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5%’와 ‘미스터 4%’, 남다른 프랑스의 탄핵 관심
  • 김경민 기자 (kkim@sisapress.com)
  • 승인 2016.12.09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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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통령 탄핵 상황 예의주시하는 프랑스

2016년은 한국과 프랑스의 관계에 있어서 매우 의미 있는 해였다. 한불수교 130주년이 되는 해로, 6월3일 박근혜 대통령은 프랑스 파리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만나 정상회담을 했다.

 

이 두 정상의 만남은 결과적으로 한국과 프랑스에서 ‘역사상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들의 만남이란 굴욕적인 기록을 썼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올랑드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4%에 불과했다. ‘4%’라는 저조한 숫자를 마주한 올랑드 대통령은 결국 내년 재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했다. 현대 프랑스 역사상 재선 출마를 포기한 대통령은 그가 처음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헌정 사상 최저 지지율을 기록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11월 첫째 주 이후 평균 5%에 머물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제기된 이후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 연합뉴스

한국과 프랑스의 불명예스러운 ‘인연’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두 나라의 대통령은 각각 ‘탄핵’의 심판대 위에 서는 역사를 썼다. 올랑드 대통령은 야당 의원이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하며 위기를 맞았는데 11월23일 탄핵안은 부결됐다. 박 대통령은 ‘국정농단’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세 차례에 걸쳐 대국민담화를 발표했지만 결국 민심은 수습되지 않았고 12월9일 결국 탄핵됏다. 

 

현직 대통령 자격으로 각국 검찰의 수사대상이 된 두 대통령의 기막힌 인연. 박 대통령과 올랑드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에 내몰린 이유는 무엇일까. 박 대통령의 발목을 잡은 것은 ‘최순실씨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이었다. 대통령이 최순실씨라는 개인에게 대통령 연설문, 국정 계획, 일정 등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사안을 공유한 정황이 도화선이 됐다.

 

올랑드 대통령도 ‘국가 기밀 누설’이 탄핵 사유가 됐다는 점이 닮았다. 《대통령이 이렇게 말하면 안 되는데》라는 제목의 대담집에서 시리아 대통령 암살을 지시하고 비밀 군사작전을 통해 그의 본거지를 파괴할 계획을 세웠다고 털어놓은 것이 화근이었다. 또 사회당 동료 의원들을 비난하면서 사회당 의원이 할복하길 바란다고도 말했다.

 

서로 남일 같지 않아서일까. ‘대통령 탄핵을 결의한 국회의원들’ ‘탄핵의 단두대 아래 선 대통령 박근혜’ ‘무당과 대통령’…. 어제 오늘 《르몽드》《르피가로》 등 프랑스 유력 일간지들은 한국의 정치 상황을 발 빠르게 보도했다. ‘한국 전문가’의 분석을 동원해 박근혜 인물탐구부터 한국의 야당과 여당의 움직임, 시민들이 목소리까지. 매일 1건 이상의 관련기사를 전하며 폭넓게 보도하는 모습이다.

 

12월9일 오후5시30분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되자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이를 긴급뉴스로 타전했다.

박 대통령 탄핵안 가결 직후 프랑스 일간지들은 국내판 사이트에 이 소식을 대서특필했다. 《르몽드》는 온라인판 1면에 ‘긴급 뉴스’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이 234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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