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통운 M&A 실패로 발목 잡힌 박세창 금호아시아나 사장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7.03.22 13:14
  • 호수 143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벌家 후계자들(7) 금호아시아나그룹] 오너 회사 투자 거절 이유로 기내식 공급업체와 계약 일방 파기 논란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그동안 계속된 유동성 위기가 그룹 성장의 발목을 잡아왔다. 이런 이유로 금호아시아나는 국내 주요 언론에서 성장이 멈춘 재벌기업을 꼽을 때마다 단골처럼 이름을 올려야 했다. 그리고 이러한 유동성 위기의 중심에는 무리한 기업 인수·합병(M&A)이 자리 잡고 있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는 금호아시아나를 잠시나마 재계 서열 10위 안으로 끌어올렸지만, 얼마 못 가 ‘승자의 저주’로 작용했다. 이런 이유 탓에 금호아시아나는 지금도 경영학 수업에서 대표적인 M&A 실패 기업으로 인용되고 있다. 인수 과정부터 자금 마련, 인수 후 처분까지 전 분야에서 금호아시아나의 M&A 전략은 패착으로 볼 만한 게 많다.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의 갈등 이후 금호석유화학이 그룹에서 떨어져 나가면서 사세는 더욱 위축됐다. 2010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재계(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순위에서 12위를 기록했던 금호아시아나는 2015년 25위, 2016년에는 28위(이상 공기업 포함)로 주저앉았다.

 

주요 계열사마다 자금 사정이 좋지 못하다는 것은 금호아시아나의 다급한 사정을 잘 말해 준다. 단적으로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9월 부채비율(연결기준)은 572%를 기록했다. 또 다른 계열사인 금호산업 부채비율은 251%다. 업황을 고려해도 상황은 썩 좋지 못하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왼쪽)은 연내 금호타이어 인수를 마무리해 그룹 정상화의 원년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오른쪽은 박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사장. © 시사저널 포토·연합뉴스


금호타이어 인수 위한 차입 경영 논란

 

최근 금호타이어 인수 논란도 따지고 보면 부족한 자금난이 원인이다. 2010년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에 들어가면서 채권단은 금호아시아나와 금호산업·금호타이어의 경영정상화계획 이행 약정을 맺었다. 그해 5월 체결한 우선매수권부여 약정서에는 제3자 양도 등의 제한 규정으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등이 금호타이어를 경영하지 않으면서 우선매수권만을 제3자에게 전부 양도하거나 △우선매수권 행사 이후 1년 이내에 제3자에게 프리미엄을 받고 경영권을 포함한 지배 지분을 양도하는 것 등을 명기했다. 보기에 따라서는 박 회장의 경영권 행사를 전제로 한 컨소시엄 구성은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관련 조항이 논란이 되자 지난해 중반 산업은행(산은)은 박 회장이 우선매수협상권을 행사하는 데 제3자 지정 및 양도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우선매수협상권을 행사하더라도 제3자는 물론 계열사의 도움 없이 인수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재계에서는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하는 대신,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참여하는 것을 기정사실로 봤다. 마땅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금호아시아나의 계획은 큰 무리가 없어 보였다. 지난해 11월 금호아시아나 주변에서 전략적투자자(SI)나 재무적투자자(FI)와 함께 금호타이어 인수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컨소시엄을 통한 인수는 어느 정도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단독 인수에 대한 부담이 그만큼 컸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맞서 올 1월 채권단은 중국계 기업 더블스타를 금호타이어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그리고 지난 3월14일 더블스타는 채권단에 9550억원을 내고 지분(42.01%)을 받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최종 체결했다. 이제 상황이 다급한 쪽은 금호아시아나다. 금호아시아나의 대국민 여론전은 사실상 이때부터 시작됐다. 현재 금호아시아나는 관련 안건을 채권단 회의에 부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더블스타가 6개 회사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를 추진하는 만큼 금호아시아나에도 똑같은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시에 “경영정상화를 위해 자금까지 쏟아 부은 국내 기업은 홀대하고, 중국계 자본이 쉽게 가져가도록 하는 것이 옳은 것이냐”며 국민감정에도 호소하고 있다.

 

ⓒ 시사저널 미술팀


물론 산은 쪽 입장은 단호하다. 컨소시엄 불가는 우선매수권을 줄 때부터 못 박았는데 이제 와서 형평성 등을 운운하는 것에 대해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금호아시아나 입장을 받아들일 경우 더블스타로부터 불공정 입찰로 피소당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고민도 있다. 결국 이 모든 논란의 중심에는 ‘돈’이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제공업체 LSG스카이셰프코리아와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한 것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계약 파기로 당사자인 LSG스카이셰프코리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와 아시아나항공이 8대2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기존 계약을 파기하는 대신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유럽계 기내식 공급업체 게이트고메스위스와 새로운 기내식업체(게이트고메코리아)를 세운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2018년 7월1일부로 신규 합작법인 지분의 40%를 취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흥미로운 점은 게이트고메스위스가 현재 중국 하이난항공그룹의 자회사로 있다는 점이다. 공교롭게도 하이난항공그룹은 3월15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인 금호홀딩스의 1600억원 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매입했다. 이 BW는 20년 만기의 영구채로 중도상환 없는 무이자·무보증 조건이다. 금호홀딩스는 박삼구 회장이 26.09%, 아들인 박세창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장이 19.88%를 보유한 비상장 회사다. 기내식 사업권을 담보로 투자를 유치한 것인데, 그 모든 것이 총수 일가의 계열사 매입과 관련돼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해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해 달라고 채권단에 공식 요청했다. 사진은 광주시 소촌동 금호타이어 공장 © 연합뉴스


박삼구 회장이 금호타이어 인수에 목매는 이유

 

특히, 이 문제는 추후 LSG스카이셰프코리아와 아시아나항공 주주로부터 동시에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당장 ‘배임죄’가 우려된다. LSG스카이셰프코리아 관계자는 “아직 계약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경쟁사와 합작사를 준비하는 것은 주주로서의 권리를 저버린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아시아나항공에도 관련 사실은 악재다. 하이난항공그룹의 투자금이 아시아나항공의 이익을 위해 쓰이지 않고 총수 일가가 대주주인 회사로 들어가는 것에 대해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우려된다. 이런 가운데 금호아시아나가 LSG스카이셰프코리아 쪽에도 비슷한 규모의 투자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연초 금호아시아나 쪽으로부터 투자를 요청받았는데, 관련 내용을 검토한 결과,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거절했더니, 그때부터 재계약 협상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실로 밝혀질 경우,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인수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 파트너십을 깨는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이토록 박삼구 회장이 금호타이어 인수에 목을 매는 이유는 무엇일까. 표면적으로는 워크아웃으로 망가진 그룹 위상을 정상화시킨다는 게 가장 크다. 또 현재 금호타이어는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서울 신문로 금호아시아나빌딩 지분 79.9%를 다시 사올 수 있는 콜옵션을 갖고 있다. 만약 금호아시아나가 아닌 다른 기업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고 콜옵션을 행사하면 빌딩 주인은 바뀐다. 금호아시아나로서는 한순간에 집주인에서 세입자로 전락하는 셈이다. 이 밖에도 금호타이어는 꾸준한 매출을 일으킬 수 있는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계열사다.

 

그래서일까. 금호타이어 인수에 대해 그룹 내에서도 적잖은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최근 증권가에는 박 사장이 모 언론사 2세 경영자와 사적인 자리에서 “무리하게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경우, 걱정스럽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져 관심을 모았다. 

 

금호아시아나는 경영권을 놓고 형제의 난을 벌여 세간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형제의 난이 발발하게 된 배경은 후계구도와 맞물려 있다. 박삼구 회장 입장에서는 아들인 박세창 사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고 싶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서명한 ‘형제공동경영합의서’가 문제였다. 결국 형제·조카들과는 결별하는 모양새를 취한 끝에 박 사장에게 경영권을 넘기기 위한 모든 준비는 마무리됐다. 현재 박 사장이 보유한 그룹 내 지분은 금호홀딩스 19.88%와 금호타이어 인수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인 금호인베스트 5%뿐이다.

 

박 사장은 연세대 생물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MIT(매사추세츠공과대) 슬론스쿨(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금호아시아나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다국적 컨설팅회사 AT커니에서 일했다. 그룹에는 2002년 아시아나항공 자금팀 차장으로 공식 입사했다. 이듬해 MBA 학위를 받기 위해 휴직한 뒤, 2005년 금호타이어 경영기획팀 부장으로 복귀했다. 박 사장이 그룹 후계구도에 본격 가세한 것은 이때부터다.

 

박 사장의 경영성과를 평가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다만 2008년 그룹 내 결성된 대한통운 인수 태스크포스(TF)팀에 박 사장이 합류했던 것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당시 언론 보도에는 “AT커니 등 외국계 컨설팅회사에서 기업경영의 기초를 닦은 박 이사(현재 사장)가 최근 대한통운 인수를 위해 외부에서 영입된 M&A 전문 인력과 함께 인수전 관련 난제 해결에 주력하고 있다”고 나온다. 공교롭게도 대한통운 인수는 금호아시아나 유동성 위기의 단초가 됐다. 현재 박 사장의 그룹 내 직책은 전략경영실 사장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 사장의 경우 현재 각 사별 현안들을 직접 챙기고 있다”면서 “특히 그룹의 4차산업  관련 TF를 진두지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박 사장은 과거 우암건설 설립 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박 사장이 동갑내기 친구인 장선우 극동유화 대표와 우암건설을 세운 것은 2010년 10월. 장 대표는 극동유화그룹 회장의 둘째 아들로, 외삼촌이 김영무 김앤장 대표 변호사다. 설립 당시 두 사람은 우암건설의 지분 71%와 29%를 보유했다. 재벌 2~3세 간 도움을 주는 형식으로 빠르게 매출을 늘려 나갔지만, ‘변칙 일감몰아주기’라며 여론의 비판을 받자 자신의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는 “지분 매입은 친구(장선우 대표)의 어려움에 도움을 준 것일 뿐, 금호아시아나 계열사의 경우 우암건설에 일감을 몰아준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자금 사정도 좋지 못하다. © 연합뉴스


 ‘땅 짚고 헤엄치는’ 박 사장의 아시아나세이버 경영

 

현재 박세창 사장은 전략경영실 사장 외에 아시아나세이버 대표도 겸직하고 있다. 아시아나세이버는 항공예약·여행정보·호텔 및 렌터카 정보서비스를 전산화된 예약시스템(CRS)을 통해 여행대리점에 제공하는 일을 주로 하는 계열사다. 그러기 때문에 수입의 상당부분이 아시아나항공에서 나온다. 2015년 매출은 295억원을 기록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세이버에 대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을 넘겨받고 항공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에 안성맞춤인 회사”라면서 “아시아나세이버 경영은 ‘땅 짚고 헤엄치기’처럼 쉬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지금까지 금호아시아나는 형제공동경영합의서에 따라 총수 일가 중 여성의 경영 참여를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금호석유화학과 계열 분리된 후 이러한 가풍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박삼구 회장의 부인 이경렬씨와 딸 박세진씨는 처음으로 금호홀딩스 지분을 각각 2.8%, 1.4%씩 매입했다. 금호가(家)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박 사장과의 지분 차이가 워낙 커 경영 참여로 보기는 힘들지만, 새로운 전례가 만들어졌다는 점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금호아시아나 가계도 분석 

“정·재계의 혼맥은 금호로 통한다” 

 

박삼구 회장은 재계의 마당발로 통한다. 화려한 인맥이 최대 강점이다. 현재 박 회장은 한중우호협회장, 연세대 동문회장, 한국메시나협회장, 한국방문위원회 위원장 등 다양한 대외 직책을 맡고 있다. 이 밖에도 금호아시아나는 화려한 혼맥이 자랑이다. ‘정·재계의 혼맥(婚脈)은 금호로 통한다’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고(故) 박인천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주는 슬하에 5남3녀를 뒀다. 박삼구 회장은 박 창업주의 3남이다. 부인 이경렬씨는 이정환 전 한국은행 총재의 딸이다.

 

© 시사저널 미술팀


아들인 박세창 사장은 중학교 동창인 김현정씨와 혼인했다. 화려한 혼맥을 자랑하는 금호가가 평범한 집안 출신과 혼인을 한 것은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박 사장은 부인 김씨와의 사이에서 아들 둘을 두고 있다. 박 회장의 딸 박세진씨는 최성욱 김앤장 변호사와 결혼했다. 평범한 전업주부의 삶을 살고 있는 박씨는 이화여대를 졸업했다. 최 변호사의 부친은 김대중 정부 시절 법무장관을 역임한 최경원 김앤장 변호사다. 재계에서는 딸인 박세진씨보다는 앞으로 사위 최 변호사의 역할을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