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 지하차로化…대담한 아이디어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
  • 김경민 기자 (kkim@sisajournal.com)
  • 승인 2017.06.02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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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광화문포럼’ 조경진 서울대 교수가 말하는 도시와 공공공간

 

서울 광화문광장과 세종대로 일대, 세종문화회관과 KT사옥에서 시작해 광화문에 이르는 넓은 공간. 지금은 8개 차선(광화문 앞)과 11개 차선(세종로)이 뻗어있는 이 공간에 차가 사라진다면 어떨까. 회색빛 아스팔트 차로 대신 시민들이 직접 발을 딛고 돗자리를 깔고 쉴 수 있는 보도블럭이나 잔디가 깔린다면.

 

이것이 서울시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를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 광화문포럼이 5월31일 밝힌 광화문광장 개선안이다. 기존의 차선들은 지하로 들어가고 지상의 공간은 오롯이 보행자만을 위한 광장으로 변모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 들어 도심 공간의 재구조화 작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모양새다. 5월20일 개장한 ‘서울로 7017’가 첫 스타트를 끊었다. 여기에 광화문 1번가에 이어 광화문광장의 완전한 ‘광장화’까지. 새 정권 들어 특히 광화문은 명실공히 국가와 국민의 소통의 장을 상징하게 됐다. 대통령이 직접 ‘광화문 시대’를 선포하며 ‘광화문 집무실’까지 열겠다고 공언했다. 차도가 점령하고 있는 지금의 광화문 일대에 대한 재정비 사업이 시작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광화문 일대 공간에 대한 재정비안이 발표되자 여론은 즉각 둘로 나뉘었다. “광장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며 이 같은 계획을 반기는 여론이 쏟아진 한편 “지금의 광화문광장도 충분히 시민을 위한 공간이 되고 있는데 굳이 멀쩡한 차도를 지하로 넣으며 혈세를 낭비할 필요가 있냐”는 비판 여론도 나오고 있다. 

 

광화문포럼 회원이기도 한 조경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서울 한복판의 광장화를 두고 “상당히 대담한 아이디어”라며 “확정안은 아니기 때문에 지금부터 이뤄지는 논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서울공원녹지 총감독으로 서울로 7017 조성 당시 심사위원을 역임한 바 있다. 다음은 조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

 

광화문포럼 회원인 조경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조경진 교수 제공

 

광화문과 세종로 일대의 전면보행화, 무슨 의미인가.

 

도시의 중심을 승용차에서 사람으로 돌리는 것은 세계적 추세다. 미국의 뉴욕, 영국의 런던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 승용차 통행량을 억제하고 대중교통 및 자전거 사용량을 늘리며 보도와 광장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이번 광화문광장 전면 보행화는 확정안이라기보단 방향성 차원에서 제시된 것이라 보면 된다. 이를 현실화해나가는 데 있어선 실질적인, 기술적인 문제들을 풀어가야 한다.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재구조화 대상 지역은 서울이라는 거대도시의 한복판이다. 도심 한복판에 인구와 물류의 이동 편리를 위해 차도가 있는 건 이상해보이지 않는다. 왜 굳이 지하로 차를 넣어서까지 보행전면화해야 하나.

 

도시의 공간을 시민에게 돌리는 것은 유의미한 작업이다. 물론 지하 차로라는 아이디어는 사실 현실적으로 따져봐야 할 부분이 많다. 사실 지하 공간을 매머드급 규모로 개발한다는 것엔 많은 리스크가 따른다.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차도 밀릴 것이고 테러안정성 문제 역시 고려해봐야 한다. 또 광화문 앞 공간이 과거 조선시대 육조거리였다. 따라서 지하 개발을 시작하면 상당한 양의 유적이 나올 수 있다. 이것들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위험도 따른다. 일반적인 아이디어는 아닌 것이 분명하다. 대담한 아이디어다. 

 

4월15일 22차 촛불집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광장의 모습. 세종로 11차선과 우측 광화문 앞 8차선으로 둘러싸여 '교통섬' 같은 모습이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이제 한 달도 채 안 됐다. 새 정권 출범 직후 서울로 7017도 개장했다. 너무 서두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광화문 앞과 세종로 일대의 광장화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됐다고 본다. 사실 서울시는 애초에 광장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건 아니었다. 때문에 기존의 시청앞 광장이나 광화문 광장 등은 다소 기형적인 측면이 있었다. 다행인 것은 지금까지 차도와 기관들이 장악하고 있던 이 공간들을 사람에게 돌리고자 하는 의식의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부터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유의미하다. 결국 도시의 재구조화 사업은 시간이 필요하다. 차근차근 논의를 쌓아가며 개선해나가야 한다.

 

 

경제적 효과에 대한 지적도 많다. 역시 서울로 7017 얘기를 안 할 수 없는데, 현재 있는 도로들로 연결되는 주변 상권에 대한 배려도 있나. 어떤 긍정적 효과가 있을까.

 

분명한 것은 광장화로 인해 주변 상권이 살아난다는 것이다. ‘서울로 7017 이후 주변 상권이 죽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 이 구조가 안착되고 나면 오히려 주변 상권이 살아날 것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머무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광화문 일대 역시 마찬가지다.

 

낙후지역의 개선을 위해 공간을 재정비하는 도시재생의 개념에서 바라봤을 때 광화문의 광장화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런 비판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꼭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 도시 재정비 사업엔 낙후지역 개선이라는 측면 뿐만이 아니라 도시의 공공공간을 만들고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주는 작업 역시 중요하다. 메트로폴리스는 새로운 문화 및 공공 공간을 만드는 일을 계속해오고 있다. 더 살기 좋게, 더 많은 사람들이 찾고 더 많은 관광객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일이다. 뉴욕의 타임스퀘어처럼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공간을 더욱 사람 중심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서울로 7017부터 광화문 광장 전면 보행 광장화까지 도시재생의 개념을 상실한 ‘쇼잉’에 불과할 뿐이란 비판도 제기된다. 어떤 입장이신가.

 

합리적인 비판이다. 도시 사업엔 늘 여러 이해관계 주체들의 욕망이 투영된다. 어느 사업이나 그렇다. 이번 사업의 경우는 방향 제시 면에서 의미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사람이 ‘걷는’ 도시로 패러다임이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에 따르는 그늘은 사회적 논의를 통해 풀어가야 할 당연한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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