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취임 100일 성적표·경제] ‘부자증세’로만 재원 마련 가능할지 의문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7.08.08 09:16
  • 호수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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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노믹스’의 핵심인 ‘소득주도 성장’, 결국은 재원 마련이 관건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 부자증세 등의 이슈를 동시다발적으로 공론화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불공정한 각종 제도를 개선하는 데 주력했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해 임금격차를 줄이려는 시도도 있었다. 최근에는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높였고, 11조원의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일자리 창출에 노력하고 있다. 정부 출범 초 탄탄한 국민 지지율에 힘입어 대선공약 실천을 위한 개혁드라이브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은 ‘소득주도 성장’으로 압축된다.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높여 소비가 늘어나면 내수시장이 살아나고, 기업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앞서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수출 대기업 성장에 초점을 맞춰왔다. 이를 통한 ‘낙수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결국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새 정부는 이제 서민들의 소득을 늘려 경제성장을 이끌어나가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했다. 성장의 동력을 아래에 둔 ‘분수효과’를 노리겠다는 것이다.

 

그 첫걸음은 일자리 창출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첫 업무지시도 ‘일자리위원회’ 설립이었다. 정부는 우선 공공부문에서 일자리를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이 임기 중 창출하기로 한 공공부문 일자리는 81만 개다. 세부적으로 보면 △정부가 직접 월급을 주는 소방관·경찰·교사·군인 등 공무원 일자리 17만4000개 △국공립병원·어린이집 등 공립시설 일자리 34만 개 △공공기관의 계약직 근로자 직접 고용 및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30만 개 등이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에만 공무원 1만2000명을 새로 채용할 계획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월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종구 금융위원장,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백운규 산업통산자원부 장관, 김 부총리,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 사진=연합뉴스

 

일자리 늘리기 실효성 측면에 의문 제기

 

이처럼 고용의 양을 늘리는 한편,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방안도 함께 추진 중이다. 현재 대상에 오른 것은 중앙정부·자치단체·공공기관·지방공기업·국공립교육기관 등 852개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31만여 명이다. 이들 가운데 향후 2년, 연중 9개월 이상 근무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력을 올해 안에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기존에는 ‘과거 2년 이상, 향후 2년 이상, 연중 10~11개월 이상’ 상시·지속적 업무를 할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시켰다. 이를 통해 올해 정규직으로 전환될 비정규직 노동자는 10만 명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는 민간 기업들이 일자리 창출과 정규직 전환에 동참할 수 있는 지원책도 내놨다. 대표적인 것이 3대 일자리 지원세제다. 정부는 먼저 기업이 고용을 늘릴수록 이에 비례해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제도를 신설할 예정이다. 또 중소기업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 받을 수 있는 세액공제도 현행보다 대폭 늘리기로 했다. 여기에 기업이 근로자들의 임금을 올려주면 그 증가분의 일정 비율을 세금에서 제외해주는 ‘근로소득 증대세제’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이런 정책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실효성 측면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일자리 창출에 21조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실제 일자리 창출 효과는 크지 않으리란 것이다.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가운데 64만 개는 기존에 민간에서 진행하던 일자리의 ‘이동’일 뿐이고, 순수한 증가는 12만4000개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현재 실업자가 300만 명을 웃도는 일자리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공공부문에서 인위적으로 한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면 민간부문 일자리 1.5개가 희생된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연구 결과도 있다. 이번 공공부문 일자리 확보 작업이 자칫 민간 일자리 창출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최저임금 인상, 정부 지원 지속 가능할까

 

최저임금 인상도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이다. 이를 두고 상당한 찬반 논란이 있었지만 정부는 임기 내 1만원으로 인상을 단행키로 했다. 일단 2018년 시간당 최저임금을 올해(6470원)보다 16.4% 오른 7530원으로 결정했다. 역대 정부와 비교하면 상당히 파격적인 상승폭이다. 당장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갑작스러운 인건비 상승으로 경영이 어려워져 인력을 대폭 감축하거나, 연쇄 도산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정부는 즉시 대책을 제시했다. 인건비 상승분의 일부를 정부에서 분담하고, 경영비용 부담 완화를 위한 각종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정부는 먼저 인건비 지원에 4조원 이상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분 분담에 3조원, 경영비용 부담 완화에 1조원이 각각 책정됐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분의 7.4%(479원)는 사업주가 부담하고, 나머지 9%가량(581원)의 인상분을 정부가 지원하기로 했다. 또 경영비용 부담 완화책으로는 △고령자 고용지원금을 현행 1인당 월 18만원에서 2020년까지 30만원으로 인상 △소규모 사업장 사회보험료 지원 기준 상향 △신용카드 수수료 완화 △부가가치세 등 세금 부담 완화 △소상공인 진흥기금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중소기업계의 반발은 여전한 상황이다. 지원금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는 내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인건비가 15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산했다. 또 정부가 인건비 상승분 분담을 계속해서 지원할 재정 여력을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정부가 2020년까지 시간당 최저임금을 1만원대로 올리겠다고 한 점을 감안하면, 임금 인상률은 매년 15.3% 안팎으로 예상된다. 해마다 정부의 임금 인상분 부담 규모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소기업연구원은 2020년 직·간접 지원액이 16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향후 보편적 증세 불가피할 것이란 견해도

 

정부의 일자리 창출을 통한 소득주도 성장과 관련, 증세 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최저임금과 공공 일자리 창출 및 정규직 전환에는 막대한 세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을 위해 각종 복지혜택도 제공키로 했다. 생계비를 낮춰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리기 위해서다. 세부적인 정책은 △연 17만 호 공적임대주택 공급을 통한 주거비 축소 △15세 이하 아동의 입원진료비 본인부담률 5%로 하향 조정 △단계적 고등학교 무상교육 실시 △일정 금액만 내면 버스나 지하철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광역알뜰교통카드’ 등이 있다. 여기에도 상당 규모의 세수가 투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그동안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 증세’는 없다는 입장을 지켜왔다. 대선 기간 최종공약을 발표하면서도 자금조달계획을 공개하지 않을 정도로 증세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은 최근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증세로 재원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최근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초고소득자 대상 소득세(과세표준 5억원 초과 구간 세율 40%→42%), 대기업을 겨냥한 법인세(과세표준 2000억원 이상 세율 25% 신설) 등 ‘부자증세’를 공식화했다.

 

그러나 향후 보편적 증세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다. 부자증세의 영향을 받는 이들이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세수는 연간 3조6300억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투자세액공제 축소를 비롯한 비과세 감면 등을 통한 세금을 더해도 한 해 추가로 확보 가능한 세수는 5조5000억원 남짓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확정한 문 대통령의 국정과제 이행에 필요한 재원(5년간 178조원)에 크게 못 미치는 액수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또 다른 축은 재벌개혁이다. 큰 갈래는 △재벌 총수 일가 전횡 방지 △재벌 지배구조 개선 △재벌 불공정 행위 감시 등 세 가지다. 이를 위해 정부는 개혁의 선봉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내세웠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재벌개혁 공약의 초안을 작성한 인물이다. 장 실장도 김 위원장과 참여연대 등에서 재벌개혁 운동을 함께하며 ‘재벌 저격수’로 이름을 알려왔다. 이들의 전진배치는 정부가 재벌개혁의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가 재벌개혁에 주력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재벌개혁은 ‘소득주도 경제성장’과 맥이 닿아 있어서다. 그동안 국내 중소기업 매출의 70% 이상은 재벌기업과의 거래에서 나왔다. 그러나 이들 사이에는 ‘갑을관계’가 존재했다. 이런 구조에 따라 그동안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는 불공정한 거래가 관행처럼 이뤄져왔다. 역대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그친 것도 이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이런 구조를 정상화할 경우 중소기업이 살고, 그 결과 중소기업의 비정규직도 줄고 임금이 늘어 소득주도 성장으로 연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대기업들 사이에서는 역대 정부가 그래왔듯 이번에도 ‘재벌 죽이기’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면서 현재 국내 경제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무차별적인 재벌 때리기는 국가 경제의 경쟁력 약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지적에 선을 긋는 모습이다. 김상조 위원장은 “재벌을 망가뜨리거나 해체하자는 것은 절대 아니다”며 “재벌을 한국 경제의 소중한 자산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재벌개혁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장 실장 역시 “모든 기업은 우리 모두의 일자리로서 매우 소중하다”며 “두들겨 패는 재벌개혁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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