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 9월12~13일…“정부는 쉬라는데 우린 못 쉰다”
  • 박준용 기자 (juneyong@sisapress.com)
  • 승인 2016.09.07 14: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의 연차이용 장려에도 직장인들은 ‘부글부글’

출처불명의 글이 떠돌면서 직장인들은 잠시 ‘흥분상태’가 됐다. 8월말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졌던 글은 이랬다. 

 

“청와대에서 추석연휴 전 월요일과 화요일(9월 12일~13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직장인의 ‘흥분’은 이내 꺼졌다. 이 글이 곧 ‘사실 무근’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부는 “임시공휴일 지정을 검토한 적도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소문만으로도 흥분하는 직장인들의 단면. 이들이 얼마나 장기 휴가를 기다리는지를 말해주는 해프닝이 아닐까. 장기 휴가는 한국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그림의 떡’과 같다. 최근 취업정보업체 잡코리아가 직장인 533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은 보장된 연차의 62.4%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저널 우태윤


정부는 임시공휴일을 지정하지 않고 ‘장기휴가’를 갈 수 있는 다른 카드를 꺼내 들었다. 9월12~13일에 연차를 쓰라고 정부차원에서 독려하는 것이다. 정부는 공공기관․공기업에게 “추석민생대책에 적극 협조하기 위해 가을휴가(12~13일 연차사용)를 활성화하고자 하니 업무에 지장에 없는 범위 내에서 적극 활용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경제5단체(전국경제인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에도 같은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임시공휴일 지정 외에 정부가 징검다리 연휴 기간 연차 사용을 독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의 독려에 민간․공공 사업장은 따르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LG, CJ, 롯데, 한화 등 기업들은 그룹 차원에서 ‘원하면 연차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거나 ‘독려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공공기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일선 직장인들은 여전히 연차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눈치 보이는 일’인 탓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연차 사용 독려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외적으로 “연차 사용을 독려한다”고 밝힌 한 대기업에 근무하는 김아무개(31)씨는 “연차를 쓰라고 권장하는 이메일이 온 것은 맞다. 그런데 그룹차원에서 보낸 메일에 적힌 대로 연차를 썼다가는 부서장이 좋아하지 않을 것이란 걸 다들 안다. 우리 부서에 한정해서 아무도 연차를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형 증권사에 근무하는 송아무개(37)씨도 “연차휴가를 갈 수 있지만 부서원 중 서열이 높은 사람들 위주로 연차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공공부문 사업장도 연차 사용이 쉽지 않다. 지방공기업에 다니는 김아무개(27)씨는 “평소 사기업보다는 자유롭게 연차를 쓸 수 있긴 한데 이번 징검다리 연휴에는 상사가 그 기간에 먼저 쓴다고 해서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전했다. 서울지역에 근무하는 공무원 박아무개(30)씨도 “우리 구역만 한정했을 때 전혀 쉬는 분위기가 아니다”고 토로했다. 육군 위관급 장교 박아무개(28)씨도 “추석 전 12~13일에 군부대 대다수는 정상적으로 근무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