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부터 외고·자사고, 일반고와 동시 전형 실시해야”
  • 이민우 기자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7.07.27 10:03
  • 호수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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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혁신 교육’ 강조해 온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시국선언 교사, 징계해야 할 심각한 비위 행위 아냐”

 

교육 문제는 언제나 뜨겁다. 정책이 하나 바뀔 때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한다. 때문에 특정 사안을 놓고 논란이 일 때마다 치열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한다. 직선제로 선출된 서울시교육감 모두 법정에 서서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는 점은 그 갈등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데 처음으로 보장된 임기를 끝까지 채울 수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다. 조 교육감 역시 법정에 섰지만 대법원의 선고유예 판결로 교육감직을 유지하게 됐다. 그는 최근 관내 외국어고(외고)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국제중 등 5곳을 모두 재승인하면서 찬반 진영 양측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서울시교육청이 특권학교 학부모들의 눈치를 살피며 일반학교 정상화를 포기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모든 책임을 정부에 떠넘긴 건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자사고학부모연합회도 “이번 재지정은 내년 교육감 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결정일 뿐 현장은 더욱 혼란스러워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후에는 ‘오픈 북(Open Book)’ 시험 검토, 시국선언 교사 징계 철회 등 굵직한 이슈를 꺼내 논란의 중심에 섰다.

 

7월18일 서울시교육청에서 만난 조희연 교육감은 여전히 당당했다. 사회적 비판 여론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 듯 자신의 교육 철학을 여과 없이 쏟아냈다. 외고·자사고 문제에 대해선 일반고 전환을 재차 강조하면서도 “일몰제 방식으로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할 때 이행기적 방안으로 동시 전형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다음 날인 7월19일 국정기획위원회에서 발표한 100대 과제 안에 외고·국제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일반고와 동시 전형 실시 등 단계적으로 고교 체제를 개편하겠다는 내용이 담기면서 조 교육감의 제안은 현실화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 시사저널 이종현

 

취임 4년 차를 맞았다. 가장 잘한 점과 아쉬운 점을 꼽는다면.

 

지금까지 과속하지 않는 대신 가야 할 방향을 잃지 않고 역할을 수행했다고 자임하고 싶다. 여러 정책이 있지만 친환경 무상급식이나 학생인권조례 등 혁신 교육정책들을 복원시켰다. 토론이 있는 교직원회의, 학부모회 조례 제정 등을 통해 학교를 수평적 소통이 살아 있는 민주적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데도 노력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교육 적폐라고 할 수 있는 국정교과서 폐지를 위해 노력했고, 중앙정부의 교육재정 책임을 시·도교육청에 떠넘기는 누리과정 예산 파동에 대해서도 시·도교육감들과 함께 해법을 모색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자사고 폐지라는 정책 방향을 갖고 전념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 25개 자사고 중 2개 학교만 일반고로 전환하게 됐다. 자사고·외교 폐지를 바라는 분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또 학교 업무 정상화와 교육정책사업 정비 등을 통해 학교 부담을 줄이려 노력했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신음 소리가 들리고 있다. 과거의 일이 줄어들면서 새로운 일이 늘어난 경우도 있다. 앞으로도 더 노력해야 하는 내용들이다.

 

 

최근 외고·자사고 재지정 문제를 놓고 양측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임기 시작 때부터 외고나 자사고가 제도적으로 폐지돼야 한다는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이번 재지정 평가 결과는 제 의지 약화나 반대 여론과는 무관했다. 그야말로 현행 법 테두리 안에서 행정을 한 결과일 뿐이다. 임의로 평가에 개입해 재지정을 취소하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때문에 제도적 손질이 필수적이고,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서 관련 조항 개정을 통해 ‘일괄 전환’ 혹은 ‘연차적 전환’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정부에 공을 넘긴 것처럼 보여 비판하는 분들도 있지만 좀 억울한 면이 있다. 구체적 로드맵까지 다 제시하고 시행령 개정을 통해서만 실질적 폐지가 가능하다고 분명히 말했다.

 

 

외고·자사고가 일반고와 동시에 전형해야 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현재는 성적 우수 학생이 특목고, 자사고, 외고 등 소위 ‘일류’ 학교에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들이 전기(前期)에 학생을 먼저 뽑고 후기에 일반고 학생을 선발하는 구조는 출발선상의 불평등 문제를 낳을 수밖에 없다. 당연히 우수 학생들을 데려가 명문대에 많은 학생을 진학시키면서 특권적 지위를 고착시키는 조건이 된다. 때문에 일반고와 동시 전형을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동시 전형을 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궁극적으로는 자사고나 외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고교 체제 개혁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고교 체제 개혁 없이 동시 전형만 하게 될 경우 효과는 30~40% 수준에 불과한 미완의 개혁이 될 수 있다. 자사고 폐지의 대체재가 아니라 병행해야 할 보완재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외고·자사고를 폐지하면 강남 8학군 집중이나 학력 하향평준화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외고·자사고가 폐지되더라도 고교학점제, 대입구조 개편 등이 이뤄지면 장기적으로 특정 지역 쏠림 현상은 미미할 것으로 본다. 물론 단기적으로 강남 쪽에 사교육 기관이 많아 그럴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현재 고교선택제에 따른 배정 현황을 보면 타 학군에서 강남 학군으로 배정받는 비율은 3% 수준으로 낮다. 강남 3개 자사고(중동고·휘문고·현대고)의 타 학군 입학률이 25% 내외임을 볼 때 집중 현상은 우려만큼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학력 하향평준화에 대한 우려도 마찬가지다. 일반고 전성시대 사업은 모든 일반고를 지금의 외고·자사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반고의 교육과정 편성·운영에 대한 자율권을 확대하고 고교학점제처럼 트랙을 다양화하도록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선 보다 근본적인 대학 서열 문제를 국가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아울러 학력 자체의 의미도 인공지능으로 대변되는 미래 사회에 걸맞은 역량으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여러모로 중앙정부와의 정책 협조 내지 소통이 중요할 것 같다.

 

그동안 초중등 교육만을 관장하는 서울시교육청 차원의 행정 노력으로는 대학 서열체제, 대입제도 문제 등 외적 환경을 극복할 수 없다는 한계를 절감해 왔다. 이런 차원에서 교육감 본연의 업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교육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개혁 의제들을 제시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임명돼 본격적인 교육 개혁 드라이브가 시작된 만큼, 서열화된 고교 체제를 단순화하고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노력이 우선 진행되길 희망한다. 동시에 교육부의 권한을 시·도교육청으로 대폭 이양해 자율과 자치를 확장해야 한다.

 

개혁 의제와 별도로 전교조 문제는 주안점을 두고 해결해야 할 현안이라고 본다. 전교조 문제는 법적 구속력 여부와 관계없이 교육 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 교육정책 파트너 중 하나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사회적 갈등을 제도적으로 해결하고, 제도권 내에서 갈등의 접점을 찾는 것이 선진국형 민주주의다. 교육노조는 특별히 적용해 전격적으로 행정명령을 취소하고, 장기적으로 교원노조법을 개정해 나갔으면 좋겠다.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를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심각하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자사고 폐지를 주장하는 시민단체(왼쪽)와 자사고 폐지에 반대하는 학부모들의 모습 © 사진=연합뉴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도 자주 만났나.

 

공식적인 자리에서 여러 차례 만났다. 나란히 교육감이 되기 이전에도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활동 등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공유했다. 김상곤 부총리가 그동안 언급한 정책 내용은 제가 추진하던 정책과 상당부분 유사하다. 새 정부의 대학 서열화 해소, 고교학점제, 수능절대평가제, 내신절대평가제 등 현재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현안에 대해 시도교육감협의회를 통해 포괄적으로 논의하고 협조할 것이다. 아울러 저는 김상곤 부총리의 교육정책 추진에 대해 촉진자, 매개자, 내용적 선도자 역할을 함으로써 대한민국 교육 개혁의 성공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하겠다.

 

 

7월11일 시국선언 교사들에 대한 징계 요구를 철회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징계의결 요구나 철회는 교육감의 재량 권한이라고 본다. 특별한 사정이 발생하면 징계의결 요구를 하지 않거나 철회할 수 있다고 본다. 공무원을 징계하는 것은 그럴 만한 충분한 이유와 근거가 있을 경우다. 교육을 책임지는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교사가 되기 위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국가적인 문제에 대해 소신을 밝힌 것을 놓고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보는 것은 국민 법감정에 맞지 않는다고 본다. 이는 과거 정부에서 일정한 정치적 의도를 갖고 과도하게 처벌하려고 한 점을 오히려 바로잡는 측면이 있다. 전교조든 누구든 상관없다. 일반 교사든, 저와 반대되는 입장을 갖고 있는 교사든 헌법적 가치에 입각한 정당한 의사표현은 존중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차기 교육감 선거가 1년도 남지 않았다. 향후 계획은 어떤가.

 

개인적으로 임기를 마친 최초의 선출 교육감이 될 수 있도록 성원해 주신 서울시민들께 감사드린다. 임기를 마칠 때까지 서울 교육의 안정과 개혁을 지속할 수 있어서 다행으로 생각한다. 앞으로 1년은 무엇보다 ‘통합’의 가치에서 교육을 바라보고 운영해 나가고자 한다. 그동안 저는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일종의 교육 적폐를 극복해 왔다. 앞으로는 교육을 통한 통합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성적에 따라 소수가 다수를 분리하는 행위, 인종·문화·국적·성정체성 등으로 다수가 소수를 분리하는 요소를 해소해 나갈 것이다. 재출마 여부를 묻는 사람이 많지만 연말까지 현재 역할을 충실히 하고 내년 초쯤 향후 일정을 말씀드리는 것도 성급하다 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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