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의혹 ②돼지 돌려막기 사기
  • 박혁진 기자 (phj@sisapress.com)
  • 승인 2016.07.25 14:56
  • 호수 1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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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단에 이름 올린 우병우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최아무개씨가 대표로 있는 ‘도나도나’라는 양돈업체는 2009년부터 회원들로부터 계좌당 500만~600만원을 받아 돼지를 분양했고 해당 투자자들에게 매달 수익금을 돌려줬다. 하지만 이 같은 위탁사육 사업을 하다가 규모가 커지면서 수익금 일부를 돌려주지 못해 피해자들을 양산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당시 도나도나는 “500만원을 투자하면 어미 돼지 한 마리를 분양받을 수 있다. 매월 투자금의 4%를 수익금으로 돌려받는다. 14개월 뒤엔 원금은 물론 새끼 돼지 20마리도 덤으로 받는다. 30~60% 수익을 내는 셈이다”라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투자자 1만여 명이 이 업체에 2400억원을 맡겼다. 

 

하지만 이 업체는 투자금으로 앞선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주는 ‘돌려막기’를 하고 있었다. 또 축사 돼지 대부분이 저축은행에 담보로 잡혀 있었고 돼지 숫자도 광고의 절반에 불과했다. 결국 이 업체는 2013년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았고, 최아무개씨 및 임직원 13명이 기소됐다. 1심 재판에선 유사수신행위 및 돼지 분양 사기와 관련한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대신 횡령 혐의만 인정, 업체 대표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검찰은 항소했고 현재 재판은 대법원 판단만을 남겨놓고 있다. 

 

검찰 직접 수사…잇단 불기소 처분

 

사실 이 사건은 여러 차례 피해자들의 고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2012년 서울 서부지검에선 이 사건에 내사번호를 부여하고 일부 피해자들을 소환하는 등 사실상 수사 수준의 내사까지 벌였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정식 수사로 전환되진 않았다. 같은 해 도나도나의 지분 25%를 가지고 있던 이아무개씨가 최 대표를 서울 방배경찰서에 고소해 이를 서울중앙지검이 수사했으나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당시 검찰이 기소하지 않은 이유는 ‘불법유사수신행위로 판단되나 피해사례가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당시 검찰뿐만 아니라 충주경찰서를 비롯한 일선 경찰서에도 최소 10건이 넘는 고소장이 접수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아 경찰이 수사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 검찰에서 직접 수사했다. 역시 기소까지 간 적은 없었다. 

 

1월2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업무보고에서 현기환 정무수석(오른쪽)과 이야기하는 우병우 민정수석. 우 수석의 뒤로 진경준 검사장의 모습이 보인다.

 

1월2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업무보고에서 현기환 정무수석(오른쪽)과 이야기하는 우병우 민정수석. 우 수석의 뒤로 진경준 검사장의 모습이 보인다. 

 

그러나 피해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피해자들이 사건을 직접 대검찰청에 제보했고,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이 직접 수사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그러면서 다시 사건을 중앙지검에서 수사해 결국 기소했다. 사건 피해자들은 시사저널에 “검찰이 보다 빨리 사건을 수사했으면 피해자가 더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사건이 계속 무마되거나 불기소되면서 오히려 투자자들이 더 늘어나게 됐다”고 주장했다. 


개인 횡령에만 초점이 맞춰진 수사

 

하지만 정식 수사가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수사가 제대로 진행됐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피해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논란이 적지 않다. 불법유사수신행위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적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공소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이를 누락했다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한 인사는 “누가 봐도 불법유사수신행위가 분명한 이 사건을 검찰이 개인의 횡령 부분에 초점을 맞춰 수사하니 법원에서 유사수신행위 부분에 대해서 유죄를 선고할 만한 증거가 부족했던 것 같다”며 “검찰 역시 최 대표에 대한 영장이 한 번 기각되자 별다른 보강수사 없이 불구속기소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이나 당시 사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검찰 관계자들은 홍만표 변호사와 우병우 민정수석이 각각 정식 수사가 이뤄지기 전과 후로 나누어 역할을 맡았다고 보고 있다. 홍 변호사는 이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수사를 시작하기 전, 즉 몇 차례 내사가 이뤄지는 단계에서 변호를 맡았다. 뿐만 아니라 ‘최 대표가 홍 변호사의 이름을 팔아서 투자자들을 모집하러 다녔다’는 피해자들의 증언도 적지 않다. 실제로 피해자 중 한 사람은 홍 변호사를 직접 찾아가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 홍 변호사가 최 대표의 변호를 맡는 동안 이 사건에 대해 결국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2013년 채동욱 전 총장의 지시로 검찰이 직접 수사에 나서면서 홍 변호사는 뒤로 물러나고 거물급 변호사들이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변호사 신분이었던 우 수석을 비롯해 김영한 전 민정수석과 법무연수원장직에서 퇴직한 노환균 전 서울중앙지검장 등이 그들이었다. 당시 피해자들은 최 대표 변호인단의 정확한 이름은 알지 못하고 법무법인 바른과 태평양에서 변호에 참여했다고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김 전 수석은 바른 소속이었고, 노 전 지검장은 태평양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 개인변호사 자격으로 우병우 민정수석이 참여한 것. 사회적 지탄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마약 사건이나 다단계 사건은 대형로펌이 참여하지 않는 것이 법조계 관례인데, 이 사건에 대형로펌 2곳과 우 수석이 이름을 올린 것에 대해 의아해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해 도나도나 피해자 모임 핵심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홍 변호사의 개인적 인맥으로 당시 변호인단이 꾸려진 것 아니겠냐”며 “변호인단은 무엇보다 불법유사수신행위 부분과 관련해 변호하는 데 초점을 맞췄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불법유사수신행위가 유죄를 받을 경우 여기에 주주로까지 참여한 홍 변호사도 책임을 면치 못하고, 같은 혐의로 처벌을 받은 최 대표도 형량이 가중되기 때문에 방향을 그렇게 잡은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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