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락의 풍수미학] 매장을 해야 명당의 기를 받을 수 있다
  • 박재락 국풍환경설계연구소장문화재청 문화재 전문위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7.1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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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으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풍수로 본 매장 문화

조선시대 재판의 70%는 산송(山訟·묘지재판)이었다고 합니다. 내가 묘지를 쓴 명당 근처에 다른 사람이 허락 없이 묘를 쓴 경우 벌어진 재판입니다. 명당을 찾는 조선시대 사람들은 ‘풍수’의 힘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풍수(風水)는 오랜 역사의 산물 중 하나입니다. 현대에 온 지금도 아직도 사람들은 명당을 찾습니다. 풍수가 왜 중요한지, 세상의 이치와 풍수는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풍수는 부와 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박재락의 풍수미학>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던 풍수의 모든 것을 짚어드립니다.

 


 

요즘에는 매장보다는 화장을 많이 선호한다. 사회적인 추세이기도 하지만 생명존중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풍수적 사고의 불신감이 한 몫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매장은 풍수적으로 많은 뜻을 담고 있는 장의 문화다. 최초의 풍수경전인 <금낭경>에서 풍수의 어원은 장풍(藏風)과 득수(得水)라 했다. 장풍이란 터를 중심으로 주변에 있는 산들이 외부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주며 땅 속에서 분출되는 기가 바람에 흩어지지 않도록 감싸 주는 형국이다. 득수란 물을 얻는다는 의미인데, 터를 중심으로 지당(池塘)을 이루거나 주변에 물길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풍수적으로 물은 생명의 근원이자 생태공간을 위한 필요한 요소이고, 또 재물을 상징한다. 


땅속에는 기가 흐른다. 이러한 기가 머물 수 있는 곳은 장풍과 득수가 잘 이루어진 곳이다. 이를 ‘길지’라 칭한다. <금낭경>의 첫 구절은 ‘葬者, 乘生氣也(장자, 승생기야)’로 시작한다. 장사를 지내는 것이 생기를 탄다는 뜻이다. 여기서 장사는 매장을 말한다. 부모의 유체를 길지에 모시면 동질의 DNA를 갖고 있는 후손에게 좋은 지기(地氣)가 전해진다. 장풍과 득수가 이루어진 곳에 장사를 지내면 땅속에서 지기가 머물면서 발복이 이루어지고 생기를 받는 ‘음택(陰宅)공간’이 된다.

음택 공간의 명당요소를 갖추려면 반드시 매장을 해야 한다. 용맥이 이어진 곳에 유체를 모시며 생기를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는, 장풍과 득수가 이루어진 곳에 말이다. 하지만 요즘의 장의문화는 화장 비율이 85%를 넘어선다. 시신을 자연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분쇄된 유골을 그대로 납골당에 비치해 두고 있다. 음택 공간 선정의 어려움과 차후 후손들의 관리상의 문제점 및 사회적인 분위기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그냥 시신을 방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혹자는 예전의 매장문화로 인해 산천이 황폐해졌다고 하지만 꼭 그렇게 볼 수는 없다. 오랜 세월 동안 이어져 온 매장문화로 인해 뭇 산들이 봉분으로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그렇지는 않다. 그 실상을 살펴보면, 몇몇 가문 조상의 호화분묘 이외에는 대부분의 분묘가 자연스럽게 남아 있거나 풍화되어 다시 흙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분묘가 있던 산들은 본래의 모습으로 우리 곁에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개인이 운영하는 납골당, 또는 개인 사찰과 암자 등에서 수목장을 조성하여 운영하는 경우에는 타인에게 언제든 양도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혹여 신도가 없어 절이 없어지게 된다면 차후에 절에서 유골이 방치될 수 있다. 이는 후손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는 일이다.


유골함은 도자기보다 나무함이 좋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모르고 한 행동은 다시 고치면 된다. ‘사람은 자연에서 와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말이 있다. 만약에 가족 중 임종을 눈앞에 두고 있다든가, 차후에 자신이 불가피하게 화장을 해야 할 경우라면 납골당을 찾기보다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제시해 본다.

자신들이 운동 삼아 평소 다니는 산을 음택지로 선택하는 것이다. 그 다음 주산의 북쪽 봉우리에서 뻗어 내린 산줄기가 경사를 이루면서 남쪽으로 뻗어 내린 평탄한 공간을 찾는다. 이때 앞쪽 가까이에 높은 나무가 있어 그늘을 이루는 곳은 피해야 한다. 남향이라도 그늘이 지는 경우 천기를 제대로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좌우측편으로 산줄기가 가까이 형성되어 있다면 장풍이 이루어진 좋은 터가 된다. 또 땅을 파기 전에는 토지신에게 주과포(酒果脯·간략한 제물)를 장만하여 잔을 올린 뒤, 깊이와 폭 60cm 정도의 사각 형태로 땅을 파고 나서 몇 개의 돌을 그곳에 채우고 난 뒤 다시 흙으로 덮어둔다. 조성이 끝난 뒤에는 장례일이 언제 닥칠지 모르니 수시로 와서 터를 미리 봐 두는 것이 좋다.

장례 시에는 화장터에서 비싼 항아리로 만든 유골함을 구입하지 말고 저렴한 나무함으로 준비해도 된다. 유기 항아리는 땅속에 묻어 두면 얼마 지나지 않아 유골에 벌레가 생길 수 있으며, 일부에서 선전하는 숨 쉬는 황토도자기도 마찬가지다. 나무함에 모셔 둔 유골일수록 빨리 흙과 친화적인 풍화가 이루어져 오래도록 보존될 수 있다.

유골함을 모실 때는 생석회 10kg 1포와 명당포 1포, 그리고 고운 흙을 같이 골고루 섞어 파둔 곳에다 채워 놓고, 1시간 쯤 지난 후에 다시 유골함이 들어갈 수 있도록 흙을 사각 형태로 파낸다. 이때 바닥은 생토(生土)가 나올 때까지 파고 나서 유골함을 넣어야 한다. 만약 바닥을 제대로 파지 않고 그대로 넣게 되면 물이 차게 되어 유골이 굳어지면서 흉한 기를 생성하여 밖으로 분출하게 된다. 그리고 유골함 속에도 명당포 1포를 뜯어 가득 채워 뚜껑을 덮고, 주변의 빈 공간은 다져진 흙으로 꼭꼭 채운 뒤 뚜껑 위에도 다진 흙을 덮어서 꼭꼭 다진다. 마지막으로 주변에 좀약(일명 나프탈렌)을 뿌려두어야 한다. 들짐승이 와서 파헤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장례를 대비해 미리 위와 같은 방법으로 공간을 조성한 뒤에 돌이나 흙을 채워 두어도 무방하다.
 



자주 찾아갈 수 있는 자연 친화적 공간인지가 중요

가족만이 알 수 있는 표지석을 옆에 묻어두고 최소한 1년에 네 번(3월·6월·9월·12월)은 꼭 찾아가 주변을 정리하면서 훼손 여부를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꼭 매년 한식·청명일에 맞춰 갈 필요는 없다. 예전에 우리 선현들은 자신의 신후지지(身後之地)를 미리 정해 놓고 보살피고 가꾸다가, 임종을 앞두게 되면 자식들에게 자리를 알려주었다. 만약 부모가 위중할 경우에는 자식들이 미리 터를 마련하여 편안히 임종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것은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부모의 마음이며, 또한 돌아가신 부모를 편안하게 모시려는 자식들의 효심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선현들은 집안에 기쁜 일이 있거나 조상의 음덕을 필요로 할 경우에 틈 날 때마다 묘역을 찾아가 돌보곤 하였다. 사람은 자주 보아야 정 든다고 했듯이, 자신의 후손들이 자주 찾아온다면 조상들 역시 감응하여 후손들에게 좋은 기를 줄 것이다. 그러나 납골당에 모시게 된다면 처음에는 한동안 잘 가더라도 그곳에서 관리를 해 준다는 믿음 때문에 점차 갈 기회가 줄어들게 될 것이다. 결국에는 찾지 않는 후손들에게 조상의 영혼들이 당연히 음덕을 베풀 마음도 차츰 사라지게 된다는 사실이다. 생각날 때마다 찾아가 볼 수 있는 자연친화적인 공간에 모신다면, 남에게 의존하는 납골당보다 훨씬 맑고 밝은 자연의 지기를 후손에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 저자 프로필


영남대 풍수지리학 박사
현)영남대 환경보건대학원 겸임교수
현)문화재청 문화재 전문위원
현)국풍환경설계연구소 소장


- 한국연구재단 Post-Doc 풍수지리 분야 국내최초 선정(2015.7~2017.6) 
  연구과제명 ‘영남지역 종택마을 입지의 풍수지리 연구’ 
- 영남일보 '박재락의 풍수로 보는 명당' 칼럼 연재(2012. 1~2016.5) 

- 경북 신도청입지 자문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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