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의 토지 개발 야욕에 쫓겨나는 로힝야족
  • 김경민 기자 (kkim@sisapress.com)
  • 승인 2017.01.1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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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 내쫓은 토지에 목재․광산․수자원 개발…미얀마 실권자 아웅 산 수치 방관 논란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州)의 로힝야족에 대한 미얀마 군의 무장세력 토벌 작전이 석 달 째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남녀노소를 불문한 원주민 학대가 자행된 사실이 알려지며 ‘인종청소’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로힝야족은 15세기 때부터 미얀마 서부에 자리를 잡고 살아온 이슬람계 소수민족이다. 

 

로힝야족에 대한 미얀마 군부의 무자비한 탄압은 불교 국가인 미얀마에서 종교 탄압 및 소수민족에 대한 박해로 비춰져왔다. 하지만 로힝야족에 대한 탄압이 단순히 인권탄압 혹은 소수민족 박해의 문제인 것만은 아니라는 주장이 나왔다. 사스키아 사센 미 컬럼비아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1월4일 영국 일간지 《더가디언》에 “종교적․인종적 차별로만 보이는 로힝야족 강제 토벌 뒤엔 더 큰 경제적 계산이 숨어 있다”고 주장했다. 

 

사센 교수는 “로힝야족 탄압은 종종 인권탄압의 문제로 비춰지지만 그 뒤엔 전 세계적으로 자행되는 미개발 지역에 대한 대기업의 개발 야욕이 있다”고 말했다. 이미 더 많은 수의 불교신자 소작농들이 그들의 땅에서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하고 쫓겨났으며, 그들이 떠난 자리엔 목재추출․광산개발․수자원개발 등  대규모 개발사업이 들어섰다는 것이다. 

 

미얀마 군경의 로힝야족 인종청소 의혹을 부인하는 언론 인터뷰를 했던 라카인주(州) 북부 응아쿠라 마을 주민 슈 나르 미아르(41)가 2016년 12월23일(현지시간) 마을 인근 강에서 참수된 시신으로 발견됐다. 사진은 12월22일 미얀마 경찰이 라카인주 마웅다우 인근 국경지역을 순찰하고 있는 모습.  © EPA 연합

가디언지에 따르면 미얀마 정부는 1990년대부터 소작농에게서 땅을 빼앗아 개발 용도로 전용됐다. 이 같은 과정에서 소작농에 대한 보상은 없었다. 이런 토지 착취는 지난 몇 년간 확대돼 2010년에서 2013년 사이 대형 개발 사업을 위해 넘어간 땅은 170%나 증가했다. 2012년엔 법까지 기업에 유리하게 바뀌었다. 로힝야족이 살던 지역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센 교수는 “최근 미얀마 정부는 로힝야족 거주 지역 일대의 토지 1268㎢를 다국적 대기업의 개발사업 용도로 할당해줬다”며 “이는 2012년 같은 용도로 70㎢를 할당해줬던 것에 비하면 18배나 증가한 면적”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로힝야족에 대한 미얀마 군부의 탄압이 미얀마 정부의 지원없인 불가능하나는 점에서 미얀마의 실질적 지도자인 아웅 산 수치 국가자문역에 대한 ‘묵인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로서 자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 탄압 현장을 묵인하고 있다는 비난이다. 인권단체인 휴먼라이트워치는 로힝야족에 대한 미얀마 정부의 탄압 방관을 “인권에 대항한 범죄”라고 평했으며, AFP는 “불교 국가인 미얀마에서 무슬림 탄압은 과거에도 빈번했지만 지난해 4월 수치 여사가 이끄는 정권 출범 뒤 심각해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얀마 군부의 탄압을 피해 국경을 넘어 이웃국가인 방글라데시로 도망 온 ‘로힝야 난민’들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서한을 보내 “미얀마의 최고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 겸 외무장관이 로힝야족 보호를 위한 행동에도 나서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좌절감을 느낀다”며 아웅산 수치 여사의 조속한 조치를 촉구한 바 있다. 

 

해외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아웅 산 수치 국가자문역은 조만간 로힝야족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웃나라인 방글라데시로 특사를 파견할 예정이다. 1월13일(현지시간) 미얀마 관영 더 글로벌 뉴라이트 오브 미얀마에 따르면 1월12일 미얀마 정부는 방글라데시로 넘어간 로힝야족 난민의 신원을 확인하고 송환 일정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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