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는 왜 사법시험 폐지를 합헌이라고 했을까
  • 박준용 기자 (juneyong@sisapress.com)
  • 승인 2016.09.2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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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폐지가 부당하다는 헌법소원, 5대4로 ‘기각’ 결정돼

9월29일은 사법시험이 생사기로에 선 ‘운명의 날’이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사시폐지’ 쪽의 손을 들어줬다.

 

헌재는 9월29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사시를 2017년 폐지한다고 정한 변호사법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시 말해 이와 관련해 제기된 헌법소원들에 대해 모두 ‘기각’ 결정을 내린 것이다. 9명의 헌법재판관 중 5명이 ‘기각’ 의견을 냈다. 

 

사법시험 폐지가 정당한지 여부가 헌재의 판단을 기다린 것은 4년 전부터다. 2011년 변호사시험법이 사법시험을 2017년 12월31일까지만 시행한 뒤 폐지하도록 규정하자, 2012년 12월 이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이후 학생들은 2013년 4월, 2015년 8월, 2016년 3월에 비슷한 내용의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법소원 제기자들은 사법시험 제도 폐지가 헌법 상 평등권, 직업선택의 자유,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해왔다.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은 고액의 등록금을 내야하기에 경제적 약자들이 법조계에 진입하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헌법소원에 대해 헌재는 왜 “이유 없다(기각)”고 판단했을까. 헌재는 “사법시험폐지가 ‘사법개혁’ 입법목적에 정당한 수단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법개혁 달성을 위하여 법조인 양성을 ‘시험을 통한 선발’에서 ‘교육을 통한 양성’으로 전환하는 한편, 기존 사법시험 제도에 따라 시험 준비를 하던 사람들에게 일정 기간 응시기회를 준 다음 단계적으로 폐지하도록 한 것은 입법 목적 달성에 적합한 수단이다”라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 ⓒ 시사저널 고성준


또 사법시험 폐지논의가 오랜 기간을 거쳤고, 준비생에게도 8년 간의 유예기간을 준 점도 이유로 들었다. 헌재는 “사법시험을 준비하려고 한 사람들에게 사법시험이 존치할 것이라는 신뢰이익(어떤 법률행위가 무효로 되었을 때 그 당사자가 무효인 법률행위를 유효라고 믿었기 때문에 입은 손해)은 변경 또는 소멸되었고, 사법시험법을 폐지하고 로스쿨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입법자는 2009년 변호사시험법을 제정하면서 사법시험 준비자들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해 8년간의 유예기간을 두었다”면서 “거의 모든 이해관계인이 참여하여 오랜 논의를 거쳐 도출해 낸 사법개혁의 결과물”이라 밝혔다.

 

로스쿨 입학 비리와 고액 등록금 때문에 사법시험 폐지가 위헌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로스쿨을 설치한 대학 중 일부에서 입학전형의 불공정이나 교육과정의 부실 등이 지적된 바 있으나, 지금은 로스쿨 제도가 도입 취지에 맞게 제대로 운영되고 정착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로스쿨 제도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사법시험 폐지가 헌법소원 제기자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단한 재판관도 네 명(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조용호 재판관)이었다. 이들은 “사법시험 제도의 폐지로 인해 로스쿨에 진학할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입게 되는 불이익은 사법시험 제도의 폐지를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못지않게 중대하다”는 의견을 냈다. 사법시험 폐지가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 평등권, 공무담임권 등을 침해한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다섯 명의 재판관이 ‘기각’의견을 냈기에 네 명 재판관의 의견은  ‘소수의견’으로 남게 됐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사법시험 제도는 2017년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사법시험 존치 여부를 두고 찬반양론이 치열하게 대립한 사회적 비용을 치른 적이 있다. 특히 2015년 12월 법무부가 사법시험 폐지를 2021년까지 4년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가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하는 등 혼란이 가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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