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이다’
어떤 위대한 생각 가운데는 살면서 저절로 깨닫는 것들도 있지만, 대개는 누군가가 고심해서 명제로 정리한 덕분에 바로 그 지점에서부터 생각을 전개할 수 있는 것들이다. 많은 과학적 생각들도 그렇지만, 철학이나 인문학의 수많은 공리들도 알고 보면 누군가가 이미 말한 것이다. 특정한 개인의 발명이 아니라 인류문명이 성숙하면서 말할 방법을 찾아내는 것.
페미니즘의 가장 힘센 격언은 내 생각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이다’라는 명제다. 이 명제는 개인적인 것을 규정하는 권력이 남성의 것이어서 여성들의 언어나 일상은 언제나 사적인 것으로, 개인적인 것으로 여겨진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옛날에 서울 동숭동 낙산아파트 아래 다가구주택에 살 때였다. 큰방 창문 바로 아래가 골목길이 약간 넓어진 공터였는데, 어느 날 밤에 남성의 폭언과 여성의 비명이 들려왔다. 놀라서 창밖을 내다보니 어떤 남자가 여자를 개 패듯 패고 있었다. 놀란 나는 112에 신고를 했다. 남자는, 경찰이 달려왔는데도 여전히 폭력을 멈추지 않고는 “내 마누라 내가 버릇 가르치는데 경찰이 왜 나서냐”고 했다. 여성은 가정에 속해 있고 따라서 사생활의 영역이므로, 가정폭력은 경찰이 개입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남자인 경찰의 동조였다. 서너 번 신고를 하고서도 그 사건은 경찰이 개입해서가 아니라 남자가 여자를 질질 끌고 다른 곳으로 가는 방식으로 없어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