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블루, 그리고 서울의 하늘
  • 남인숙 작가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9.09 14:07
  • 호수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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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며칠 동안 인터넷에 접속하기만 하면 하늘을 찍은 사진이 눈에 띄었다. SNS나 블로그, 메신저까지 점령한 이 사진들은 시리도록 푸른 하늘빛과 흰 구름의 그림 같은 대조를 찍어 올린 것들이었다. 남 이야기할 것 없이 필자도 그랬다. 너무나 오랜만에 보아서 낯설기까지 한 하늘을 보니 저절로 스마트폰 카메라 버튼에 손이 갔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렇게 푸른 하늘이 펼쳐진 기간이 항저우 G20 정상회담 때문에 중국 공장들이 가동을 멈춘 기간과 거의 일치한다. 이상한 일이다. 환경부는 올봄, 근래 유난히 심해져 삶의 질을 하락시키고 있는 미세먼지의 원인이 우리에게 있다는 보도자료를 내놨다. 편서풍을 타고 중국에서 넘어오는 유해물질보다 국내의 경유차와 고등어구이 등이 훨씬 중대한 악영향을 끼친다고 말이다. 미세먼지의 주범은 우리인데, 왜 중국에서 공장 가동을 멈추자 하늘이 거짓말처럼 맑아졌을까. 그리고 어째서 하필 공장이 재가동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 하늘이 다시 미세먼지로 탁해졌을까. 

 

 

여기에 대해선 여러 가지 합당한 설명도 들려온다. 그 사이 동해 쪽에서 일어난 태풍이 오염물질을 밀어낸 것이고, 원래 한국 자체가 미세먼지 공장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그간 차량이 엄청나게 늘었을 뿐 아니라, 초미세먼지를 대량 배출하는 석탄 화력발전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범인(凡人)인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한국 내부의 대기오염 요소들이 꽤 많은가 보다. 필자는 환경이나 대기 전문가가 아니라 이에 대해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는 의견은 없다. 다만, 규제가 없어 동네마다 검은 연기를 뿜어내는 공장이 즐비했던 시절에도 항상 볼 수 있었던 푸른 하늘을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정부의 분석이 어찌 되었건 타국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상당량의 발암물질이 실려 있다는 것은 분명한 일이다. 그런데도 ‘저쪽’ 원인에 대한 대책은 아예 생각조차 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게 씁쓸할 뿐이다. 십여 년 전 중국을 방문했을 때 베이징이나 상하이, 항저우, 쑤저우 어디에 가나 날씨가 좋지 않았다. 함께하던 중국인 지인에게 물어보니 “왜요? 오늘 날씨 좋은 건데요?” 하는 답이 돌아왔다. 당시에는 기후가 그런 것이려니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미세먼지였고, 이제 그 뿌연 풍경은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되었다.  

 

지난 며칠, 아주 여러 겹의 우연이 겹쳐 잠깐 머리 위에 머물다 간 푸른 하늘 덕에 행복했다. 이제 창문을 닫고 공기청정기나 한 대 더 들여놓을 궁리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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