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합의는 외교 굴욕 더 많은 소녀상으로 맞서겠다”
  • 이민우 기자 (mwlee@sisapress.com)
  • 승인 2017.01.06 09:19
  • 호수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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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 “20만 동행인을 찾습니다”

한·일 양국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협상을 타결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양국 정부의 협상에도 불구하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발도 여전하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정대협을 이끄는 윤미향 상임대표는 2016년 12월29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정대협 사무실에서 진행된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는 피해자의 상처를 어떻게 어루만지고 치유할지 안중에 없었다”며 “정부가 피해 당사자의 동의도 없이 진행한 협상은 당연히 무효”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일 합의 이후 출범한 ‘화해·치유재단’ 대신 ‘정의·기억재단’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20만 명의 동행인이 매주 수요일마다 1000원씩 후원해서 시민들의 손으로 피해자 할머니들의 아픔을 달래주겠다는 계획이다. 또 일본 정부의 책임을 명확히 밝히기 위해 국내외에 더 많은 소녀상을 건립해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 © 시사저널 최준필

한·일 협상에 대한 논란이 1년간 이어졌다.

 

이미 협상 타결 당시부터 논란은 예고됐다. 합의 자체가 굉장히 짧은 시간에 무언가에 쫓기듯이 진행됐다. 외교부는 발표 직전까지도 ‘합의가 어렵다’고 했는데, 불과 사흘 만에 정부 간 합의가 도출됐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굉장히 가볍게 처리했다는 의미다. 외교부 장관이 아니라 청와대가 정치적 결정을 내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 협상 내용도 피해 당사자나 시민사회의 요구를 담지 못했다. 그간 일본·미국·유엔 등을 돌면서 국제 기준도 만들고 각국 결의안도 관철시켰다. 그렇게 해서 이뤄놓은 내용이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다. 피해 당사자의 요구를 담지 못한 채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외교 참사이자 굴욕이라고 본다.

 

 

일본은 합의 이후에도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

 

합의 내용을 보면, 일본 정부의 법적·역사적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다. 우선 가해자가 명확하지 않다. ‘누가 저지른 것인지 모르는 범죄’에 일본군이 ‘관여’했을 뿐이라고 언급돼 있다. 합의 직후 ‘일본이 잃은 건 10억 엔뿐’이라는 일본 기시다 외무상의 발언도 이 때문이다. 그간 발견된 일본군 문서나 연합군 문서만 봐도 명확히 일본 정부의 정책적 개입을 확인할 수 있다. 위안부 제도는 일본군과 일본 정부가 기획해서 집행 과정에까지 명확히 개입했다. 심지어 일본 정부는 협상 타결 이후에도 합의를 무시하고 있다. 결국 아베 일본 총리가 사죄할 생각도 없다고 하지 않나. 정작 한국 정부만 합의 내용을 지키려고 국제사회에서 침묵하는 모습이다. 12월28일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당사자가 있는데 정부가 매듭을 지은 것은 당사자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다. 동시에 일본 정부로부터 법적인 배상금을 받아낼 계획이다.

 

 

합의가 왜 갑자기 이뤄졌다고 보는가.

 

박근혜 대통령의 비상식적 행동이 나올 때마다 ‘왜 저럴까’ 생각했다. 박 대통령은 2013년 3월1일 ‘피해자와 가해자는 바뀌지 않는다’ ‘위안부 문제에 있어서 납득할 수준의 발언을 하지 않으면 아베 총리를 만나지 않겠다’는 발언을 했다. 깜짝 놀랐다. 언뜻 보면 위안부 문제를 강조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는 달랐다. 모든 외교 문제 앞에 위안부 문제를 배치해 놓다 보니 한·미·일 동맹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미국의 압력을 받게 됐다. 박 대통령이 2015년 6월 미국 방문을 앞두고 미국 워싱턴포스트지와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협상이 타결 직전’이라고 발언한 것도 비상식적이었다. 사실상 미국을 향한 메시지였다. 미국 입장에서 위안부 문제로 한·일 관계가 얼어붙자 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을 볼모로 빗장을 풀어준 꼴이 됐다.

 

 

소녀상 철거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합의문에는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과 위엄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하고 있는 것을 인지하고, 한국 정부로서 가능한 대응 방향에 대해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함’이라고 서술돼 있다.)

 

합의문에서 적절한 해결이 무엇이겠는가. 소녀상 철거는 과거 역사를 지우겠다는 의미다. 소녀상이 합의문에 언급된 사실 자체가 일본의 철거 요구를 수용하려 한 의도로 볼 수 있다. 합의 이후 국민적 반대 여론이 일자 ‘철거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거짓말하기 시작했다. 소녀상 자체가 합의문에 들어가면 안 됐다.

 

ⓒ 연합뉴스

합의 이후 화해·치유재단을 통해 피해 할머니 중 일부에게 치유금이 지급됐다.

 

정부의 사죄금이나 배상금이 아닌 치유금이다. 피해 할머니들을 설득하는 과정이나 내용 자체가 부당하고 폭력적이었다. 공개적으로 활동하지 않던 어떤 할머니에게는 재단 이사장이 경찰을 대동하고 왔다. 얼마나 당황했겠나. 또 내용을 잘 모르시는 할머니들에게 ‘박근혜 정부가 해냈다. 일본 정부가 준 돈이니까 배상금이다’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반대로 공개적으로 활동을 하며 문제를 제기하는 할머니들에게는 ‘이걸로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돈부터 받고 사과를 요구하면 된다’고 설득한다. 한 시간 넘는 시간 동안 할머니나 가족들을 집요하게 설득하는데 누가 안 넘어갈 수 있겠나.

 

 

앞으로도 할 일이 많은 것 같다.

 

위안부 피해자 추정 인원이 20만 명에 달하지만 피해자로 확인된 할머니는 남북 다 합쳐도 500명에 못 미친다. 그 외 여성들은 신고하지 못하고 돌아가셨거나 부끄러운 과거를 알리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수많은 여성들이 여전히 ‘귀향’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을 고향으로 데려올 수 있도록 진실을 찾고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알려 나가야 한다. 때문에 그 진실을 찾아가며 국내외에 소녀상을 더 많이 세울 것이다. 그리고 소녀상과 평화비를 중심으로 가이드를 양성해 더 많은 분들에게 알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만 명의 동행인’이 필요하다. 매주 1000원씩 내는 동행인이 20만 명 모이면 일본의 출연금 ‘10억 엔’을 뛰어넘을 수 있다. 그 돈으로 피해 할머니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진상규명 활동을 해 나갈 계획이다. (20만 동행인 가입은 정의·기억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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