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걸 “친문만의 잔치를 만들 순 없다”
  • 유지만 기자·정리=김헬렌 인턴기자 (redpill@sisapress.com)
  • 승인 2016.08.17 14:28
  • 호수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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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계' 대표로 당권 도전하는 이종걸 의원 인터뷰
이종걸 더불어민주당(더민주) 당 대표 후보는 당내 대표적인 비문(非문재인)계 인사다. 19대 국회에서 더민주의 마지막 원내대표를 역임한 그는 문재인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결별을 옆에서 직접 지켜본 사람이기도 하다. 20대 국회 들어 한동안 잠잠했던 그는 더민주 전당대회 예비경선을 약 일주일 앞둔 시점에 당권 도전을 선언했다. 

이 후보가 가세하면서 친문(親문재인)계 일색이었던 더민주 당권 레이스는 ‘친문 대 비문’의 대결구도가 만들어졌다. 그는 8월5일 열린 예비경선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는 세간의 전망을 비웃듯이 살아남았다. 일부 언론에서는 4명의 후보 중 상위권이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시사저널은 8월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 후보를 만나 인터뷰했다. 

이 후보는 자신의 전당대회 도전에 대해 “누군가 나서야 했던 일”이라고 밝혔다. 당내 패권을 거머쥔 주류(친문계)에 맞서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친문계의 패권이 더욱 강해진 더민주에 ‘계파 청산’이라는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겠다”고 다짐했다. 

당 대표 도전 선언이 상당히 늦었다. 

분위기에 말린 부분이 있었다. 나는 당에서 상수(常數)로 여겨지는 문재인 전 대표에게 썩 협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는 사람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여기지 않는’ 이들도 상당히 많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나보다 안티가 적은 김부겸 의원이나 원혜영 전 대표에게 출마를 권유했었다. “(당 대표에)나가시면 돕겠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모두 고사했다. 그 과정에서 시간이 좀 걸렸다. 

주변에서 말리지 않았나. 

비관적인 얘기도 많이 들었다. “어차피 이길 수 없는 선거다” “이번에는 그런 사람(친문계)끼리 대표 경선을 하게 하자”는 얘기도 들었다. 들러리 설 필요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친문들끼리 선거 치르게 해서 의미 없는 선거로 만드는 게 낫다”는 주장도 있더라. 차라리 나중에 시간이 더 흐른 뒤에 문제를 제기하는 게 맞는다는 것이다. 비관적이고 자기파괴적이었다. 하지만 더민주는 지난 50년간 수많은 일을 겪으면서 성숙해 온 정당이다. 이런 정당에서 자기파괴적으로 물러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나보다 나은 사람이 있으면 적극 도울 것이고, 정 나서는 이가 없다면 나라도 (당 대표 선거에)나가야겠다는 생각은 분명했다. 

경쟁 상대인 추미애·김상곤 후보에 비해 자신의 강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김상곤 후보는 나와 추미애 후보를 두고 ‘낡은 정치’라고 비판하지만, 오히려 김 후보는 정치를 너무 모른다고 생각한다. 당 혁신위원장을 역임하면서 했던 역할에 대해서는 존중하지만, 아직 정치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고 본다. 반면 추미애 후보는 ‘너무 정치를 잘’ 안다. 어떻게 보면 노회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나는 그런 면에서 중심이 잘 잡혀 있다. 적당히 정치를 알고, 또 적당히 정치를 모른다. 정치가 정치인을 압도하면 안 되는데, 난 정치에 압도당하지 않을 유일한 후보다. 

예비경선에서 탈락 후보로 꼽혔었다. 살아남을 것이라 예상했나. 

재미있는 말로 ‘거대한 덩어리’로 뭉친, ‘친문계’는 큰 조직을 끌어올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삭줍기’처럼 내 개인적인 인맥을 통하거나, 내 의지를 보여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상대였던 송영길·김상곤·추미애 후보는 모두 친문계의 힘이 작용했다고 본다. 하지만 나는 상황이 달랐다. ‘이삭줍기’ 하듯 여러 경로로 내 생각을 알리면 생각보다 표를 많이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막상 예비경선을 치러 보니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호응해 줬다. 

결국 계파의 힘이 여전히 강하다고 보나. 총선 당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당을 이끌면서 계파가 희석됐다는 시각도 있는데. 

여전히 그들의 패권이 당의 주도권을 잡고 있다. 그리고 김 대표가 당에 오신 후에 친문계의 패권이 더 강화된 것 같다. 이유는 간단하다. 친문계에 반감을 가지고 있던 이들 상당수가 ‘국민의당’으로 가지 않았나. 그 때문인지 총선 당시 공천 신청자가 새누리당에 비하면 굉장히 적었다. 각계 분야에서 당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는 이들이 많이 오지 못했다. 친문적 성향을 넘어서 ‘패권화’까지 됐다고 본다.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는 ‘친박계’ 후보인 이정현 후보가 당 대표로 뽑혔다. 더민주 전당대회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 보나. 

이정현 의원이 신임 당 대표가 되면서 상당히 의외였다고 평가하는 부분도 있다. 최초의 호남 출신 당 대표라는 점이다. 또 이 신임 대표 개인에 대한 기대는 있지만, 결국 ‘친박’이라는 큰 먹구름을 뚫기는 힘들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가 가진 불통의 문제가 결국 총선 패배까지 불러왔는데, 새누리당은 친박계를 살려준 셈이 됐다. 더민주가 가진 역사로 볼 때 새누리당을 참고할 수는 있겠지만, 새누리당처럼 더민주도 ‘친문당’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반대로 가지 않을까. 

새로운 당 대표가 된다면 가장 우선순위에 올릴 정책은 무엇인가. 

먼저 야성(野性)의 회복이다. 난 19대 국회에서 원내대표를 할 때, 취임 첫날부터 대통령에 대한 지적으로 시작했다. 야당의 역할은 정권에 대한 견제와 비판을 통해 대안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주도하고 여당이 뒷받침하면서 정책을 끌고 갈 때, 국민에게 어떤 영향이 있을지 살피면서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19대 국회에서 테러방지법을 두고 진행했던 필리버스터였다. 그런 야성을 회복해야 한다. 

청와대 측근 비리, 검찰 개혁, 사드 배치 문제 등 현안도 많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비리 의혹과 ‘정운호 게이트’ 등 법조 비리는 빙산의 일각이다. 이런 부분에 대한 의혹을 모두 밝히고,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 특히 공수처는 반드시 필요하다. 정치검찰을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검찰이 가지고 있는 기소편의주의에 대한 개선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드 배치 문제는 그 자체로 정부의 안보정책이 실패했다고 자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오로지 북한의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면 이해가 되겠지만, 최근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에 편입될 것이란 지적이 계속 나온다. 자칫하다가는 미국과 중국의 파워게임에 괜히 끼어드는 상황만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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