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불똥, 권오준 포스코 회장 연임 전선 ‘먹구름’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press.com)
  • 승인 2016.12.07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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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동 전 경제수석 “권 회장 적임자 아니라는 소리 들었다” 진술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에서 2014년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선임 과정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관련 내용이 사실이라면, 연임을 놓고 고심 중인 권 회장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12월7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권오준씨가 포스코 회장으로서 요건을 갖췄다고 보는가”라고 묻자 “그 당시에 자격이 충분하지 않다는 말을 들은 바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난 5일 청와대 등에 대한 기관보고회의에서 “당시 김기춘 비서실장이 조원동 수석에게 권오준을 시키라고 지시했고, 최명주 포스텍기술투자 사장에게도 같은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한 바 있다. 최명주 사장은 조 전 수석과는 영국 옥스퍼드대 동문 사이로 그동안 청와대와 포스코 간 연결고리 역할을 해왔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5일 회의에서 박 의원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조원동 전 수석에게 ‘권오준이 어떻겠느냐’고 묻자 조 전 수석은 ‘알아보니까 회장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기춘 당시 실장이 ‘지시하는 대로 따르라’고 윽박질러 동문인 최 사장에게 같은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다만, 김 전 실장은 이 같은 사실을 부인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11월1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권 회장 낙점, 포스코 역사상 전례 없는 파격인사

3년 전 권 회장이 포스코 수장에 선임된 것은 파격적인 인사에 가까웠다. 그동안 포스코 회장은 이사회 등기이사 중에서 뽑는 것이 관례였다. 또 현장을 중시하는 포스코 내부 분위기 상 제철소 소장을 맡아본 사람이 맡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관례와 다르게 권 회장은 회장에 오르기 전까지 비등기 임원인 기술부문장(사장)에 있었으며, 1986년 입사 후 주로 기술연구소에서 시간을 보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는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원장을 지냈다. 5일 회의에서 박 의원은 “포스코 전체 계열사 중 가장 규모가 작은 축에 드는 포항산업과학연구원장 자리는 포스코 전체 직급으로 치면 상무급에 불과한데 어떻게 이런 사람이 회장에 오를 수 있냐”고 따졌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청와대가 “차기 회장에 내부 인사를 제외하라”고 지시한 것은 2013년 11월 무렵이었다. 당초 청와대는 외부 인사 중에서 적임자를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시 이사회 의장인 이영선 연세대 명예교수와 포스코 임원출신들이 “내부 사정을 잘 모르는 외부인사는 안 된다”고 반발, 다시 내부 출신으로 변경됐다. 이 과정에서 후보에 올랐던 김준식 전 사장과 윤석만 전 포스코건설 회장은 탈락됐다. 한 전직 포스코 임원은 “김 전 사장은 정준양 전 회장의 측근인데다 광주일고 출신이라는 점이 감점요인이었고, 윤 전 회장은 들러리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이들 대신 권 회장(당시 사장), 정동화 전 부회장, 김진일 사장이 후보에 올랐으며, 포스코 이사회는 김 사장을 뺀, 권 회장, 정 전 부회장 두 사람을 최종 후보로 올렸다.

최종 면접에서 권 회장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사전 예고 없이 영어 인터뷰가 진행돼 권 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됐다는 것이다. 권 회장은 캐나다 윈저대에서 석사,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아 영어에 능통하다. 반면, 정 전 부회장은 포스코 한양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광양제철소 부소장, 포스코건설 사장 등을 역임한 ‘국내파’다. 정 전 부회장은 이와 관련해 언론과의 통화에서 “영어로 인터뷰가 진행된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관련업계의 관심은 차기 포스코 회장 자리에 누가 오르느냐에 쏠리고 있다. 권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14일까지다. 연임을 위해서는 최소 3개월 전에 이사회에 관련 사실을 알려야 한다. 현재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이명우 동원산업 사장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권 회장이 연임할지를 파악하는 것부터가 급선무”라고 밝혔다. 권 회장이 회장 연임에 도전한다면 포스코 이사회는 CEO 후보추천회를 구성, 권 회장에 대한 자격 심사를 벌인다. 후보추천위는 이명우 사장, 신재철 전 LG CNS 대표이사 사장, 김일섭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 총장, 선우영 법무법인 세아 대표변호사,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고문 등 6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되다. 만약 반대로 권 회장이 연임을 포기한다면 CEO승계협의회에서 차기 회장을 선출한다. 

 


권 회장 9일 이사회에서 연임 도전장 내밀 듯

권 회장은 오는 9일 예정된 정기 이사회에서 자신의 거취를 밝힐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포스코 내부에서는 권 회장의 연임 도전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다만, 계열사였던 포레카 매각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은 것이 걸림돌이다. 또 3년 전 회장 선임 과정에 최순실 등 비선실세가 개입했을 경우 연임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봐야한다. 계열사 수만 줄인, ‘생색내기용 구조조정’이라는 점도 감점 요인이다.
 
권 회장이 연임을 포기할 경우, 차기 회장은 누가 유력할까. 포스코 내부에서는 김진일 사장, 최정우 가치경영센터장(부사장) 등이 꼽힌다. 김 사장은 철강생산본부장, 최 부사장은 정도경영실장을 맡았다. 김 사장은 세 번째 도전이다. 비등기임원 중에는 황은연 사장이 꼽힌다. 다만 비등기 임원인데다 최순실씨 등 박근혜 대통령 비선세력과 펜싱팀, 배드민턴팀 등 스포츠단 창단을 협의했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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