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이 위험하다
  • 박준용 기자 (juneyong@sisapress.com)
  • 승인 2016.10.2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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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5명 순직…경찰관 자살 원인 1위는 ‘우울증’

10월 20일 오후 6시, 전국 경찰관서에는 침묵이 흘렀다. 전날 숨진 고(故) 김창호(54) 경감을 추모하는 묵념이었다. 김 경감은 10월19일 서울 강북구 오패산 터널 인근에서 난동을 부리던 범죄 용의자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용의자가 난사한 사제(私製)총에 맞아 숨졌다. 

 

동료 경찰관들은 그를 추모하기 위해 묵념과 더불어 모두 가슴에 검은 근조 리본을 달았다. 경찰서에 조기도 게양했다. 김 경감이 사망한 지 이틀 째인 21일은 경찰의 날이었지만 준비됐던 경찰의 날 행사는 줄줄이 취소되거나 축소됐다. 전남지역 경찰서 소속 한 경찰관  “여느 때와 달리 이번 경찰의 날은 마음 한 구석이 저리고 아프다”면서 무거운 분위기를 전했다. 

 

ⓒ 연합뉴스

김 경감 순직으로 위험에 노출된 경찰관의 근무환경도 수면위로 떠올랐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 간 순직한 경찰관은 모두 75명이다. 매년 경찰관 15명이 직무수행 중 피습이나 교통 및 안전 사고로 숨진다. 부상자도 많다. 2010년부터 2015년 7월까지 공무를 수행하다 부상을 당한 경찰은 1만612명이었다. 

 

경찰관의 안전장비는 턱없이 부족하다. 방탄조끼가 대표적이다. 전국 지구대와 파출소에 보급된 방탄복은 1000벌에 불과하다. 지구대․파출소 2곳마다 한 벌 꼴이다. 그나마도 있는 방탄조끼도 구형(舊型)이라는 지적도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한 경찰관은 “보급된 방탄복이 입고 근무하지 못할 정도로 무거운 구형인 실정이다”라면서 "그나마 한 파출소에 하나씩 다 돌아가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위험하고 과중한 직무 탓에 정신적 스트레스 강도도 높다. 위험업무에 대한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경찰관도 많다. 2014년부터 2016년 8월까지 전국 네 곳의 ‘경찰 트라우마센터’를 이용한 경찰관은 4514명에 달했다. 누적 이용 횟수는 6025회였다. ‘경찰 트라우마센터’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치유하기 위해 2014년 설립됐다. 

 

심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찰관도 있다. 9월7일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올해 7월까지 5년 사이 경찰관 9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살 원인 1위는 ‘우울증’이었다. 

 


이 때문에 정부 차원의 경찰관 근무환경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지방경찰청의 한 경찰간부는 “일선 경찰관들은 과중하고 위험한 업무를 계속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정부가 근무여건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박남춘 의원은 “직무와 관련된 과중한 스트레스가 경찰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면서 “처우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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