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오피스텔 준공 위해 자유한국당 인사 통해 로비했다”
  • 이민우 기자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7.06.27 10:17
  • 호수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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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 관계자들 통화 녹취록 입수…“구청 다녀온 뒤 이틀 만에 준공 허가”

 

대구의 한 오피스텔 준공 과정에서 관할 관청 공무원에게 로비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설계도와 다른 시공으로 인해 준공 허가가 나지 않자 공무원에게 수천만원의 뇌물을 전달했다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 중앙당 인사가 개입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구시 수성구 두산동의 한 오피스텔. 지난 2013년 1115㎡ 규모 대지에 지하 4층, 지상 14층 규모의 오피스텔과 상가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H신탁과 신탁계약을 맺고 총 공사비 143억원 규모의 개발 사업을 진행했다. 공사 도중 시공사가 부도나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2015년 7월 준공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현재는 상가 일부를 제외한 오피스텔 대부분 호실의 분양이 완료된 상태다.

 

대구시 수성구 두산동에 위치한 퍼플하임 오피스텔 준공 과정에서 로비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중간 전달자로 자유한국당 인사가 등장한다. © 사진=메이븐파트너스 제공

 

“로비 이틀 만에 준공 허가가 났다”

 

이 건물의 준공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시행사 측에 따르면, 이 건물은 감리 및 시공사의 잘못으로 보도 구간 진입로가 당초 설계도와 다르게 시공됐다. 설계 도면보다 진입로가 60~70cm 높게 시공된 탓에 주차 차량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준공 검사 과정에서 단차(段差·높낮이 차이) 문제가 불거졌다. 2015년 6월29일 관할 관청인 대구시 수성구청 건설과 장아무개 주무관은 법적 기준 미달로 재시공을 지시했다. 약 한 달 동안 구청 건설과, 복지과, 장애인협회 등과 논의를 통해 계단과 장애인램프를 신설하는 등 개선을 시도했지만, 차체 하부가 걸리는 등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로비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폭로자는 다름 아닌 토지주 위탁자 한아무개씨였다. 한씨의 주장에 따르면, 설계와 다른 시공으로 구청에서 재시공을 지시한 지 열흘 만에 준공 허가가 났다. 한창 관할 관청 실무부서와 시행사, 시공사 등이 협의를 진행하며 재시공을 진행하는 도중이었다. 어찌 된 일이었을까.

 

토지주에게 개발 사업을 위탁받은 한씨는 스스로 “뇌물을 줬다”고 폭로했다. 한씨는 “준공 허가가 나오지 않자 신탁사에서 ‘돈은 얼마든지 지불해도 좋으니 준공을 받게 담당 공무원과 그 윗선에 로비할 수 있는 사람을 소개해 달라’고 요구했다”며 “신탁사 측에선 당장 결재가 나오지 않아 자금을 집행할 수 없으니 우선 먼저 지급하면 오후에 로비 자금을 지불하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한씨는 곧바로 수성구청 공무원을 잘 알고 있다는 후배 최아무개씨를 신탁사 직원들에게 소개시켜줬다. 시사저널은 한씨 아들 명의의 통장내역과 현금 입출금 거래명세표를 통해 최씨에게 돈이 전달된 내역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씨는 아들 명의의 통장에서 후배 최씨에게 선금 2000만원을 전달했다. 그가 제시한 통장내역을 보면 7월8일 1000만원이 현금으로 인출됐고, 일주일 뒤 500만원씩 두 차례에 걸쳐 최씨의 통장으로 입금됐다.

 

로비 내용은 한씨와 최씨가 2016년 7월12일 통화한 내용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녹취록을 보면, 한씨는 최씨에게 “준공 허가가 나오지 않아 신탁회사에서 진○○ 팀장이 구청에 로비를 하라고 해서 2000만원 로비했잖아”라고 말하자, 최씨는 “예”라고 대답했다. 한씨가 여러 차례 “구청 누구한테 줬느냐”고 묻자, 최씨는 “그거는 말씀드리기 좀 어렵다”며 “그거는 누구 목 날릴 일 있느냐”고 답변을 거절했다.

 


 

중간 전달자로 등장한 자유한국당 인사

 

로비 과정에서 자유한국당 인사가 핵심 인물로 등장한다. 한씨의 부탁을 받은 최씨는 다시 박정주 대한민국혁신운동본부 나눔봉사회장을 소개시켜준다. 대구 지역 정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이후 한씨는 7월7일 박 회장의 안내로 후배 최씨, 신탁사 직원, 시공사 임원 등 관련자들과 함께 수성구청을 찾았다. 박 회장이 국장실에 들어가서 면담을 진행하는 동안 다른 관계자들은 구청 앞마당에서 기다렸다. 한씨는 “면담을 끝낸 박 회장이 나오자마자 ‘몇 시간 후 준공이 날 것이니 염려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틀 뒤인 7월9일 재시공이 이뤄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피스텔 준공이 완료됐다.

 

최씨와 박 회장 사이의 통화 녹취록을 보면, 로비 정황을 포착할 수 있다. 최씨는 “오피스텔 형님(한씨)이 신탁에서 준공 부탁해서 쓴 돈을 돌려주기로 해 놓고 아직 못 받았다고 한다”며 “박 여사(박 회장)가 국장한테 돈 주고 건축과 회식시켜주고 했다고 하지 않았나”라고 말한다. 이에 박 회장은 “예예, 그런데 왜 돈을 안 돌려주느냐”고 반문한 뒤 “비 오는 날(7월7일) 쫓아다니면서 해가지고 (준공이) 나왔잖아”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렇게 해서 허가가 나왔지, 안 그러면 그 당시에 그게 됐겠느냐”고 덧붙였다. 수성구청에 찾아간 날의 정황도 박 회장 입에서 나왔다. 박 회장은 당일 상황을 설명하며 “그때 회사 사람들 따라가서 (국장실) 바깥에 전부다 쭉 대기해 있고, 내가 들어간다고 뻔히 봤지 않았느냐”며 “그때 그게(준공) 안 나와서 저거(건물 보도 구간)를 완전히 다시 공사하려면 손해가 얼마였느냐”고 따지듯 말했다.

 

박 회장이 공무원에게 돈을 전달했음을 시인한 대목도 등장한다. 최씨가 “솔직히 서로 알아야 될 부분이 (있다)”라며 “사실 안 주고도 할 수 있잖느냐”고 물었다. 이에 박 회장은 “솔직한 말로 인사 안 하고 되는 게 뭐 있느냐”며 실제 전달이 이뤄졌다고 답했다. 다만 돈을 누구에게 전달했는지에 대해선 끝까지 함구했다. 박 회장은 돈의 흐름을 묻는 최씨의 질문에 “내가 누구한테 줬다는 말은 못한다”며 “준공이 났으면 그걸로 끝”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앞으로 서명 받고 CCTV 틀어놓고 사진 찍어갖고 돈 줘야 되겠네”라며 오히려 역정을 냈다.

 

로비를 맡은 박 회장은 누구였을까. 박 회장은 당시 대한민국혁신운동본부 나눔봉사회장을 비롯해 국민재난안전교육단 부총재, 국민행복운동본부 대구시협의회 공동대표, 대한민국불교진흥회 부회장, 대구광역시경호무술협회 수석부회장, 전국청소년무예대회조직위원회 회장 등 다양한 직함을 갖고 있었다. 이 단체 직함을 활용해 대구시장, 대구시 교육감 등과 접촉하면서 친분을 쌓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대구 지역의 정계 인물들과도 활발하게 교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시민단체 임원 프로필에서 확인한 결과, 박 회장은 2014년 6·4 지방선거 대구시장 후보 시민참여캠프 조직특보를 맡았다고 언급돼 있다. 올해 대선에선 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 중앙당 당직까지 맡았다. 박 회장은 올해 3월 자유한국당 인재영입위원으로 임명됐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박 회장은 시사저널과의 전화통화에서 “그런 일 없다”며 “누가 그런 소리를 하는지 출처를 밝히라”는 말만 반복했다. 

 

 

“신탁사 횡포에 처벌 각오하고 폭로했다”

 

오피스텔 준공 과정에서 뇌물을 전달한 한아무개씨는 왜 이 같은 사실을 폭로했을까. 금품을 전달한 내용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한씨는 뇌물공여죄 등으로 처벌을 받게 된다. 그런데도 한씨는 입금내역, 녹취록 등을 스스로 제보했다. 그 이유를 한씨로부터 직접 들었다.

 

 

준공 로비를 직접 밝히는 이유는 무엇인가.

 

H신탁 진○○ 팀장, 안○○ 과장 등이 관할 관청에 로비를 하라고 지시했다. 또 나중에 계정을 만들어 돌려준다는 얘기도 했다. 신탁사에서 시키는 대로 돈을 전달했더니 바로 준공 허가가 나왔다. 그런데 준공이 나오자 돈 지급을 차일피일 미뤘다. 나중에는 ‘대출기관인 신탁사에서 돈을 내라는 것이냐’고 발뺌을 했다.

 

 

신탁사에서 지시했다는 증거가 있나.

 

관련 내용을 담은 녹취록이 있다. 물론 로비를 직접 지시하는 내용의 녹취록은 아니다. 다만 준공이 떨어진 뒤 담당자들과 통화를 하면서 로비 자금을 복구시켜주겠다고 약속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녹취록 확인 결과, 진 팀장은 “준공 건은 저희가 비용에 대해서 마련해 드린다고 그랬잖느냐”는 등 수차례 관련 내용을 언급한다. 안 과장 또한 “2000만원이면 작은 돈일 수도 있겠지만 잘 해결될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돈을 안 준다고 처벌까지 각오하며 폭로한 건가.

 

단순히 돈 문제는 아니다. 개발 사업을 처음 하면서 신탁사를 믿었는데, 신탁사의 횡포를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시공사가 부도나기 직전에 약정일보다 앞당겨 기성금을 지급했다. 부도 이후엔 마음대로 시공사를 몰래 바꾸면서 공사비를 부풀렸다. 이로 인해 수십억원의 손해를 입었다. 8.5%의 이자와 13억원의 수수료를 받아 챙기면서 무책임한 업무 처리로 손해를 봤다. 항의해 봤자 소용없었다. 금감원에 민원을 넣었지만 감감무소식이었다. 오히려 신탁사에선 “차라리 소송을 걸어라”라며 배짱을 부리더라. 내가 뇌물공여죄로 처벌받는다고 해도 이렇게 해서라도 신탁사의 횡포를 밝히고 싶었다. 

 

토지주를 비롯한 시행사 측은 6월19일부터 H신탁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 사진=메이븐파트너스 제공

 

“이미 검찰에서 각하 처분된 사안”

 

H신탁 측은 한씨의 주장에 대해 “이미 검찰에서 각하 처분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H신탁 관계자는 “한씨를 포함한 시행사 측에서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관계자를 고소했지만 이미 검찰에서 각하 처분을 내렸다”며 “고소 내용에 해당 로비 건도 포함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씨로부터 로비 지시자로 지목된 진아무개 팀장은 “신탁사에서 나서서 부정 청탁할 이유도 없고, 그럴 권한도 없다”며 “절대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진 팀장은 “한씨에게 한 ‘본인 사업이기 때문에 어떤 방법을 강구해서라도 책임지고 준공 받으라’ 수준의 말을 오해한 것 같다”고 밝혔다.

 

자금 전달자로 지목된 박정주 회장에 대해 “7월7일 준공 건을 협의하기 위해 수성구청을 같이 방문한 것은 맞다”면서도 “직접 대화하거나 사업 논의를 진행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녹취록에 등장하는 2000만원에 대해 “통상적으로 사업 기간 동안 시행사 측에 제공하는 사업비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씨 측이 주장하는 신탁 과정의 공사대금 등의 문제에 대해선 “신탁계약서에 따라 업무를 처리했다”며 “회사 측도 여러 차례 검토했지만 위법하거나 부정한 업무 처리는 없었다”고 답변했다. 부도날 건설사에 임의로 대금을 지급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시행사 측에서 지급하라고 해서 처리했을 뿐”이라며 시행사 측 직인이 찍힌 공문을 공개했다. 공사비 부풀리기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며 “부도난 시공사에서 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공사를 멈춘 하도급업체를 설득하기 위한 자금 등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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