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 좋은 바리스타가 꼭 성공한 카페 사장 되는 건 아니다
  • 구대회 커피테이너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4.04 19:00
  • 호수 143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대회의 커피유감] 카페 창업이 여전히 매력적인 다섯 가지 이유

 

#1. 2년 전, 평소 그토록 소망했던 커피전문점을 차린 김진명씨(가명)는 이제 매장 운영의 한계를 느껴 사업을 접기로 결심했다. 창업 당시만 해도 매장 반경 100m 내에 3개에 불과했던 카페가 지금은 7개로 늘어나 매출이 반 토막 났다. 설상가상으로 저가 커피까지 등장하면서 가격 경쟁력마저 떨어졌다.

 

#2. 올해 마흔여덟이 된 박승현씨(가명)는 20년간 다닌 직장에서 명퇴를 앞두고 있다. 그는 1년 전부터 틈틈이 바리스타 학원을 다니고, 창업 관련 서적도 읽으면서 제2의 인생을 준비해 왔다. 직장을 그만두면 집 근처에 작은 카페를 차려 아내와 함께 운영할 계획이다.

 

 

커피, 경기 부침 따른 매출 영향 거의 없어

 

최근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창업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두 가지 예다. 비단 카페뿐 아니라 치킨집·삼겹살전문점·피자집 등 많은 창업 분야에서 동일한 모습이 매일 반복되고 있다. 이 시대의 수많은 사람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직장을 그만두거나 업종을 변경하면서 창업이라는 냉혹한 현실을 마주한다. 무엇을 선택하든 치열한 경쟁은 피할 수 없고, 그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처절한 몸부림은 필수적이다.

 

© 시사저널 최준필

필자가 과거 커피를 매력적으로 느꼈던 것은 적어도 다섯 가지는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첫째, 커피는 이미 서양에서 수백 년간 검증받은 음료다. 둘째,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높지 않았다. 셋째, 노동 피로도가 타 업종에 비해 높지 않았다. 넷째, 카페의 특성상 쾌적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다른 아이템과 협업을 하기가 쉬었다는 점이다. 이렇듯 커피는 그 어떤 업종보다도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어 예비 창업자들에게 묘한 끌림을 준다.

 

18세기 이후 서양에서는 커피를 파는 카페가 성행했다. 지금까지 300여 년간 카페 산업이 이어져온 셈이다. 건강을 위해 담배를 끊는 사람은 있어도, 커피를 끊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물론 약을 장복하는 사람은 커피를 줄이라는 의사의 조언에 따르기는 한다. 서양에 이런 속담이 있다. “커피조차 마시지 못한다면 인생에서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필자는 전 세계 50여 개국을 여행하면서 아무리 형편이 궁색해도 고단한 노동 가운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을 수없이 봐왔다. 그 모습은 그 어떤 풍광보다도 참 멋스러웠다. 이것은 비단 다른 나라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어느덧 우리나라도 커피가 삶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커피는 경기의 부침(浮沈)에 따라 매출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

 

커피를 잘 만드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지만, 커피를 추출하는 기술을 익히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다른 업종에 비해 시작하는 데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는 뜻이다. 또한 배우는 과정이 재미있고, 즐거우며, 만든 것을 그 자리에서 맛보고 평가받을 수 있다는 점 또한 매력이라 하겠다. 그래서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배우고 싶어 하고, 카페 창업에 대한 꿈을 키워가고 있는 것이다.

 

어떤 일을 하건 쉬운 것은 없다. 더구나 그것이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커피를 추출하는 것은 고기를 굽거나 닭을 튀기는 것에 비해 단위 시간당 노동 피로도가 상대적으로 작다. 전문가들은 카페를 오래 하면 일의 특성상 오십견이나 터널증후군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틀린 말은 아니나, 그것은 일하는 자세가 올바르지 않고, 팔과 어깨 등 몸에 힘을 넣기 때문이다. 필자는 수년 동안 매년 수만 잔의 커피를 추출해도 몸에 이상이 생기지 않았다.

 

카페의 특성상 그 어떤 업종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 커피 고유의 고소하고 향긋한 향은 마음을 안정시키고, 매장에 항상 울려 퍼지는 감미로운 음악은 귀를 즐겁게 한다. 계절에 맞게 냉·난방이 잘 갖춰져 있어 일하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이 카페다. 이런 이유로 여성들의 로망 중 하나는 직장을 그만두면, 작고 예쁜 나만의 카페를 차리는 것이다.

 

 

커피, 다른 아이템과 콜라보레이션 하기 좋아

 

커피 하나만으로도 얼마든지 매력적이지만, 커피는 다른 아이템과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협업)을 하기에 좋다. 전통적으로는 빵집에서 커피를 많이 파는데, 이제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업종과 협업을 통해 커피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꽃집에 카페가 들어서기도 하고, 자전거 전문점에서 커피를 팔기도 하며, 스쿠버 용품을 파는 곳에 테이크아웃 전문 커피집이 들어서는 경우도 있다.

 

카페 창업의 매력 다섯 가지만을 보면 당장이라도 커피집을 해야겠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개업 후 장사가 안 되면 말짱 도루묵이라는 것이다. 커피를 익히는 것과 장사를 잘하는 것은 남과 북의 이념만큼이나 큰 간극이 있다. 아무리 커피를 잘 만들어도 사업 수완이 없어 간판을 내리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실력이 좋은 바리스타가 꼭 성공한 카페 사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 손님이 없는 카페의 쾌적한 실내는 찾는 이 없는 황량한 놀이공원만큼이나 쓸쓸함을 준다. 좋은 음악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커피 맛 또한 그렇게 쓸 수가 없는 법이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고 시작한 커피와 다른 아이템의 콜라보레이션은 자칫하면 커피 손님마저 놓치는 어리석음을 범할 수 있다.

 

구약성경 민수기 13장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가나안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다. 아니다. 그곳은 거인이 지배하고 있어 우리는 그들에 비하면 메뚜기와 같다.” 갈렙과 여호수아는 가나안 땅의 풍족함과 정복 가능성을 보았고, 다른 정탐꾼들은 그곳에 사는 거인이 무서워 겁에 질렸다. 마음먹기에 따라 우리는 거인이 될 수도 있고, 메뚜기처럼 보잘것없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 불황 속에도 사람들이 한참을 줄을 서서 기다리다 먹는 맛집이 있고, 활황에도 손님 하나 없는 매장도 있다. 어떻게 하면 커피의 매력을 흠뻑 즐기면서 성공적으로 카페를 창업하고 운영할 수 있을까. 다음 연재에서는 ‘망하지 않는 카페를 창업하는 구체적인 방법 다섯 가지’를 소개할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