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 논란서 등장한 ‘준조세’ 누구냐, 넌?
  • 박준용 기자 (juneyong@sisapress.com)
  • 승인 2016.10.14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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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재단 486억, K스포츠재단 270억원, 은행권 청년창업재단 4000억원, 청년희망재단 881억원….

 

현 정부 들어 이렇게 여러 재단이 기부금을 끌어 모았습니다. 기부한 이는 대기업․대형은행 등이었지요. 이 대기업과 대형은행들은 한 번에 수십억, 수백억씩을 위의 재단에 ‘쾌척’한 것처럼 돼 있습니다. 

 

이 돈들, 기업들이 정말 원해서 낸 기부금일까요? 점차 커져가는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을 둘러싼 의혹들, 이들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기부금을 내야 했던 대기업 관계자들의 ‘토로’가 등장했습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회사마다 기부금을 내야 하는 할당량이 있었고, 이를 채워야 했다”는 겁니다. 기부금의 형태지만 기업들이 사실상 스스로 원해서 낸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서울 강남구 언주로에 위치한 재단법인 K스포츠 © 시사저널 박정훈

이를 두고 정부가 강제한 기부금의 성격이 사실상 ‘준조세(準租稅)’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까지 나섰습니다. 문 전 대표는 10월13일 4대 기업 경제연구소 소장들과 간담회에서 “정부가 대기업의 경제활동을 돕는다며 앞으로는 법인세를 낮추면서 뒤로는 막대한 돈을 준조세로 거두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그럼 준조세란 뭘까요? 준조세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기관 등이 경제주체에 부과하는 각종 비용 부담을 말합니다. 특징은 사실상 세금이지만 이를 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명백한 법적 규정이 없다는 것입니다. 관례상 강제적인 것이면 준조세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기료 등 공과금, 사회보험료가 대표적 준조세에 해당합니다. 

 

이번에 논란이 된 ‘강제적인 기부금’도 이 준조세로 보는 분석이 많습니다. 이처럼 강제적 기부금까지 준조세로 본다면 현 정권의 준조세 규모는 역대 최대 규모라는 주장이 나옵니다. 더민주는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청년희망펀드 등 6개 민간 재단․펀드․연구소에 내놓은 기업 기부금 액수를 총 2164억원으로 추정했습니다. 기부금을 포함해 2015년 기업이 부담한 준조세는 18조원, 2016년 20조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그럼 준조세를 걷으면 생기는 가장 큰 문제점은 뭘까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법적 정당성 문제입니다. 세금을 걷을 종목과 세율은 법으로 정하도록 돼 있습니다. 이를 ‘조세법률주의’라고 합니다. 법에 명시돼 있지 않은 준조세를 정부가 자체적으로 자꾸 부담시키는 것은 법률에 위배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준조세가 사회적 비용낭비로 흐를 수 있는 문제입니다. 기업에게 준조세로 걷은 비용은 자칫 효율적인 곳에 쓰이지 못할 우려가 있습니다. 이 비용이 정부의 투명한 관리 속으로 들어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경율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은 이렇게 지적합니다. 

 

“기업의 팔을 비틀어서 걷는 준조세가 많아진다는 것은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나 있을 수 있는 현상이다. 이는 경제 3주체(가계․기업․정부)에게 모두 비효율적일 수 있다. 이렇게 걷힌 돈이 곧바로 임금으로 가는 돈도 아니고, 기업 재투자에 쓰일 재원도 아니고, 정부 복지재원으로 쓰이는 것도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웃지 못하고 결국 어둠 속에서 몇 사람만 웃는 게 아닐까 생각도 든다.” 

이 때문에 준조세로 기업에게 돈을 걷기보다는 법인세를 올리면 ‘법적 정당성’과 ‘효율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김관영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업이 자신의 영업실적에 따라 내야 할 만큼의 세금만 내면 당당히 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면서 “준조세를 거액으로 뜯기는데 법인세를 올리자면 어떤 기업이 동의하겠나. 해법은 법인세를 올리고 준조세를 줄이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윤호중 더민주 정책위의장도 "꼼수증세를 통해 국민을 힘들게 하지 말고 이제 법인세 정상화를 비롯한 착한 세금 정책으로 우리 경제와 사회를 살려나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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