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풍 부는 黨·靑, 불씨는 남았다
  • 김현 뉴스1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5.22 12:48
  • 호수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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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과 끝 달랐던 역대정권 당·청, 새 정부에서는 협력 조짐

 

역대 정부에서 항상 냉온탕을 오갔던 당·청 관계가 문재인 정부에서는 새로운 모습으로 달라질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당·청 일체를 통해 문재인 정부가 아닌 민주당 정부를 만들겠다”고 밝혀 와 문재인표 당·청 관계 모델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에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할 개혁입법을 완수하기 위해선 당·청이 그 어느 때보다도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따라서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한 몸처럼 움직일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문 대통령 “당·청 일체” 수차례 강조

 

역대 정부에서 당·청 관계는 정권 초에는 잘 움직였다가 정권 후반으로 갈수록 악화되는 경향이 뚜렷했다. 정권 초기 대통령의 인기가 높아 힘이 실려 있을 때는 청와대가 당을 주도했다. 당은 대통령의 측근들이 주류로 나서 정권을 뒷받침했다. 대통령이 당 총재를 겸임하던 시절부터 당·청 분리를 내세웠지만 실현된 적은 거의 없었다. ‘거수기 여당’이라는 지적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었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동시에 청와대의 당 장악력이 떨어지게 되면 당내 비주류가 전면에 부상하고 당과 청와대는 대립했다. 정권 후반기로 갈수록 소위 ‘미래 권력’을 앞세운 당의 목소리가 청와대를 압도했다. 레임덕에 직면한 대통령은 각종 스캔들에 결국 쫓기듯이 탈당을 하거나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했다.

 

출범한 지 열흘을 갓 넘은 문재인 정부는 새로운 당·청 관계를 추진하고 있는 모습이다. 당장 문 대통령은 ‘당·청 일체’를 강조하고 있다. 이는 과거 문 대통령이 몸담았던 참여정부의 실책을 통해 깨달은 바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이던 올해 1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참여정부의 당·정(당과 정부) 분리 원칙과 관련, “(참여정부의) 당·정 분리는 그때 그것이 우리 현실에 맞지 않았다. 참여정부의 잘못한 부분 중 하나가 그 점에 있다”며 “당·정 간 거리를 두는 식의 당·정 분리는 정당 책임정치라는 면에서 맞지 않는다. 확고하게 정당 책임정치를 오랜 정치철학으로 갖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뒤 선거대책위원회를 당 중심으로 꾸리고 선거를 치른 것도 이런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신임 인사차 국회를 방문한 전병헌 정무수석이 5월15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를 예방했다. © 시사저널 박은숙

민주당도 이런 문 대통령의 철학에 적극 화답하고 있다. 추미애 대표는 5월15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집권 여당으로서 문 대통령의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것이 국민의 성원에 화답하는 길”이라며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보지 못한 가장 강력한 당·청 일체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추 대표는 최근 단행한 당직 개편에서 정책 라인에 친문(친문재인) 그룹에 속하는 김태년 정책위의장을 전면 배치해 청와대와의 소통을 강화했고, 사무총장엔 문 대통령 선대위 특보단장 겸 원내 비서실장을 맡았던 이춘석 의원을 배치했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5월19일 기자와 만나 “인선 과정에서 김민석 전 의원의 사무총장 카드 등을 놓고 일부 잡음이 있긴 했지만 사실 성동격서(聲東擊西·동쪽에서 소리를 내고 서쪽에서 적을 친다는 뜻)”라며 “결국 인선 결과만 놓고 보면 (청와대가) 바라던 대로 된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런 ‘당·청 일체’를 토대로 기존의 당·청 관계를 넘어 국회와 새로운 협치(協治) 모델을 만들어보겠다는 구상까지 밝히고 있다.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은 취임 이후 국회를 찾아 연일 ‘국·청(국회·청와대) 관계’라는 신조어를 제시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5월19일 열린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 간 회동을 거론,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보여준 제 정당과의 관계에 대한 자세를 보면 당·청 간 소통도 충분히 미뤄 짐작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당·청 관계는 ‘일체감’을 기반으로 훈풍이 불 것으로 점쳐진다.

 

 

추 대표 주도 인사추천위 제동 걸려

 

정치권 일각에선 앞으로 당·청 관계가 삐걱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존재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문재인 정부가 아닌 ‘민주당 정부’라는 데 방점을 두고 청와대와 동반자적 당·청 관계를 견지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지만, 이에 대해 청와대의 대체적 기류는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 추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민주당 정부’라는 점을 내세워 당내 인사추천위를 설치할 예정이었지만, 청와대와 당내 친문(친문재인) 그룹에서 대통령의 인사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이를 취소하고 관련 조항을 당헌 개정안에서 삭제하기로 한 것도 이를 방증하는 사례라는 지적이다. 올해 3월 당헌에 포함된 ‘국정 운영에 필요한 인사를 추천할 수 있다’는 내용을 토대로 민주당 지도부는 여전히 “당내 좋은 인재는 청와대와 내각에서 쓰일 수 있도록 추천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청와대가 “당에선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라는 반응을 보이는 것도 향후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어 보인다.

 

최근 선출된 우원식 원내대표 등 민주당 원내 지도부가 수평적 당·청 관계를 강조하고 있는 것도 향후 당·청 관계에 있어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우 원내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당·청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수직적 당·청 관계는 지양하겠다고 밝혀왔다. 우 원내대표는 5월17일 한 라디오방송에 나와 “당·청 간에 끊임없는 토론을 통해 질서 있게 해 나가고 협력하는 것이 기본”이라면서도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에는 문제 제기도 하겠다”고 밝혔다.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보다 청와대와 당이 서로 조율하고 협의해서 결정되는 게 성과도 더 나올뿐더러 그게 바람직하다는 것을 문 대통령도 잘 알고 계실 것”이라며 “과거의 수직계열화, 상명하달식 당·청 관계를 탈피하고 공동으로 정권을 운영해 간다는 수평적인 자세와 태도가 문재인 정부의 성공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원내 지도부 역시 여소야대 정국에서 개혁과제 완수를 위해선 당·청 간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엔 인식을 같이 하고 있어 청와대와의 소통채널인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향후 임명될 정책실장 등을 중심으로 다각적인 소통을 이루겠다는 방침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당과는 끊임없이 소통해서 문재인 정부이자 민주당 정부의 성공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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