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석 변호사의 생활법률 Tip] 풍자화 ‘더러운 잠’ 명예훼손 가능성은?
  • 박현석 변호사 ()
  • 승인 2017.01.27 14:2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회의원회관에서 전시됐던 이구영 작가의 풍자화 ‘더러운 잠’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이며 여성에 대한 폄훼라는 주장과 예술의 영역 안에 포함된 풍자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우리 법이 이에 대해 어떻게 판단할지 독자들과 함께 생각해보기로 한다. 우선 대법원의 판시는 이렇다. 

 

“타인에 대한 명예훼손은 사실을 적시하는 방법으로 행해질 수도 있고, 의견을 표명하는 방법으로 행해질 수도 있는 바, 사실의 적시를 전제로 하지 않은 순수한 의견 또는 논평의 경우에는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성립되지 아니하고, 반면에 어떤 의견의 표현이 그 전제로서 사실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경우이거나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방법에 의하더라도 그 표현의 전체 취지에 비추어 어떤 사실의 존재를 암시하고 또 이로써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으면 명예훼손으로 된다.…한편, 풍자만화나 시사만평의 경우에는 직설적인 언행과는 달리 풍자나 은유, 희화적 표현 기법이 흔히 사용되고 일반 독자들도 그러한 속성을 감안해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 만큼 어느 정도의 과장은 용인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5다75736 판결) 

 

풍자만화는 풍자로서의 기법을 고려해서 일정 수준의 과장된 표현은 당사자가 용인해야 한다는 뜻이다. 심지어 우리 법원은 공공의 인물일 경우에는 공적인 비판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명예훼손의 인정 범위를 일반인에 비해 더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다. 

 

 

1월24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시국비판 풍자 전시회 ‘곧, 바이!(soon bye)’전에서 박근혜 대통령 풍자 누드화 '더러운 잠'(이구영 작)을 방문객이 관람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이구영 작가의 ‘더러운 잠’에 대한 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모티브가 된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의 ‘올랭피아’라는 작품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마네는 1832년 프랑스 파리에서 법무부 관료인 아버지와 외교관 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상류 부르주아 계층이었는데, 상류계층 편입을 요구하는 부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림을 배웠다. 에밀 졸라의 자연주의와 보들레르가 주창한 근대성을 사랑해서 19세기 당시 화풍이던 역사화를 거부하고 생활에 대한 사실주의적 묘사에 집중했다.

 

1865년 ‘올랭피아’를 출품하는데, 전체적인 구도는 티치아노 베첼리오(Tiziano Vecellio, 1490~1576)의 ‘우르비노의 비너스’에서 따왔고 그 의미를 재창조한 작품이었다. 아르테미스나 비너스 등 여신을 그린 것이 아니라 고급 매춘부를 나체로, 관람객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형태로 그린 것에 대해 당시 관람객과 비평가들로부터 외설적이라는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마네는 “나는 본 대로 그린다”라고 했지만, 결국은 비난을 견디다 못해 스페인으로 떠나게 된다.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는 우르비노 지역의 공작인 귀두발도 델라 로베레가 1534년 줄리아 바라노와의 결혼을 기념해 주문한 것으로 그림 속 여성의 시선이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그림 양식이 보통 정면을 응시하지 않은 형태에서 나체의 상태로 정면을 바라보는 도발적인 형태로 바꾸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형태가 남성 감상자들과 비평가들로부터 외설적이라는 비판을 받기에 이르렀으나, 이 그림은 이후 프란시스 드 호세 고야의 ‘나체의 마야’, 쟝 오거스트 도미니크 앵그르의 ‘그랑드 오달리스크’, 그리고 마네의 ‘올랭피아’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영향을 줬다. 

 

티치아노의 그림에서는 오른쪽 배경에 하녀가 결혼의 상징인 궤짝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고, 궤짝 위 창문에 있는 은매화 나무는 사랑의 여신 비너스를 상징하며, 하녀 옆의 다른 여인이 들고 있는 장미꽃은 사랑을 뜻한다. 그리고 비너스가 누워있는 새하얀 침대보는 순결을, 붉은 침대는 사랑을, 비너스 발치에 누워있는 한가한 강아지는 부부간의 충실을 의미하는 것으로 전체적으로 결혼식을 기념해서 주문한 요청에 충실한 그림으로 평가받는다. 

 

이에 반해 마네의 ‘올랭피아’는 당시 프랑스 파리의 인구 170여만명 중 12만명의 여성이 종사한 것으로 알려진 매춘에 대해 표현하고 있다. 고객이 보낸 선물을 들고 곁에 서 있는 하녀, 이를 애써 무시하면서 관람객을 바라보는 나체의 여인, 발아래는 성적인 의미를 품고 있는 검은 고양이, 돈을 뜻하는 침대보와 구겨진 하얀 침대 등으로 당시의 근대성에 대한 사실적 묘사를 했다. 

 

이제 이구영 작가의 ‘더러운 잠’을 살펴보자.

 

전체적인 그림은 마네의 ‘올랭피아’에서 차용했는데, 눈을 감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곁에 주사기와 돈으로 보이는 다발을 들고 있는 최순실이 서 있다. 그리고 창밖으로는 침몰하는 세월호가 그려져 있다. 또 박 대통령의 복부에는 사드 미사일과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 보이는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여기에 강아지 두 마리가 올려져 있고, 태극기의 중앙에는 최순실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편견 없이 그림으로만 보자면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는 당시 박 대통령이 주사기와 선물을 들고 서 있는 최순실의 옆에 누운 채 사드와 박정희 전 대통령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 풍자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구영 작가 역시 한 방송 인터뷰에서 여성으로서의 박근혜가 아닌 정치인으로서의 박근혜 대통령을 그린 풍자화라고 했고, 평소 풍자화를 그리는 작가로서 작품 활동을 해온 점이나 그림의 전체적인 취지를 보면 여성을 폄하하거나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보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해당 전시회를 주최한 표창원 의원의 부인 얼굴을 그림에 첨부해 인터넷 상에 올린 행위는 개인에 대한 보복, 명예훼손의 고의로 한 행위로 평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명예훼손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 또 이구영 작가의 그림을 전시장에서 훼손한 행위는 재물손괴죄가 성립하고, 해당 그림을 훼손하기 위해 국회에 출입을 했다면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다.  

 

에두아르 모네는 당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혹독한 비평에 시달렸지만 인상주의의 아버지로 평가받고 있다. 프랑스 대문호 보들레르는 마네에게 쏟아진 비판과 조롱에 대해 “민주주의와 부르주아의 어리석음”이라고 평가했고, 마네를 “예술이 노쇠한 시대에 태어난 시대를 앞선 천재”라고 칭했다. 

 

이구영 작가의 그림에 여성 폄하의 의도나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에 대한 명예훼손의 의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고려시대 보조국사 지눌스님이 말씀하시길, 

 

指以標月兮 月不在指 言以說法兮 法不在言 

손가락 끝으로 달을 가리키지만 달이 손가락 끝에 있는 게 아니고 

말로써 진리를 설파하려 하지만 진리는 말로 담아내지를 못한다. 

 

라고 하셨다.

 

달을 가리키는데 왜 손가락을 보느냐는 얘기다. 진의를 파악해야지 지엽적이거나 핵심이 아닌 것에 머무르지 말라는 뜻이다.

 

이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를 보지 못하고, 그림 그 자체에 매몰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