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두 사람은 ‘도가니’보다 더 악질이다”
  • 박혁진 기자 (phj@sisajournal.com)
  • 승인 2017.08.28 10:54
  • 호수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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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목사와 전직 신부의 장애인단체 횡령 의혹 사건’ 피의자들과 5년간 싸운 공지영 작가 단독 인터뷰

 

“12시가 되면 운동장에 있는 이승복 어린이 동상이 움직인대.” 기자가 1년 전쯤 처음 ‘장애인단체 공금횡령 의혹 사건’을 들었을 때 초등학교 시절 ‘괴담’이 생각났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 살이 붙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마치 사실인 것처럼 믿게 되는 그런 괴담. 그저 그런 꽃뱀 또는 종교인 사기 사건인 줄 알았던 이 사건을 취재하면 할수록 계속해서 드러나는 충격적 진실 앞에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시사저널이 제1453호에서 보도한 현직 여자 목사와 전직 신부가 공모한 장애인단체 사기 사건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종교계와 시민단체 그리고 지역 관가와 언론이 8년 만에 실체를 드러낸 이 사건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시사저널 1453호 ‘[단독] 전직 국정원장도 당한 목사와 전직 신부의 사기 사건’ 기사 참조)

 

현직 여성 목사와 전직 신부는 장애인들을 내세워 기부금을 가로채고, 여성 목사는 유명 정치인, 종교인,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봉침(벌침)을 놓아 이를 빌미로 돈을 뜯어냈다. 5명의 자녀를 입양했다는 여성 목사는 실제로 키우지도 않는 아이들을 성금 모금에 동원하고, 심지어는 입양 두 달 만에 파양까지 한 인면수심 행각을 벌였다. ‘여성 목사와 전직 신부’ 두 사람이 운영하는 장애인단체 안에서는 억눌린 장애인의 ‘성(性)’을 이용해 돈을 벌었다는 다수의 증언까지 나왔다. 게다가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두 사람을  불구속 기소해 결국 지금 이 순간까지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충격적 사건이 왜 이제야 외부로 알려졌는지 대중은 궁금해하고 있다.

 

많은 언론이 진실을 외면할 때 2012년부터 이 싸움을 시작했던 사람이 있다. 작가 공지영씨다. 시사저널이 6개월 넘는 시간 동안 취재하는 과정에서 공지영 작가가 이미 오랜 기간 싸웠던 흔적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장편소설 《도가니》로 큰 사회적 주목을 받을 때 그는 한편에서 또 다른 싸움을 벌이고 있던 셈이다. 공 작가는 한 신부의 공금횡령 및 성추문을 공론화했고, 그 대가로 지금까지 그 신부와 얽히고 있다. 신부는 2015년 면직됐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법(法)을 무기로 공 작가를 옭아맸다. 신부는 공 작가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보수정권의 검찰은 그들에게 눈엣가시나 다름없던 공 작가를 압박했다. 정권이 바뀌고 공 작가도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그의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시사저널이 두 종교인의 충격적 사건을 처음 보도한 후 공 작가도 탄력을 받아 다시 한 번 전의를 불사르고 있다. 그리고 이 사건을 더욱 많은 사람에게 알려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시사저널의 인터뷰 요청에 응했다. 8월22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공 작가는 기자의 인터뷰 요청 몇 시간 만에 지방에서 급히 올라왔다. 

 

전직 신부 김아무개씨가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 공지영 작가가 조사를 받기 위해 2015년 11월29일 오후 서울 서초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전직 신부인 김아무개씨와 어떻게 처음 알게 됐나.

 

2012년 이해인 수녀님이랑 그때 잠깐 친하게 지냈는데, 나보고 ○○사회복지관에 강연을 가라는 거다. 처음에는 거절했는데, 수녀님께서 ‘거기 있는 신부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활동도 하고 훌륭한 사람이니 공 작가가 가서 강연해 주며 도와 달라’고 말해서 가게 됐다. 김씨를 거기서 처음 만났고, 그때 내려가서 만났던 다른 사람들로부터 ‘환대’를 받아서 참 좋은 사람들이다 생각했다. 그런데 김씨가 그다음부터 아침마다 모바일 메신저를 계속했다. (오프라인에서는 한 번밖에 못 본 사이라) 약간 부담스러웠지만 그때까지도 ‘신부인데…’ 싶어서 꼬박꼬박 답했다. 그 뒤부터 서울에 올라올 때마다 만남을 요구했다. 

 

 

공 작가는 공적 문제에 있어서는 김씨와 싸움을 계속하겠지만, 개인적으론 엮이기 싫다며 조심스럽게 이후의 일들을 풀어냈다. 공 작가의 얘기를 들어보면 김씨가 공 작가에게 연락했던 일들이 여성으로서 충분히 불쾌했을 법했다. 공 작가가 결정적으로 김씨와 멀어지게 된 것은 그런 불쾌감 때문이 아닌 종교적 권위를 남용하는 것에 대한 반발 때문이었다. 이때 여성 목사 이아무개씨가 등장한다. 당시 이씨는 목사는 아니었고 장애인 시설만 운영하고 있었다. 

 

 

2012년에 이미 김씨와 이씨가 서로 알고 지냈나.

 

《도가니》가 영화화되어서 파장이 한 번 싹 퍼지고 갔을 무렵에 이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느낌이 이상해서 이후 메일로 연락하곤 했다. 메일을 받은 후 ‘여성단체 연결해 드리겠다’고 답을 했는데 막 화를 내는 거다. 이후에 이씨가 내 주변에 있는 여러 사람들에게 연락해서 ‘공 작가를 한 번 만나게 해 달라’고 압박이 들어왔다. 결정적으로 어느 날 김씨가 ‘공 작가, 이씨를 만나십시오. 이분은 한국의 마더 테레사다’라고 하면서 카톡을 보내왔다. 그래서 내가 거절하니까 김씨가 ‘주님의 명령입니다’ 이렇게 답이 왔다. 그건 내가 또 용서 못하거든. 그래서 내가 ‘그래요? 저도 하느님께 은총 나름 받는 사람인데 기도해 볼게요’ 했더니 김씨가 바로 ‘성령의 명령입니다’라고 보내는 거야. 그래서 ‘이 신부가 바닥 드러내는구나’ 싶어서 ‘신부님, 성령으로 모독하는 자 용서받을 길이 없다고 성경에 나오는데 어찌 이 치졸한 일에 성령을 들먹이느냐 연락 말라’며 이후에 연락처를 차단했다. 그리고 한 2년 동안 연락을 안 하고 지냈다.

 

 

그런데 왜 다시 엮여서 김씨에게 피소까지 당했나.

 

2015년 5월22일이었던 것 같다. 그날 내가 어떤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아는 신부님 몇 명이 ‘○○교구 김아무개 신부 부탁으로 이 글 싣습니다’ 하면서 사진이랑 같이 글이 올라와 있는 거다. 그래서 차단 해제하고 김씨 페북 들어가서 보니까 ‘다음과 같은 유언비어가 도는데 신자 여러분 속지 말라’고 하면서 ‘자기가 한 유명인을 스토킹하다가 잘렸다 고소당했다’는 얘기가 있었다. 그래서 내가 김씨 페북에 ‘혹시 어떤 사람이 만약 그렇다면’이라는 제목의 답글을 달았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부산 강연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공지영 작가가 2015년 7월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전직 신부 김아무개씨 이야기와 그의 면직을 알리는 교구 문서. 공 작가는 이 글로 인해 김씨에게 피소당해 지난 7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공 작가는 이후 있었던 일들에 대해 쭉 설명했는데, 기자가 판단했을 때 팩트로 확인이 가능한 부분들은 다음과 같다. 당시 부산 강연을 주최했던 단체는 ‘강연을  취소하라’는 신원 불상의 항의전화에 시달렸고, 공 작가는 부산역 KTX 플랫폼에서부터 신부 두 명의 에스코트를 받고 강연장까지 갔다. 이날 신부들은 공 작가를 화장실 앞까지 에스코트했다. 다음 달 있었던 공 작가의 명동성당 강연장에서는 정체불명의 남성 몇 명이 난동을 피웠다. 그들이 왜 난동을 피웠는지는 알 수 없으나 공 작가는 후배들로 하여금 이날 일을 촬영하게 했다. 

 

 

김씨가 사주했다고 보나.

 

추종자들로 추정된다. 어쨌든 김씨는 이후 SNS에서 권력 있는 모 작가가 나를 음해한다고 포스팅도 했던 것 같다. 이후에도 계속 난리가 나니까 ○○교구에서 전화가 와서 당시 총대리 신부였던 배기현 신부님이 한번 만나자고 했다. 그래서 내려가서 배 신부랑 당시 주교님을 차례로 만났고, 주교님이 ‘죄송한데 공 작가가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밝혀 달라’ 해서 다 얘기했다.

 

 

김씨가 공 작가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게 된 계기는 뭔가. 

 

교구 측 자체 조사를 통해 김씨가 면직됐다. 그런데 김씨가 계속 스스로가 신부라 하고 신부 옷을 입고 다니기에 내가 문제의 페북을 그날 올린 거다. 그리고 고소를 당했는데, 김씨가 얼마나 촉이 좋으냐면 재판 가봤자 이거 무죄 나올 게 빤한 데도 내가 정권에 밉보이고 있다는 걸 정확히 안 거다. 

 

 

취재 결과 당시 교구에서는 공 작가가 제기한 문제를 비롯한 여러 추문들에 대한 사실 확인을 했고, 그 결과 김씨를 면직했다. 교구에서 올린 김씨의 공식적 면직 이유는 성추문이었다. 공 작가는 성추문 이외에도 김씨가 밀양 송전탑 관련 성금을 가로챘다는 의혹을 2017년 7월 페이스북을 통해 제기했다. 공 작가에 대한 명예훼손 고소 사건은 지난 7월26일 무혐의 처분됐다. 2015년 사건이 이제야 결론이 난 셈이다. 김씨는 공 작가와 함께 배 신부도 고소했었다. 배 신부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당시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검찰수사는 어땠나.

 

검찰은 이 사건을 2년 동안 질질 끌었다. ○○지청에 접수된 사건을 서울, 창원, 서울로 옮겨 다니면서 6번인가 미뤘다. 내 사건을 하기 싫었던 거다. 나는 속으로 붙자, 재판까지 가자, 이왕 이렇게 쪽팔린 거 끝까지 가보자, 너희들 악행 가만두지 않겠다 싶어 여기까지 온 거다.

 

2012년 12월21일 작가 공지영씨(오른쪽 두 번째)가 광주 한 카페 개점 1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원회 관계자들과 촛불을 끄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천주교 내부에서 이 문제를 은폐하려고 했다는 얘기도 취재 과정에서 접했는데 그건 아니었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이 과정에서 이씨가 주교들에게 편지를 보냈다(당시 조사 내용에는 이씨 관련 내용도 있었다). 편지에는 ‘○○교구가 지금 나를 쓸데없는 내연녀로 만들어 신부 하나를 쫓아내려 하는데 나와 아무 상관없다’면서 ‘주교님들한테 애 다섯을 데리고 명동성당 앞에서 분신하겠다’고 했다. 이씨는  뭐만 하면 자살하겠다고 하는데…. 

 

 

공 작가는 2015년 7월부터 지금까지 관계기관과 언론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으나, 매듭지어지지 않고 지금까지 왔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피해자들이 계속 양산됐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검찰 측의 인지수사를 통해 법적 문제가 처음 제기됐고, 시사저널 보도를 통해 공론화됐다. 전주지검은 6월29일 두 사람을 기소했는데, 이씨는 사기,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 위계공무집행방해,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김씨는 사기와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함께 기소됐다. 본지 보도 이후인 8월25일 현재 전주시는 이들이 운영하는 장애인주간보호센터 폐쇄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이 사건은 개신교 목사와 천주교 전직 신부의 ‘콜라보’ 사기 사건이란 프레임으로 기억되기 쉽다. 하지만 이 사건은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이야기다. 어린아이들과 장애인들이 ‘맘모니즘’ (mammonism·부, 돈, 재물을 절대시하거나 그것에 최고의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는 사상) 신봉자들에게 유린당하면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짓밟혀버렸다. 게다가 현재진행형이다. 공 작가도 인터뷰 중 이 부분에서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난번엔 김씨가 페이스북에 ‘우리 아이들 노래를 들어보세요’ 하면서 지적장애인들 노래하는 동영상을 올렸더라. 내가 아는 장애인 아이 엄마가 그걸 보고 뒤집어져서 (센터 측에) 전화해서 생난리를 쳤다. 그랬더니 동영상에 ‘이건 보호자와 본인 동의를 받은 것’이라고. 근데 이건 장애인 엄마 입장에선 가슴이 미어터지는 거다. 돈의 액수 상관없이 그냥 너무나 악질이다.”

 

사실 기자는 소설 《도가니》도 보지 않았고, 영화도 보지 않았다.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더 정확하다. 호기심에 공 작가에게 물었다. 도대체 어느 쪽이 더 나쁘다고 생각하느냐고. 공 작가는 단호하게 이번 사건을 꼽았다.

 

“‘도가니’ 가해자들은 나를 협박하긴 했지만 좀 게을렀다. 그런데 이번 가해자들은 너무 부지런하다. 도가니 때 그 사람들은 이렇게 지속적으로 위선을 떨거나 거짓말하진 않았다. 그리고 내가 제일 화가 나는 건 성직자, 노인, 장애인 특히 장애인들의 성 문제는 우리 사회 심각한 일이고 그게 그 사람들의 아픔 아닌가. (시사저널은 취재 과정에서 이씨가 다수의 남성 성기에 봉침을 놓았다는 증언들을 확보한 바 있다.) 그걸 이용하는 인간들은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 검찰도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어떻게 이런 게 불구속 기소인가.” 

현직 목사 이아무개씨와 전직 신부 김아무개씨가 운영하고 있는 전북 전주시 소재 장애인주간보호센터 © 시사저널 고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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