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에서 주류로 진입하려는 홍준표
  • 남상훈 세계일보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6.12 17:36
  • 호수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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洪, 당권 도전 의사 밝혀…친박계 등 ‘홍준표 불가론’ 만만찮아

 

19대 대선에서 패배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7·3 전당대회에서 보수진영의 주류 진입을 벼르고 있다. 친박(親박근혜) 색채가 강한 한국당에서 선거를 통해 당권을 거머쥐고 주류가 되겠다는 것이다.

 

대선 패배 이후 미국으로 떠났다가 6월4일 귀국한 홍 전 지사는 “자유대한민국의 가치를 지키는 데 함께하겠다”며 당권 도전 의사를 밝혔다. 정국 구상을 마친 그는 6월12일부터 영남지역을 시작으로 전국을 순회하며 당협위원장과 당직자를 만날 예정이다. 전대를 앞두고 지지세력 다지기에 나서는 셈이다.

 

홍 전 지사는 정치판의 ‘아웃사이더’를 자처한다. 그는 대선 당시 강원도 연설에서 “홍준표는 변방에 사는 아웃사이더다. 아웃사이더가 들어와서 주류를 억누르고 대통령이 되려고 하니 지금 언론에서도 난리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보수 정당, 적통 정당의 후보가 됐는데 언론에서 처음에는 날 투명인간 취급했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완패한 그는 패장(敗將)이다. 대선 사상 최대 표차로 무릎을 꿇었던 그에겐 여전히 아웃사이더의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그래서 홍 전 지사는 이른바 ‘1·3·5 전략’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이 전략은 1년 후 지방선거와 3년 후 국회의원 선거에서 승리하고 5년 후에 대통령이 되겠다는 홍 전 지사의 포부를 담은 것이다.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였던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6월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홍준표의 ‘1·3·5 전략’ 성공할까

 

홍 전 지사가 이번 전대에서 당 대표가 되면 2년간 제1야당을 이끌며 보수진영의 주류로 변신할 기회를 잡게 된다. 바른정당 이준석 서울 노원 병 당협위원장은 홍 전 지사에 대해 “독고다이로 정치를 하면서 주류가 돼 본 적이 없기 때문에 큰 보수라는 파이 내에서 주류가 돼 보겠다는 경쟁을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전 지사의 우호 세력으론 친박 색채가 다소 옅은 초·재선과 일부 충청 의원들이 포함된다. 이들은 홍 전 지사가 위기에 처한 당을 구할 ‘유일한 대안’이라는 입장이다. 한 초선 의원(비례대표)은 “현재로선 홍 전 지사 말고는 당을 이끌 만한 사람이 없다”면서 “홍 전 지사가 언행과 행동에 있어 부족한 점이 있지만 제1야당을 이끌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원내대표를 지낸 정진석 의원도 홍 전 지사에게 힘을 실어줬다. 정 의원은 6월5일 페이스북에 “홍준표의 귀국 일성은 간결했다”며 “반기문의 장황했던 귀국 일성과 대조적이다. 내 눈에는 홍이 반보다 훨씬 고단수다. 흥행몰이의 방법을 안다”고 칭찬했다. 한때 친박 핵심이었던 모 의원도 “당이 위기이기 때문에 지금은 홍준표 리더십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홍 전 지사가 당 대표가 되면 외연 확대를 위해 변신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홍 전 지사는 카리스마가 있지만 막말 등 과격한 이미지도 강하기 때문에 외연 확장이 어렵다는 비판을 염두에 둔 행보를 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준석 위원장은 “홍 전 지사가 당 대표가 되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마일드한(부드러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라며 “지금까지의 막말이라는 이미지랑은 전혀 다른 이미지로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 전 지사가 당권을 거머쥐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친박계와 일부 초·재선 및 중진 의원의 ‘홍준표 불가론’이 만만찮아서다.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친박이라고 하는 사람들을 다 바퀴벌레라고 빼버리면 (홍 전 지사를 지지하는) 1~2%를 갖고 하겠다는 것인가”라며 “외연을 확대해야 하는 판에 너 자르고 너 안 된다는 것은 안 된다. 정말 잠이 안 온다”고 홍 전 지사를 비판했다.

 

비박계 중진인 나경원 의원도 “대선 기간과 같은 스타일로 야당 활동을 해서는 오히려 지지세 확장이 어렵다”면서 “신뢰와 공감을 얻는 것은 큰소리친다고만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런 부분의 우려가 상당히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 홍 전 지사의 왜곡된 사고를 우려하는 당내 목소리도 높다. 홍 전 지사는 6월6일 페이스북에 “체제를 파괴하려 한 사람들이 민주열사로 추모되고, 나라를 위한 희생이 희화화되는 나라는 정상국가가 아니다”라고 적었다. 국민화합과 적폐청산으로 높은 지지율을 받고 있는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 것이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중론이다. 그는 특히 언론을 불신하는 궤변을 늘어놓아 눈총을 받고 있다. 홍 전 지사는 “한국 언론과 여론조사기관이 좌편향됐다”며 “여론도 조작하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 전 지사의 정치적 야욕을 문제 삼는 초·재선 의원들도 있다. 초선인 박완수 의원은 6월4일 페이스북에 “대선 패배에 책임 있는 분들은 출마를 자제해야 한다”며 “당 대표는 희생하고 헌신하는 자리이지 개인의 정치적 입지나 권력을 잡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고 일갈했다.

 

자유한국당 대표로 거론되고 있는 김병준 국민대 교수(왼쪽)와 황교안 전 국무총리 © 시사저널 최준필·임준선

 

김병준·황교안 등 외부인사 영입론 나와

 

이들은 홍 전 지사의 당권 도전에 대한 정략적 의도에도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오는 10월로 예정된 홍 전 지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에 대한 대법원 최종 판결에서 유죄를 피하기 위해 당 대표가 되려 한다는 얘기다. 한 의원은 “홍 전 지사가 당 대표가 되면 대법원이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적 탄압이라는 부담 때문에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대안론’과 ‘홍준표 불가론’이 팽팽히 맞서자 외부인사 영입에 대한 목소리가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인물은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다. 김 교수는 지난해 총선에서 참패한 한국당에 초청돼 선거 패배 원인과 당내 상황, 권력구조 등에 대해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당 개혁을 이끌며 중도를 포용할 수 있는 적합한 인물로 평가된다. 이런 맥락에서 한때 당 대선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차출론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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