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없는 ‘군대 영창’, 이대로 괜찮나요
  • 박준용 기자 (juneyong@sisapress.com)
  • 승인 2016.10.11 14:5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제동 발언 이후 다시 관심 받는 ‘영창제도’

“1분 내로 튀어(뛰어)와.”

한 부대에서 당직을 서던 군 지휘관이 샤워를 하던 병사들에게 지시했다. 부대 대대장이 주최한 회식 이후 평소보다 늦게 복귀한 병사들이 떠든다는 이유에서였다. 병사 A씨는 제 시간에 가지 못할 것같다고 했고 지휘관은 "말대답한다"며 벌을 줬다. 그 벌은 옷을 벗긴 채로 얼차려를 시킨 것. 얼차려를 받은 병사 A씨에게는 징계 입창(영창) ‘15일’이라는 처분이 내려졌다. 징계 입창 심사 시 필요한 3일 간의 검토 절차도 없었다. 이 때문에 A씨는 징계 입창 처분에 대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만약 누군가 ‘한 명’에게 밉보여서 2주가 넘게 감금된다면, 당신은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설령 당신이 군인 신분이고, 밉보인 이가 지휘관이라 해도 말이다. 

 

시사저널 포토

A씨의 사례는 군대 영창제도의 허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현재 법규상 영창제도 자체는 위헌 소지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현행범이 아님에도 법원이 발부하는 영장이 필요 없이 지휘관 재량으로 병사를 가둘 수 있다는 점이다. 인신을 구속할 때는 영장이 필요하다는 헌법상 영장주의(12조 3항)와 배치된다. 또 병사를 징계입창하려면 반드시 군사법원 판사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독일의 경우와도 대조된다.  

 

병사를 징계 입창할 때 징계위원회가 열리긴 하지만, 이 위원회의 대표는 지휘관이다. 병사입장에서는 징계 항고를 할 수 있지만, 이 또한 군 지휘계통의 판단을 받는다. 

 

지휘관의 판단에 따라 징계입창을 가리다 보니 형평성 문제도 숱하게 제기된다. 징계입창 문제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은 또 다른 병사 B씨의 경우가 그렇다. B씨는 부대 내에 휴대폰을 반입한 사실이 드러났지만, 같은 경우의 다른 병사들은 ‘휴가제한’ 조치를 받았을 때 본인은 ‘징계입창’조치를 받은 바 있다.

 

진수명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은 “영장 없는 징계입창은 부당 감금일 수 있다. 그래서 국가인권위에서 몇 차례 권고를 했다. 자체적으로 형사 절차를 밟지 말고 형사소송법에 따라서 군 판사가 확인을 하고 징계 입창을 시키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군대 사건이 국가인권위에 넘어오는 것을 보면 부대에서 자체적으로 징계입창을 시키는 경우가 참 많다”고 말했다.   

 

아울러 ‘영창’ 징계를 간부가 아닌 병사만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위헌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군 인권 실태조사 보고서》를 통해 “영창제도는 심각한 인권침해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면서 “영창처분이 병사에게 국한된다는 사실은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영창제도는 참여정부 시절 폐지 기로에 섰으나, 국방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대안으로 2006년 인권법무관 제도가 도입됐다. 인권 담당 법무관이 징계입창의 적법성을 심사하는 제도다. 하지만 이 제도는 갈수록 ‘유명무실 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진수명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은 “인권 담당 법무관들은 군에서 오래도록 생활을 한 사람들이다”면서 “독립성이 부족하고, 오히려 병사보다는 군 지휘부와 가깝다”고 말했다. 

 

김인숙 변호사도 “인권 담당 법무관이 현재는 주어진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완전히 독립된 외부에서 누군가가 들어가서 징계입창 여부의 타당성 판단을 하지 않으면 군 내부에서는 독립성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