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와 내부자들, 뿌린 대로 거둘 것이다.
  • 권상집 동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1.25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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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사상 첫 피의자 된 대통령, 인과응보와 사필귀정의 운명

예상외로 장기전이 될 듯하다. 국민들도 박근혜 대통령의 고집과 안하무인 태도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을 것이다. 2013년 취임할 때 국민행복을 위해 모든 걸 다 바치겠다고 약속했던 대통령의 모습은 지금 온데간데 없다. 국민들이 매주 거리로 나와 전국적으로 퇴진과 하야를 외치고 국회는 여당과 야당을 가리지 않고 탄핵을 주장하고 언론에서는 매일 같이 비정상적인 국정 운영을 강하게 질타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녀는 침묵을 유지하며 급기야 ‘너희들이 해볼 테면 해봐라’식으로 맞서고 있다. 박 대통령을 보면 이제 공모, 헌정사상 첫 피의자, 협박, 비아그라 등 차마 거론하기도 싫은 불쾌한 키워드들만 연상된다. 고집은 세되 자존심은 없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지금 국격과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를 얼마나 훼손하고 있는지 그녀만 혼자 모르고 있다.

 

원칙과 신뢰를 그토록 강조하며 언행의 번복을 굉장히 혐오하던 그녀는 지금 자신에게 쏟아지는 의혹과 비난, 검찰의 칼날이 눈앞까지 다가오자 다시 강경 모드로 모든 입장을 선회하고 자신이 내뱉은 말을 손쉽게 뒤집고 있다.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도 거부하겠다, 검찰 조사도 거부하겠다는 이 뻔뻔한 논리는 도대체 무엇인가. 과거 많은 인사들이 박 대통령의 장점으로 거론한 ‘애국심’도 그녀에게 과연 있었는지조차 의문이다. 자기애로 똘똘 뭉친 대통령의 불통은 점점 더 많은 국민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 탄핵 절차가 쉽지 않고 탄핵 절차를 밟아도 기간이 오래 걸리기에 해볼만하다고 판단한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과 불쾌함마저 든다.

 

ⓒ 시사저널 임준선·박은숙

이번 주 초에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박 대통령과 최순실의 공모 사례는 과연 대통령이 어디까지 추락했는지 보여주는 직접적 근거가 되기에 충분했다. 그녀는 청와대에서 모든 정책을 진두지휘해야 할 정책조정수석에게 10대 대기업 회장들과의 면담 준비 등 사적 업무만을 지시했고, 직접 최순실의 요청을 실행하기 위해 삼성을 포함한 7개 대기업 회장들을 상대로 미르재단에 대한 출연금 모금을 강제적으로 요구했다. 아울러 최순실이 ‘KD코퍼레이션’ 사업소개서를 전달하며 대통령에게 대기업과의 거래를 요청하,자 대통령은 곧바로 현대자동차 회장을 불러 ‘KD의 납품을 받으라’는 직접적인 명령을 내렸다. 대통령이 최순실의 지시를 받고 행동대장이 됐다는 검찰의 공소장은 숨겨진 그녀의 이중적인 만행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촛불도 바람이 불면 꺼진다는 김진태 의원은 ‘혼이 비정상’ 그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대표는 연일 박 대통령 옹호에 바쁘고 촛불집회 비판 발언으로 도마에 오른 김 의원은 일부 보수 단체들에게 ‘박근혜 대통령 하야 반대 집회’를 독려했다. 인터넷에서는 이 대표와 김 의원의 지역구 주민들을 성토하는 글까지 등장하고 있다. 4년 임기 국회의원이 안하무인 태도와 불통 행위를 보이고 있으니 이들 역시 다음 선거에서 지역 주민들의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국민을 대상으로 겁박한 정치인의 끝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디를 봐도 언제나 비참하고 초라했다.

 

이런 측면에서 박 대통령과 그녀를 따르는 내부자들은 전략 설정 역량도 부족한 것 같다. 정치인들이 가장 즐겨 사용하는 전략은 프레임 설정인데 이들은 지금 전 국민을 가상의 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영남 대 호남’, ‘참신 대 구태’, ‘미래 대 과거’ 등 자신들을 지지하는 집토끼(기존 고정 지지층) 세력을 확고하게 마련한 후 상대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프레임을 정치인들은 즐겨 사용했다. 그런데 이번에 박 대통령과 친박 일부 비정상적인 의원들은 ‘박근혜 대 국민’으로 프레임을 완전히 잘못 설정했다. 4%의 지지 세력이 있다고는 하나 이 역시도 대통령에 대한 안타까움, 연민을 느끼는 사람들의 소극적 지지일 뿐이다. 지금 대한민국 어디를 가도 현 정권을 두둔하거나 박 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면 비정상․몰상식․비상식으로 규정 받기 쉽다. 프레임이 ‘박근혜 대 국민’으로 전환되자 대통령에게 누나라고 호칭하며 가벼운 처신으로 눈총을 받았던 윤상현 의원 및 일부 친박 세력들은 조용히 그 대열에서 이탈하기 시작했다. 타락한 내부자들은 또 다른 라인에 발을 담그기 위해 지금 불철주야 물밑에서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공직자로서의 도리를 강조하던 박 대통령의 안하무인 태도로 인해 내각의 작동은 멈춰 섰고, 세종시 모든 공무원들의 작업과 국책 과제도 모두 가동이 중단됐다. 더욱이 최근 임명된 최재경 민정수석 역시 사의를 표명했다. 최 수석은 ‘청와대가 불타는 수레라서 사의를 표명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이미 판이 기울어졌음을 그도 직감했을 것이다. 1980년대 전두환․노태우 심판을 위해 열렸던 청문회를 뛰어넘는 인물들이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한 증인으로 확정됐다. 이번 최순실 농단 사건을 풀기 위해 구성된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이재용 삼성 부회장마저 증인으로 확정시켰다. 필자가 아는 한 지인은 “삼성 오너가 국정조사 증인으로 참석할 정도면 이미 박근혜와 청와대는 끝났다”라며 파국을 예상했다.

 

박 대통령이 장기전에 돌입하면 여론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박 대통령은 두 가지를 생각한 듯하다. 첫째, ‘저렇게 시끄럽게 떠들며 촛불 들다가 12월 되면 겨울 추위가 다가오고 연말이니 알아서 조용해지겠지’라는 착각. 그리고 둘째, ‘계속 최순실 뉴스가 나오면 국민들이 이젠 듣는 것도 지쳐서 정치 혐오증이 더 커져 이내 무덤덤해지겠지’라는 착각을 한 것 같다. 그런데 이번 분노는 매서운 한파나 연말연초라는 분위기로 덮어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그녀만 모르는 듯해서 여전히 답답할 뿐이다. 탄핵으로 갈 경우 그녀를 두둔하기 위해 혹시라도 헌법재판소 재판관 일부가 탄핵 반대 결정을 내린다면 그 역시도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다만 앞으로 더 많은 국민들이 광장에 나와 촛불을 들텐데 이럴 때 에너지를 너무 소모하며 흥분해서는 곤란하다. 일부 시위 참가자들은 (시위라는 말도 우습다. 정확히 말하면 대통령 퇴출 대국민 운동이라고 부르는 게 타당하다) 평화 시위를 하니 대통령이 여전히 국민을 우습게 본다고 주장하며 보다 강경하게 나가야 할 필요성을 거론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와 그녀를 경호하는 정치적 내부자들이 그런 선동을 가장 바라고 있으니 항상 주의해야 한다. 장기전에서는 먼저 에너지를 소모하는 쪽이 불리하다. 지적 능력이 부족한 헌정사상 첫 피의자인 대통령을 대상으로 현명한 국민이 쉽게 흥분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하야를 하지 않는 이상 국회에서 정식 탄핵 절차를 밟아서 그녀를 권좌에서 밀어낸 후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 차분하고 냉정한 관점으로 이 사태를 바라봐야 하는 이유이다. 대통령은 분명 법의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야당은 국민들이 내린 명령을 토대로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말고 신속한 탄핵 절차에 돌입해야 한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박 대통령은 학생들의 절규를 외면하고 7시간 동안 은둔했다. 그리고 기울어진 배에서 학생들을 구조하지 않고 결국 배가 완전히 침몰된 후 나타나 동문서답 태도로 위기에 대처, 국민의 공분을 산 바 있다. 세월호 사고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그녀와 그녀를 지키는 내부자들은 퇴진하라는 국민들의 절규를 또 다시 외면한 채 청와대에서 은둔하고 있다. 사죄해야 할 타이밍도 놓쳤다. 오히려 고압적인 태도로 국민들에게 맞서고 있다. 국민들의 명령으로 그리고 탄핵이라는 합법적 절차로 인해 대통령은 결국 침몰하게 될 것이다. 역대 최악의 대통령이 완전히 침몰했을 때 그녀를 위해 구원의 손길을 내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인과응보(因果應報)와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니 결국 다 뿌린 대로 거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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