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6명 사드 방중단, 호재는 날리고 노선 투쟁 불붙여
  • 김현 뉴스1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8.16 09:13
  • 호수 14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방중 논란 키워 우병우 의혹, 서별관회의 등 정국 주도권 잡을 기회 놓쳐

김영호·손혜원 등 더불어민주당(더민주) 초선 의원 6명으로 구성된, 이른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방중단’이 2박3일간의 중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8월10일 귀국했다. 하지만 여진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스스로 ‘독수리 6남매’라고 이름붙인 방중단을 향한 여권의 공세 수위가 높아져가는 데다가, 당내에서조차 방중단의 성과를 둘러싸고 평가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등장 이후 수면 아래로 내려갔던 해묵은 당내 노선 갈등이 재연되는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방중단은 사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지난 10일 900여 명(경찰 추산)의 보수단체 회원들의 항의시위 속에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방중 일정에 대해 “(저희들이) 방문함으로써 한·중 간 외교채널이 가동됐다”고 자평했다. 방중단의 일원이었던 신동근 의원은 10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저희 방중이 어려운 상황에서 (사드 문제를) 제재가 아닌 외교로 푸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튿날인 11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총에서 귀국보고를 했다.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정책의총을 마친 뒤 브리핑을 통해 “이번 방문은 냉각기에 빠진 양국 외교관계에 물꼬를 텄다”고 평가했다. 정책의총에선 이들의 방중에 대해 별다른 토론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6명이 8월9일 베이징에서 중국 전문가들과 함께 판구연구소가 주최한 한·중 좌담회에 참석했다.  왼쪽부터 김영호·김병욱·소병훈·박정·손혜원·신동근 의원 © 연합뉴스

죽도 밥도 안 된 방중

그러나 당내에서부터 이들의 방중에 대해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단 당내에선 박근혜 대통령까지 비판에 가세하면서, 논란 속에 이뤄진 이번 방중이 큰 잡음 없이 마무리된 데 대해 안도하는 기색이 대체적이다. 더민주의 한 원내 핵심 당직자는 1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방중단은 큰 과오 없이 일정을 잘 마무리하고 왔다”면서 “여당이 난리를 친 게 문제였지, 방중단이 책잡힐 일을 하고 온 것은 없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이 핵심 관계자는 “가장 우려했던 게 중국 관영 매체에서 방중단의 일정을 악용하는 것이었는데, 현 시점까진 알려진 게 없지 않느냐”고도 했다. 수도권의 한 3선 의원도 “국회의원으로서 정부 여당이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을 방문해 의견을 청취하고 관계 개선을 도모한 것은 당연히 할 수 있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서 자신들의 책임을 다하고 신중한 행보를 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중국 언론에서도 오히려 비판을 했으면 했지, 활용한 것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실제 지난 9일 판구좌담회 이후 채택된 공동발표문에 중국 측이 사드 반대 입장을 넣자고 했지만, 의원단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에 대해 관영 환구시보는 더민주 의원들이 방중 기간 언행을 자제하더니 3줄짜리 발표문을 내고 줄행랑을 쳤다며 불만 섞인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이와 달리 당 안팎에선 이번 방중을 두고 ‘전략적 실패’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방중단의 성과 여부를 떠나 최근 사드 배치 문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각종 의혹, 청와대 서별관회의 청문회 등 더민주 입장에서는 정국의 주도권을 쥐고 갈 수 있는 유리한 여건이었다. 그럼에도 이들의 ‘방중 논란’이 정국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면서 묻혀버렸다. 그간 사드 문제와 관련해 ‘전략적 신중론’을 주장해 왔던 한 초선 의원은 “헌법기관인 의원들이 중국의 학자들을 만나는 것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면서도 “여권의 공세가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치밀하게 계산해 이번 방중이 어떻게 확산될지 좀 더 깊게 고민했으면 좋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우병우 수석 등의 문제로 궁지에 몰려 있었는데, 이번 방중을 계기로 탈출구를 마련해 버렸다. 우 수석 문제 등은 이미 방중으로 인해 묻혀버려 더 이상 야당이 공세를 펼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꼬집었다. 

보수단체 회원들이 8월10일 인천공항에서 더민주 초선 의원들의 사드 방중 귀국을 앞두고 항의집회를 열고 있다. © 연합뉴스
더민주 노선 투쟁 재점화될까

이로 인해 내년 대선을 진두지휘할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8·27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번 방중을 둘러싼 논란이 당내 선명성 경쟁을 넘어 노선 투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총에서 “비대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하는 마지막 의총 자리”라고 말문을 연 뒤 “외부에서 ‘더민주가 이런 식으로 가서 되느냐’는 얘길 많이 듣는다. 그럼 난 이렇게 답한다. ‘당신네들 지적 만족을 위해 정당이 존재하는 게 아니다’”며 “여러 의원들이 (사드에 대한 당의 전략적 신중론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안다. 그러나 왜 대표라는 사람이 저런 행동을 취하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 나도 관행대로 당을 운영하면 편하다는 걸 안다. 하지만 나라 상황과 세계가 변화하고 있는데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당을 운영해선 국민의 뜻을 받들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의 한 재선 의원은 기자와 만나 “개별적으로 다들 어떤 마음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김 대표의 말씀은 우리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문제를 지적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반면, 사드 배치 등에 대한 대다수 의원들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만큼 이번 문제가 향후 당내 노선 갈등으로 비화하진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충청권의 한 중진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김 대표가 지금은 비대위 대표니까 영향력이 있지, 전대가 끝나면 볼륨이 작아질 수밖에 없다”며 “김종인계 의원이라고 해봐야 당에 5명 정도밖에 더 되느냐. 거기다 김 대표가 대표직을 그만두면 그 의원들도 자신이 김 대표와 생각을 같이한다고 말하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언론에서야 균형을 맞추기 위해 당내 분열이라고 쓸 순 있겠지만, 이미 당내 의견이 한쪽으로 쏠려 있기 때문에 크게 김 대표와 당내 강경파들이 부딪히는 모양새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재선 의원도 “이번 방중에 대해선 의원들이 ‘잘 다녀왔다’는 평가가 많기 때문에 노선 갈등으로까진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더민주가 집권을 하기 위해선 이번 방중이 가져온 득실에 대해 면밀히 평가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생각하고 싶은 대로만 평가를 해서는 김 대표의 지적대로 집권을 하는 데 있어선 한계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