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 빌딩의 외벽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 박준용 기자 (juneyong@sisapress.com)
  • 승인 2017.02.0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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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파사드 기업’ 지스마트글로벌의 하태민 영업총괄 사장 인터뷰

빽빽하고 답답한 고층 건물 유리 외벽. 이 외벽이 밤이 되면 스크린으로 변한다면 어떨까.  이런 다소 엉뚱한 상상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바로 ‘미디어 파사드(media facade)’다. 미디어 파사드란 ‘미디어(media)’와 건물 외관을 뜻하는 ‘파사드(facade)’의 합성어다. 건물 벽면에 발광다이오드 (LED) 조명을 설치해 미디어 기능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다만 이 기술이 대중화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시선이 있다. 미디어 파사드를 무분별하게 허용하면 도시 경관을 해친다는 우려가 나온 탓이다. 이제까지 옥외광고물 관리법이 건물 외벽 등을 통한 광고물 빛의 밝기와 규모 등을 세세하게 규정한 이유도 이런 취지다.

 

하지만 최근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디지털 광고 규제 대폭 완화, 벽면 이용광고물 허용, 자유표시구역 지정 등이 포함된 옥외광고물 관리법 개정안이 2015년 12월 국회를 통과했다. 옥외광고물을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는 지역인 자유표시구역으로는 서울 강남의 코엑스 일대가 선정됐다.

 

시사저널은 하태민 지스마트글로벌 영업총괄사장을 만나 미디어 파사드 시장의 현황과 전망을 물었다. 코스닥 상장사인 지스마트글로벌은 제조회사인 지스마트가 생산한 스마트글라스(투명전광유리)를 판매하는 회사로, 미디어 파사드 기술의 차세대 주자로 꼽힌다. 지스마트글로벌은 미디어 파사드 시장 확대로 지난해(2016회계년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각각 91.6%, 145.7%씩 증가하기도 했다.

 

지스마트글로벌(Gsmatt global)의 하태민 영업총괄사장 © 시사저널 이종현

서울 강남 코엑스 일대가 ‘자유표시구역’으로 선정됐다. 자유표시구역의 미디어 파사드 사업은 어떻게 해야 하나.

 

자유표시구역에 광고를 권하진 않는다. 건물의 품격이 떨어질 수 있다. 빌딩은 미디어 파사드를 통해 예술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단장했으면 한다. 랜드마크를 만들어야 100년 후세에 남는다. 광고물을 자유표시구역에 늘리겠다는 것은 단기적인 생각이다. 광고 효과도 중요하지만, 도시 미관적․예술적 측면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사업 경험상 미디어 파사드의 효과는 어떤가.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를 보자. 벽돌건물 외벽에 미디어 파사드를 설치했다. 그곳에 여러 예술작품이 전시됐다. 2014년 한 언론사 조사에 따르면, 이 건물이 서울시내 임대료 8위를 기록했다. 이전엔 그렇지 않았는데 미디어 파사드를 통해 차별화에 성공한 것이다. 우리 회사 제품이 설치된 남양주의 한 대형 카페는 미디어 파사드 시설 설치 이후 매출이 50% 늘었다는 결과도 있다.

 

 

지스마트는 자사가 개발한 지글라스(G-glass)가 미디어 파사드의 차세대 주자라 말하는데, 그 이유는 뭔가.

 

미디어 파사드는 쉽게 말해 전기가 흐르는 유리다. 설치는 웬만한 곳에 다 가능하다. 기존 제품은 내부에 바 형태의 기둥을 설치하고, 이곳에 LED를 꽂는 방식이다. 당연히 실내에서 보면 답답하다. 게다가 밖의 유리를 닦으려면 보통일이 아니고, 자칫 LED쪽에 커피라도 쏟으면 쉽게 고장 나 버린다. 100% 투명한 유리로 만든 미디어 파사드는 우리 업체에서만 독점 생산한다. 건물 외벽 뿐 아니라 이동식 전시 등에도 다양하게 쓰인다.

 

 

소재가 다르지만 결국 미디어 파사드다. 다른 방법의 차별화가 가능한가.

 

소재적 우수성이 뛰어나지만 그것만 가지고 안 된다. 컨설팅이 필요하다. 이 소재를 이렇게 쓰면 부가가치가 창출한다는 설득이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미디어 파사드는 컨설팅업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회사 인력의 40%가 콘텐츠 디자이너나 리서치 인력이다. 스마트 글라스 소재를 어떻게 다양한 소재로 활용할 것인가 연구하고 콘텐츠도 계속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 시사저널 이종현

미디어 파사드 시장의 전망은 어떤가.

 

사실 먼저 시작하는 사람이 임자라고 본다. 휴대폰 대리점을 처음 하는 사람이 돈을 벌었듯이 이 업계의 반응이 좋다. 우리 회사의 경우 아직 수요에 비해 생산 규모는 작다. 1년에 8만 7000㎡ 수준인데, 사실 우주에서 보면 점 하나가 안 된다. 하지만 상당기간 시장 호황은 지속될 전망이다.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지스마트글로벌의 지난해 매출은 903억원, 영업이익은 197억원이었다. 올해는 매출 1200억원, 영업이익 290억원을 잡는데, 이런 밝은 전망이 이유다. 시장 규모로 볼 때, 비행기로 치면 아직 활주로 이륙도 안 했다.

 

 

각국마다 환경이 다른데, 미디어 파사드 시장 확대에 제약이 있을 듯하다.

 

호응은 있지만, 해외 수출 부문에서 각국의 인증을 받는 것이 제일 문제다. 미국의 경우도 지스마트글로벌 제품 공급을 못하고 있다. 인증절차를 위해서다. 현재 해외공급은 아직 그런 작업을 하고 있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이다.

 

 

미디어 파사드가 많이 설치되면 결국 ‘아름다운 도시 공해’가 되는 게 아닐까.

 

서울 명보아트홀에 한번 가보라. 새로운 미디어 파사드는 기존의 것과 완전히 다르다. 전혀 공해스럽지 않다. 차세대 제품은 밝은 제품이 아니다. LED 전광판은 작기 때문에 밝아야 멀리까지 보이지만, 새 미디어 파사드 제품은 건물 전체에 구현되기에 굳이 밝을 필요가 없다. 프랑스의 리옹이 쇠락한 도시에서 조명에 투자하며 ‘빛 축제’로 유명한 관광지가 된 것처럼, 한국도 이런 차세대 빛에 대해 투자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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