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욱 칼럼] 허리디스크 가만 놔두면 어떻게 될까?
  • 유재욱 유재욱재활의학과의원 원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3.1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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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가 아파서 병원에 가면 허리디스크라고 한다. 특히 요즘에는 툭하면 MRI(자기공명영상)를 찍어보자고 한다. MRI 검사 결과를 컴퓨터 화면으로 보여주면서 이렇게 디스크가 툭 튀어나왔기 때문에 수술을 해야 한다거나 시술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 아프리카 오지에서 허리디스크가 생겨서 의료 기관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거나 조선 시대에 허리디스크 환자는 수술도 시술도 할 수 없었을 텐데 그들은 어떻게 대처했을까? 정답은 ‘가만 누워있었더니 나았다’이다. 허리디스크는 가만 놔두면 점점 더 진행하기보다는 대부분 저절로 좋아지는 자가 회복 질환(self limited disease)이다. 한 3개월 아파서 꼼짝 못 하고 누워있다 보면 저절로 좋아지게 되는 병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의료선진국인 미국에서도 1934년까지 허리디스크의 치료법은 ‘3개월간 꼼짝 말고 누워있기’였다. 1934년 하버드 대학 신경외과의  믹스터 박사가 허리디스크를 수술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을 개발하면서 허리디스크는 허리통증의 대명사처럼 군림했고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이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게 됐다.

 

ⓒ 시사저널 임준선

 

■가만히 누워있는데 어떻게 나을까? 

 

증상을 악화 시키는 원인이 없다면 허리디스크 증상은 대부분 가만히 누워있으면 3개월에서 6개월이면 좋아진다. 툭 불거져 나온 디스크는 어찌 되느냐고? 튀어나온 디스크는 1년 반쯤 지나면 쭈그러들어 더 이상 신경을 압박하지 않는다. 이렇게 우리 몸은 스스로 치유하게 만들어져 있다. 그래서 MRI 상에 디스크가 돌출돼 있더라도 당장 수술을 결정하는 것은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그럼 가만히 누워있지, 왜 수술을 받나? 

 

3개월간 누워있으면 대부분 좋아진다는데, 현실적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 중에 3개월간 꼼짝 않고 누워있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허리디스크로 3개월간 결근을 한다면 책상이 치워질지 모른다. 수술을 해서라도 다시 일터로 향해야 한다. 또 요즘 환자들은 불편하고 아픈 것을 참지 못한다. 수술을 해서 빨리 안 아파지는 것을 선택한다. 

 

 

■수술 안 하고 3개월간 버티는 방법은 없나? 

 

그래서 약물치료, 물리치료, 주사치료 등 비수술적 치료를 하는 것이다. 비수술적인 치료를 권하면 “이거 일시적인 치료법 아닌가?” “안 아프게만 하는 것 아닌가?”라고 물어보는 환자가 많다. 어떻게 보면 맞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비수술적인 치료로 통증을 조절하면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면, 3~6개월이 지나면서 허리디스크는 점차 좋아진다. 감기약도 감기바이러스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이 스스로 나을 때까지 증상을 좋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처럼 이해하면 된다. 

 

 

■하지만 허리디스크를 일으키는 근본 원인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허리디스크를 일으키는 근본 원인은 분명히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 원인을 정확히 알기는 환자나 의료진 모두 쉽지 않다. 허리디스크를 일으키는 원인으로는 평소 자세가 나쁘다든지, 다리를 꼬고 앉는 습관이 있다든지, 허리 주위 근육이 많이 약해진다든지, 다리 길이가 다르거나 전체적인 골격균형이 틀어져 있다든지 하는 것들이 있는데 이것들의 복합적 작용인 경우가 많다. 나쁜 습관은 본인이 알기도 어렵고 설령 안다 하더라도 고치기도 어렵다. 하지만 근본 원인을 고치지 않으면 설령 허리디스크가 완치됐다 할지라도 또 재발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허리디스크환자를 수술했을 때 4년 안에 재수술을 할 확률이 25% 정도 된다. 이는 근본 원인을 제대로 찾아서 치료하지 않아서 일 것이다. 허리디스크는 그 자체를 고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 원인을 찾아서 고치는 것이 더 힘들면서도 중요한 문제다. 

 

 

■반드시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가? 

 

허리디스크 환자 중에서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5% 미만이다. 하지만 수술을 꼭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비 증상이다. 아프거나 저리거나 당기는 증상은 불편하지만 길게 보면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근육에 마비가 오면 병이 나은 후에도 후유증이 장기간 지속되고 심지어 평생 동안 보행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 그래서 근육이 약해지면 지체 없이 수술을 결정한다. 

 

 

■수술을 해야 하는지 집에서 간단히 해보는 테스트

 

집에서 내가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인가를 판단하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한번 발뒤꿈치로 걸어보자. 또 까치발로 걸어보자. 그것이 가능하다면 당장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 허리디스크로 인한 마비의 가장 흔한 증상은 주로 족하수(foot drop)다. 발목을 위쪽으로 올리는 근육이 마비되면 걸을 때 발목이 떨어지게 되고 다리를 절게 된다. 만약 이것이 안 된다면 반드시 병원에 가서 상담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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