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미-중 외교 갈등 해결할 수 있다”
  • 박상기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8.05 10:28
  • 호수 139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 사드 배치 계기로 G2 갈등 해소하는 ‘중매인’ 역할 가능

최근 주한미군의 한국 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문제로 우리 정부를 향한 중국의 외교부장 왕이(王毅)의 노골적이고 거친 언사가 뉴스거리로 떠올랐다.

 

각설하고, 우리가 중국을 필요로 하는 것보다 중국이 한국을 더 필요로 한다. 중국은 국제 외교무대에서 사면초가의 외교적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국가들과의 끝없는 우격다짐 식 영토·영해 분쟁으로 인한 갈등의 골은 이제 더 이상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인 것은, 태평양에서의 군사적 리더십(Military Leadership) 경쟁국인 미국이 이러한 중국의 외교 실책을 틈타 태평양으로 빠른 속도로 재진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역사적 적대국들과의 최근 국교정상화가 바로 그 실증이다. 베트남, 그리고 필리핀과의 군사협력 관계 구축은 그 대표적인 중국의 자충수다.

 

7월25일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북-중 양자회담 시작 전 왕이 중국 외교부장(왼쪽)이 리용호 북한 외무상을 맞이하러 문 밖으로 나와 악수하고 있다.


“미·중은 현재의 대치 국면 끝내고 싶어 한다”

 

그동안 적대국이었다 하더라도 무슨 수를 쓰든 친(親)중국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중국은 비교 우위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내세워, 대화는커녕 행패에 가까운 일방적 패권주의 군사외교 정책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태평양으로 진출하겠다는 중국의 야심에 대한 화답으로 태평양 연안국들이 똘똘 뭉쳐 對(대)중국 연합 봉쇄협력전선을 펼치고 있다.

 

‘조무래기들’이 힘을 합쳐봤자 별 대수롭지 않은 저항이라 판단하고서 힘으로 누르면 된다고 중국은 생각했던 것 같다. 틀린 말이 아니다. 중국에 대항하고 있는 필리핀·베트남 등 아시아·태평양 연안국들은 사실상 중국과 비교 자체가 안 된다.

 

그런데 덜컥 세계 최강국 미국이 이 상황을 빌미로 비집고 들어와 약소국의 든든한 군사·외교적 후원자로 자처하고 나서면서 사달이 일어난 것이다. 게다가, 미국을 불바다로 만들어 버리겠다며 연일 중장거리 핵미사일 발사실험을 하고 있는 북한. 이 북한을 확실히 관리하기는커녕 형이 못된 동생 감싸듯 계속 두둔하고 있는 중국의 태도는 반핵 세계평화를 염원하는 국제사회 전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한마디로 중국 공산당 국가 수립 이후 최대의 외교적 고립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과의 외교적 동맹 관계의 중요성이 전에 없이 중요하고 절박해졌다. 왜냐하면 태평양지역에서 군사·외교적 적대관계에 돌입한 미국과 중국을 대신해 중재 역할을 해 줄 백 채널(Back Channel)로 한국이 유일한 우방이기 때문이다. 아직 낯설게만 느껴지는 이 얘기 뭉치를 한 가닥씩 풀어가 보자. 

 

미국과 중국은 현 대치 국면을 끝내고 싶어 한다. 왜냐하면 자국에 이익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군사비용, 경제비용, 외교부담 등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미국과 중국 간의 전쟁은 없다. 전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본시장의 글로벌화는 확실히 세상을 바꾸어 놓았다. 2차 대전 이전에는 ‘Made in OOO’란 원산지 표시는 ‘Made by OOO 기업’이란 원산지 기업 생산이란 등식이 거의 예외 없이 성립했다. 그러나 2차 대전 이후 자본시장의 글로벌화는 국경을 뛰어넘는 기업의 글로벌화를 가져왔다.

 

7월25일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북-중 양자회담을 위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왼쪽)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다정한 모습으로 회담장에 입장하고 있다.


“자본과 기업은 이제 더 이상 국적이 없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 학장인 제프리 가렛(Geoffrey Garrett) 교수는 “미국에 대한 중국의 투자가 날로 증대될 것은 기정사실이며, 앞으로 다가올 미국의 새로운 현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고 신화(新華)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유목민들이 시장과 목초지를 찾아 떠돌아다니듯, 자본과 기업들은 사업성을 찾아 전 세계를 헤집고 다니고 정착해 왔다. 국적이 아니라 내 돈이 투자됐고, 내가 돈을 버는 곳. 바로 그곳이 기업과 자본의 본향이 돼 버린 것이다.  

 

중국의 해외 최대 투자처는 미국이다. 미국의 넘버2(No.2) 해외 투자처는 중국이다. 미국의 외교 싱크탱크인 ‘미·중 관계 국가위원회’와 미국 내 중국의 직접 투자를 추적하고 있는 로디엄(Rhodium) 그룹은 2016년 중국의 대미(對美) 투자에서 최대 투자액을 기록하는 한 해가 될 것이란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2015년 중국의 대미 직접 투자액은 150억 달러였으나, 올 들어선 상반기만 해도 이미 184억 달러에 달했다. 올 연말에 가서는 300억 달러를 훌쩍 넘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미·중 관계 국가위원회의 의장인 스티븐 올린스가 한 말이다. 그는 “작금의 미국에 대한 중국의 투자는 미·중 양국이 서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신선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의 대미 투자는 미국인들의 삶에 심대한 영향을 이미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즉, 미국은 중국을 대립하고 반목할 적국이 아닌 다각적으로 협력해야 할 주요 경제적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고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현실임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투자도 만만치 않다. 다만 올해 들어 양국 간의 외교적 갈등 탓인지, 인도가 중국을 제치고 미국의 아시아 투자국 1위로 부상하긴 했지만, 여전히 중국에 대한 미국의 투자는 막대하다. 한 예로, 미국의 펩시는 1980년 중국에 첫 공장을 설립한 이후, 현재까지 50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투자를 통해, 중국 전역에 30여 개의 생산시설을 확대 운영 중이다. 중국 현지인 근로자가 10만 명에 달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양국 간의 직접투자 활성화와 가속화를 위해 양자 투자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에 돌입하기로 이미 협의를 마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 언론에서 미국과 중국이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난 것처럼 보도가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은 더 이상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공동 경제 생명 체제’에 돌입해 있는 상황인 것이다.

 

즉 미국과 중국은 경제적 혈맹관계이고, 이는 이데올로기 냉전 시대의 외교·군사적 동맹관계보다 더욱더 긴밀하며 그 어느 동맹관계보다 절대적으로 우월한 상호의존 체제임을 부인할 수 없다. 다시 말해 미국과 중국은 적이 아니다. 오히려 21세기 최대·최고의 절대 동맹관계로 봐야 한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외교·군사 전문가들은 여전히 미·중 양국 간의 군사적 대립이 물리적 충돌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을 언론을 통해 자주 접하게 된다.

 

물론 갈등관계가 고조된 남중국해상에선 혹시 경미하나마 그와 유사한 상황이 절대 없을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 군사적 갈등이나 무력충돌로 간주되는 중국 대륙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개입이나 충돌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미국과 우호관계인 서방 기업들의 사업체가 중국 전역에 대규모로 운영되고 있고 상당수의 미국인들과 우방 국민들이 중국 전역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미국이 중국에 적대적이고 파괴적인 군사행동을 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미국과 중국은 21세기 최고의 절대 동맹관계”

 

미국이 그동안 군사적 행동을 한 국가들을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란·이라크·아프가니스탄 등지에 미국인이 있었나? 미국 기업이 있었나? 아니다. 친(親)서방 국가였나? 아니다. 2016년 현재 미국과 중국은 ‘돈’이란 피가 함께 흐르는 하나의 생명체다. 양국을 한데 묶고 있는 돈의 핏줄이 서로 얽히고설켜 있는 이상 쌍방에 대한 파괴적 군사행동은 심각한 자해 행위인 것이다.

 

만약 군사 행동에 나서고 싶다면 미국과 중국 정부는 양국에 있는 자국민과 기업들에 강제 소개령(疏開令)을 내려 철수시키지 않으면 안 될 텐데 그건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 결국 미국과 중국은 싸울 상대가 아니라 협력할 상대다. 양국 모두 이 사실을 너무도 분명히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로 인한 미군의 한국 내 사드 배치가 남중국해 영토 분쟁으로 가뜩이나 불편한 미·중 간의 군사·외교적 갈등관계를 가일층 증폭시키는 사태를 낳게 된 것이다.

 

중국은 우리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자신들이 그토록 반대해 온 것을 뻔히 알면서 미국 편을 든 우리 정부에 대놓고 불만을 터뜨리며 유사시 상황에 따라선 한국을 군사적으로 공격할 수도 있다는 등의 망발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 정부와 외교부의 대응태도와 전략이 국민들의 분통을 터뜨리게 한다. 한마디로 누가 누구를 탓하느냐고 되받아쳐도 아주 세게 되받아쳐야 되는데, 구세대의 ‘형님 외교’도 아니고 뭐가 무서워 큰소리 한 번 못 지르고,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맹숭맹숭한 의례적인 외교적 수사만 전달하고 돌아와선 성공적 방중회담이었다고 자화자찬하니 국민들의 분통이 안 터지겠는가.

 

중국만 그런가. 미국은 슈퍼 301조를 내세워 우리의 일부 주력 수출품들에 반덤핑 관세 조치를 남발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게 중국을 까고 미국 편을 들어 사드를 우리 땅에 자발적으로 배치하는 우리나라와 국민들에 대한 우방의 태도인가.

 

북한의 장거리 핵미사일 개발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었다는 건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인데도 부인하는 중국. 수년에 걸쳐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무력화하고 포기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공조해 실질적인 외교적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는 우리의 요구에 ‘중국의 전통적 자산’ 운운하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방치한 중국 자신의 잘못은 부정하며, 자신의 비협조로 야기된 사드 배치의 책임만 추궁하는 중국에 숨도 한 번 크게 못 쉬고 질질 끌려 다니는 우리 정부의 대중 외교를 어떻게 곱게 볼 수 있겠는가.

 

이왕 ‘굽신 모드’로 간다면, 언론에 노출되는 상황에선 중국이 원하는 대로 고분고분한 모습을 연출해 중국의 위신을 세워준 다음, 본격적인 협상 테이블에서는 문을 닫아걸고 중국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거론하며, 그 대가로 우리가 중국에서 받아내야 할 외교·경제·군사적 협조 사항을 요구해야 한다. 하지만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중국 측의 추가 요구사항만 열심히 받아 적고 오는 건 아닌지 적잖은 우려를 낳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9월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에서 열린 ‘항일(抗日)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과 함께 성루에 서 있다.


미국에 대해선 사드 미사일과 함께 오는 TPY-2/ FBX 고성능 레이더 시스템으로, 그동안 미국이 그토록 갈망하던 중국의 전략자산인 핵미사일과 핵잠수함 그리고 주요 군사시설 밀집지역인 중국 동부 내륙과 해안선을 군사위성과 연계해 초정밀 근접탐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게 해 주느라 우리나라가 직·간접적으로 현재까지 그리고 앞으로 감수해야 할 외교·경제적 피해를 어떻게 보상해 줄 건가를 강하게 요구하는 게 외교협상의 정석이다. 그런 대미 외교협상은 조짐도 안 보이니 변괴(變怪)도 이런 변괴가 없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인한 사드의 우리 영토 배치는, 지혜를 모은다면 우리 정부의 대중·대미 협상력을 절묘하게 증대시킬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이 분명히 있다. 즉 북한의 도발과 사드 상황은 초강대국 미국과 중국의 대립 상황을 낳았다.

 

그리고 사드의 한국 배치가 실제론 북한의 핵미사일 대비책이 아니라, 남중국해를 둘러싼 군사·외교 문제에 있어 미·중 간의 헤게모니 쟁탈전이 그 실질적 이유인 것을 미국과 중국 그리고 우리를 포함한 주변국 모두가 알고 있는 상황이다.

 

 

美·中, 서로를 원하는 처녀·총각…중매인 필요 

 

결국은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과 주변 영토 분쟁국들 간에 적절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중국 대비 군사력과 경제력이 열세인 필리핀·베트남·말레이시아·브루나이 등이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원천봉쇄해 아시아·태평양 전역에서의 패권을 확보하고자 하는 미국의 군사·외교력에 기대는 바람에 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상황을 어떻게 정리하는가가 관건이다.

 

궁극적으로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대립상황이 해소돼야만 남중국해를 둘러싼 영토분쟁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것이다. 남중국해 영토분쟁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군사·외교적 갈등은 한국 영토 내 사드 배치를 둘러싼 미·중의 군사적 갈등 해소를 통한 미·중 양국 간의 군사·경제·외교 전면에 걸친 협력관계 수립, 즉 뉴 데탕트(New Detent)가 근본적 해결의 열쇠가 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측된다.

 

미·중은 서로를 간절히 원하고 있는 처녀 총각과 같다. 중매인이 필요하다. G2로 대변되는 두 초강대국 간의 부질없는 군사·외교적 갈등관계를 해소하고 전면적이고 협력적인 동맹관계의 길로 이끌어 줄 수 있는 중재자가 받을 중매수수료는 막대할 것이다.

만약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도발로 야기된 사드 배치란 위기 상황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우리 대한민국이 미·중을 맺어 줄 수만 있다면, 세계 최대의 시장인 중국을 보전하고 북한의 군사도발 위협을 잠재우며, 세계 최강의 군사·외교력을 가진 미국의 전폭적 지원을 받아, 우리 조국 대한민국은 또 한 번의 경제적 도약을 이룰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외세의 간섭과 침탈을 배제한 자주적이고 독자적이며 완전한 남북통일을 이룰 것이다. 경제·외교·군사적으로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인구 1억 명, 국민총생산 세계 7위, 국민소득 5만 달러 선진강국으로 도약할 탄탄한 기반을 닦게 될 것이다.

 

지금 세계 최강국 미국과 중국이 역사상 전례 없이 동시에 대한민국의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천재일우의 기회란 바로 이런 것이다. 대한민국의 대미·대중 외교협상이 왜 그토록 중요한지 이젠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