 이야기도 솔솔 흘러나온다. 

 

 

김수현 작가가 바라보는 노년의 시점

 

굳이 김수현 작가와 노희경 작가를 비교선상에 올리게 된 건 그들이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작품을 낸 거장이기 때문만이 아니다. 《그래 그런 거야》와 《디어 마이 프렌즈》가 갖고 있는 시점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 그런 거야》는 화자가 며느리인 한혜경(김해숙)이다. 매회 가족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들이 전개되고 그 말미에는 여지없이 한혜경의 내레이션이 들어간다. 한혜경의 관점은 사뭇 노년의 시각을 드러낸다. 《그래 그런 거야》라는 드라마 제목에 걸맞은 시각이다. 사실 드라마로 치면 막장에 가까운 일들이 이 대가족에게 계속해서 일어난다. 

 

노(老)할아버지인 유종철(이순재)은 여전히 젊은 여자들을 밝히고 그것이 자신이 사는 삶의 에너지라고 말한다. 유종철의 맏이인 유민호(노주현)는 일찍 아내를 여의고 아들마저 잃고는 굳이 그 옆을 지키는 며느리 이지선(서지혜)과 살아간다. 그건 그저 가족애일 뿐이지만, 주변의 시선들은 구설을 만든다. 한혜경의 딸 유세희(윤소이)는 남편이 결혼 전부터 숨겨둔 아들이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다. 또 한혜경의 아들 유세준(정해인)은 사돈지간인 이지선의 동생 이나영(남규리)과 사랑에 빠지고 이를 가족들이 반대하자 아예 가출해 살림을 차린다. 이런 결코 작지 않은 사건들이 벌어지지만 드라마는 극적 갈등으로 치닫지 않는다. 화자인 한혜경은 삶을 ‘그래 그런 거야’라고 수긍하는 시점으로 바라본다. 그러니 많은 갈등들은 그대로 봉합될 수밖에. 이것은 김수현 작가가 애초에 의도한 것이다. 너무 많은 막장드라마들이 쏟아지고 파괴돼가는 가족을 그리고 있어 이에 반대되는 이야기를 그려내려 한 것이다. 그 의도는 괜찮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시점이 노년, 아니 어른의 관점에서 내려다보는 데서 그 공감대가 적었다는 점이다. 의도는 좋았지만 결과는 노년의 판타지로 기울었다는 것. 결국 젊은 세대들의 호응을 얻기는 어려웠다. 

 

 


 

노희경 작가가 노년을 바라보는 젊은 시점

 

반면 노희경 작가의 《디어 마이 프렌즈》는 아예 대놓고 노년의 삶을 다루면서도 젊은 세대들의 호응과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것은 노년의 시선이 아닌 젊은 세대, 즉 극 중 화자인 완이(고현정)의 시점으로 드라마가 그려졌기 때문이다. 번역가인 완이는 자신을 둘러싼 어르신들의 삶을 소설로 그려내려 한다. 그래서 모두를 모아놓고 인터뷰를 하려 하는데, 소설에 대한 완이의 생각과 어르신들의 생각이 다르다. 완이는 좀 더 노년을 아름답게 포장해 그리려고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 어르신들은 단호하게 말한다. 그건 진짜가 아니라고. 지지고 볶는 이야기가 진짜라고. 그건 막장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이야기라고 완이가 맞서자 그들은 한목소리로 말한다. 인생이 막장이라고. 

 

《디어 마이 프렌즈》는 노년의 삶을 미화할 의도가 애초에 없었다. 당장 그들은 치매에 걸려 기억을 잃어가고 있고, 갑자기 통보된 암 선고를 받고 당장에라도 죽을 것만 같은 삶을 이겨내려 안간힘을 쓴다. 한평생을 꼰대 남편을 수발하며 살아온 어르신은 혼자 흑맥주 한 잔을 마시고픈 자유를 위해 어느 날 집을 나와 독립하고, 자신이 받던 폭력을 그저 내재화하며 결혼한 딸에게도 그걸 은연중에 강요했던 어르신은 훗날 딸이 사위로부터 상습적인 폭력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충격에 빠진다. 이 많은 사건들이 노년을 아름답게 그려내기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그 미화하지 않고 바라보는 노년의 삶을 젊은 세대인 완이가 가감 없이 바라보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노년의 삶을 더욱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결국 노희경 작가와 김수현 작가의 희비쌍곡선을 가른 건 필력의 차이도 아니고 인생을 바라보는 깊이의 차이도 아니다. 그건 단지 그들의 작품들이 지금의 현 세대들에게 얼마나 공감을 불러일으켰느냐의 차이다. 희비가 엇갈렸지만 김수현 작가도 노희경 작가도 우리 시대의 거장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거장이 거장으로 불리기 위해서는 현 시대의 문제의식을 보다 폭넓은 공감대로 풀어내려는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는 걸 이번 결과는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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