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환 NH농협금융 회장 “경영은 타이밍이다”
  • 이용우 시사저널e.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1.04 10:04
  • 호수 14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반기 적자 실적 각오하고 ‘빅배스’ 단행 부실자산 털어내고 하반기 흑자로 전환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경영에서 타이밍을 무엇보다 강조한다. 스스로도 타이밍을 잘 포착한다고 자부한다. 2016년 상반기 그의 타이밍 포착 능력이 돋보였다. ‘빅배스’(Big bath·부실자산을 한꺼번에 손실 처리하는 것)를 단행한 것이다. NH농협은행 부실채권을 한꺼번에 손실 처리해 회계 투명성을 높였다. NH농협은행은 2007년부터 이어진 조선·해운 분야 부실여신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었다. 언젠가는 손실 처리해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했다. 더 늦췄다간 내년(2017년)이 더 어려워질 듯했다. 김 회장은 “누구든 한 번은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판단했다.

 

빅배스를 단행하자 당연히 2016년 상반기에 적자가 났다. 성적이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NH농협금융지주는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출범 이래 최대 규모의 인사도 단행했다. 하반기 NH농협금융지주는 흑자로 전환했다. 타이밍이 절묘했다. 시사저널e는 12월27일 서울 중구 새문안로 NH농협금융지주 회장실 부속 접견실에서 김용환 회장과 인터뷰했다. 김 회장은 접견실에 마치 놀러 온 사람처럼 나타났다.

 

김용환 NH농협금융 회장 ⓒ 시사저널 임준선

경영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무엇인가.

 

NH농협금융지주는 후발주자다. 출범한 지 4년밖에 안 됐다. 선발주자를 따라가려면 남과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 NH농협금융지주에 와 보니 임직원이 대면보고를 원하더라. 공무원 입장에선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 보니 대면보고가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사업은 다르다.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하면 바로 실행해야 한다. NH농협금융지주는 상당히 보수적이었다. 형식과 관행을 중시했다. 조직문화를 보다 더 순발력을 중시하게끔 바꿔야 했다. 취임 이래 시스템을 바꾸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스마트폰으로 결재 문서를 확인하고 바로 결정한다. 사무실에 있을 이유가 없다. 일하는 장소와 시간은 한정할 필요가 없다.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야 타이밍도 제때 포착할 수 있다.

 

또 현장에 답이 있다. 현장 실무자와 대화하면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영업점을 다니며 의견이나 건의사항을 듣다 보면 반영할 게 너무 많았다. 영업본부장 중 1·2등 하는 실력자를 찾을 수 있다. 실력자는 반드시 부행장에 발탁한다. 여신심사와 리스크 분야 쪽에서 인재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런 직원은 현장을 안다. 부행장을 시켜보니 역시 잘했다.

 

 

상반기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탓에 2000억원 이상 적자를 기록했다.

 

신경분리(농협중앙회 사업구조 개편) 전부터 농협은 대기업 여신을 많이 늘렸다. 그럼에도 거시경제 지표 등 대출 위험도를 제대로 분석하지 않아 부실을 많이 떠안았다. 농협 관계자 대다수가 적자를 예상치 못했다. 농협의 주주는 농민이다. 농민에게 배당해야 한다. 적자를 내서 배당 못하면 반발이 나올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아무도 적자를 감수하며 부실채권을 털어내지 못했다.

 

다른 은행들은 3년에 한 번(은행장 교체 등 변화 있을 때) 빅배스를 단행했다. 반면 농협은 부실자산을 제때 정리하지 못했다. 취임하자마자 부실채권을 정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야 새로 도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 타이밍이었다. 대기업 부실채권을 정리하겠다고 마음먹고 농협중앙회 이사회에 설명했다. 그 전엔 조선·해운 부실채권이 얼마인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하반기에도 적자가 날 수 있다고 봤다. 그래서 배당을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내 기본급의 10%도 반납했다. 계열사별로 경비를 20% 줄였다. NH농협금융 전 임직원이 열심히 일했다. 전사적으로 뛰다 보니 예상보다 빨리 회복됐다. 결과적으로 대기업 여신 충당금을 상반기에 쌓지 않고 하반기로 미뤘으면 더 심각해질 뻔했다.

 

 

성과에 기초해 부행장 80%를 교체했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건가.

 

업무처리 능력과 전문성만 보고 인사한다. 이번 승진자는 전임자보다 능력이 있다. 지역 따위는 모른다. 능력 없으면 출신 지역이 어디든 소용없다. 성과연봉제는 도입해야 한다. 농협은 계열사부터 도입하라고 지시했다. 농협캐피탈은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실적이 워낙 좋게 나왔다. 목표를 120% 초과 달성했다. 성과연봉제는 일하는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다. 은행에 도입하면 수익이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본다. 다만 저성과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야 한다. 성과 지표를 누구나 인정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명칭 사용료를 농업지원 사업비로 이름을 바꿨다. 이름만 바꾼 것 아닌가.

 

명칭 사용료라는 이름에 대한 오해가 있었다. 명칭 사용료는 농업과 농촌을 지원하는 데 사용하는 재원이다. 농협이라는 브랜드 사용 대가로만 인식해 오해가 생겼다. 농업지원 사업비로 이름을 바꾸면 오해가 많이 줄어들 수 있다. 농협금융 주인은 농민이다. 농업지원 사업비는 중앙회 인건비와 농촌을 지원하는 데 쓰인다. 당연히 줘야 한다고 본다.

 

 

신경분리 한 뒤 은행 영업이익이 줄고 있다. 신경분리 하지 않아야 했다는 소리도 있다.

 

2012년 농협중앙회 사업구조개편, 즉 신경분리는 하길 잘했다고 본다. 신경분리 하지 않고 농업협동조합 구조를 유지했다면 수익성은 훨씬 떨어졌을 것이다. 지금은 계열사만 봐도 수익을 훨씬 잘 내고 있다. 발전하고 있다. 조선·해운 충당금 문제는 2007년부터 내려왔다. 그걸 털어내지 못하고 계속 끌고 왔다. 그러다가 이번에 정리한 것이다.

 

 

퇴근하면 뭘 하며 보내는가.

 

아내와 영화 보고 드라이브하는 걸 좋아한다. 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 영화 《마스터》를 봤다. 주말을 뺏기면 굉장히 억울해한다. 주말엔 무조건 놀아야 한다. 직원에게도 놀라고 한다. 과거를 생각해 보니 매일 야근을 했다. 상사가 주말에 나오면 모두 출근했다. 그렇다고 일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대기했다. 비효율적이었다. 늦게 퇴근하는 것도 피한다. 일찍 퇴근해서 자기 공부를 하게 한다. 복지도 신경 쓴다. 어린이집을 1층에 만들었다. 회장에 취임한 뒤 가장 잘한 일이다. 그 덕에 사내 결혼이 늘었다. 지금은 아이디어 시대다. 자리 지킨다고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다. 예전과 다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