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1코노미’는 현상 아닌 대세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7.08.29 16:23
  • 호수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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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주체로 등극한 1인 가구, 소비 지형 이렇게 바꿨다

 

#1. 서울에 사는 직장인 정아무개씨(33)는 자주 ‘혼밥’을 한다. 굳이 다른 사람들과 약속을 잡는 것이 번거롭기 때문이다. 먹고 싶은 메뉴를 혼자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간단히 식사를 하고 싶을 때는 편의점 도시락을 구매하고, 가끔 ‘1인 식당’이라 불리는 바 형태의 식당을 찾아 밥을 먹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이른바 혼밥의 ‘최고 단계’라고 불리는 고깃집도 혼자 가봤다.

 

#2. 직장인 김아무개씨(48)는 이혼 후 혼자 생활하면서 ‘혼술’을 자주 한다. 아들은 지방에서 대학을 다니며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다. 김씨는 “가끔 친구들을 만날 때도 있지만 혼자 집에서 맥주나 와인을 마시며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며 “아이를 키우느라 하지 못했던 취미 생활들을 뒤늦게 하나씩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혼밥’과 ‘혼술’은 ‘청승의 아이콘’이 아닌,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 4분의 1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1인 가구가 경제 소비 지도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부부와 두 명의 자녀가 전형적인 가족의 모습이던 시대는 지나갔다. 통계청이 8월22일 발표한 ‘장래가구추계 시·도편: 2015~2045년’에 따르면, 2017년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구는 전체 가구의 30.4%다. 1인 가구는 28.5% 비율로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2025년에는 1인 가구의 비율이 31.9%로 증가하면서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구 비율(24.2%)을 훌쩍 넘어서게 된다. 2045년이 되면 1인 가구의 비율은 36.3%가 된다. 전국의 모든 시·도에서 1인 가구가 가장 많은 가구 유형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1인 가구들은 왕성한 소비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소비·지출 규모는 2010년 60조원에서 2020년 120조원으로, 10년 사이 두 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로 인해 1인(1)과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로, 1코노미(1conomy)라 불리는 소비현상이 화두가 되고 있다. 최근 기업들이 1인 가구를 겨냥한 제품을 집중 개발해 판매하는 현상을 일컫는 ‘솔로 이코노미(solo economy)’란 신조어도 등장했다.

 

© 시사저널 미술팀

 

1인 식당·1인 마케팅 등장

 

1인 가구를 잡기 위한 마케팅은 외식과 문화산업·주거·가전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경제 전반에 적용되고 있다. 혼자 밥을 먹는 새로운 공간도 탄생했다. ‘1인 식당’ 또는 ‘혼밥 식당’을 검색하면 각 지역별로 혼자 밥을 먹기 쉽게 테이블을 배치하거나 메뉴를 구성한 식당들을 찾을 수 있다. 서울 동작구의 한 식당은 바 형식으로 식탁을 배치해 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을 배려했다. 특히 보쌈이나 족발, 삼겹살 등 2~3인 이상이 함께 시켜야 하는 메뉴들을 ‘혼밥’ 할 수 있게 구성해 인기를 끌고 있다. 혼자서 식당을 찾은 정현아씨(25)는 “앞에 칸막이가 돼 있어 혼자 먹기 부담스럽지 않다”며 “메뉴도 각자 먹고 싶은 양에 따라 주문할 수 있어서 혼자 고기를 먹고 싶을 때 종종 오곤 한다”고 말했다. 왜 혼자 식당을 찾았느냐는 질문에 “친구들과 시간을 맞추기 어려워 먹고 싶은 것을 못 먹는다는 것이 더 슬픈 일”이라고 답했다.

 

집에서 ‘혼밥’을 하는 1인 가구들은 주로 편의점을 이용한다. 1인식이라 불리는 도시락·컵밥뿐 아니라, 소포장·소용량 상품을 가장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가까운 유통 채널이기 때문이다.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 먹는 ‘편도족’, 편의점에서 1인분 요리에 필요한 채소를 구매하는 ‘편채족’도 늘고 있다. 이렇게 1인 가구들이 편의점을 즐겨 찾으면서, 편의점은 매년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 편의점 시장의 매출 규모는 전년 대비 14.6% 증가한 22조원에 이른다.

 

주춤했던 백화점들은 온라인에 익숙한 1인 가구를 공략하기 위해 소셜 커머스(social commerce) 업체와 손을 잡았다. 소량 상품의 온라인 배송을 통해 판매를 늘리려는 전략이다. 대형마트들은 주문한 상품을 자동차에 탄 채로 찾을 수 있는 ‘드라이브 앤 픽’ 서비스, 온라인 주문을 하면 직접 양질의 상품을 골라 당일 배송해 주는 ‘장보기 도우미’ 서비스 등을 도입했다. 특히 1인 가구들이 1~2회에 소비하는 분량을 기준으로 4등분한 수박, 반 토막 낸 고등어, 소고기 150g 등을 규격화해 판매하고 있다.

 

시장도 1인 가구를 위한 ‘소량 판매’ 방식을 취하는 추세다. 서울 마포구의 망원시장은 지난해 중소기업청의 전통시장 특화사업인 골목형 시장 육성사업에 선정돼 ‘1인 가구’라는 특화 주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장의 전통적인 대가족 위주 판매 방식 대신 소량 판매 방식을 취했다. 도우미가 대신 장을 봐주고 구매한 물건을 집까지 배달해 주는 ‘장보기 서비스’를 비롯해, 1인 가구들이 다양한 과일을 맛볼 수 있도록 교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망과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의 한 ‘혼밥(혼자 밥을 먹는)식당’에서 칸막이가 쳐진 식탁에 앉은 혼밥족이 점심을 먹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간편식·홈디저트 산업 확대

 

식품 중 1인 가구의 증가로 전체적으로 판매량이 크게 늘어난 것은 ‘간편식’이다. CJ제일제당이 지난해 6월 출시한 ‘비비고 가정 간편식’은 1년 동안 2500만 개가 넘게 판매됐다. 1인 가구를 위해 오랜 시간 보관이 가능하고 조리가 간편한 제품을 내놓은 것이 주효했다. 주로 카레나 덮밥으로 이뤄졌던 간편식 메뉴도 확대됐다. 육개장·사골곰탕·삼계탕 등 식당에서 먹는 음식들을 집에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해 편의성을 높였다. ‘햇반 컵반’ ‘비비고 냉동밥’ 등 냉동밥과 즉석밥의 판매량도 급증했다. 비비고 냉동밥은 올해 7월까지 매출이 200억원을 돌파해 지난해 올린 연간 180억원의 매출을 훌쩍 넘어섰고, 햇반 컵반은 출시 2년 만에 약 4600만 개가 넘는 누적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한 달 평균 180만 개꼴이다.

 

과거에는 가공 제품들이 신선도가 떨어지고 맛이 없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한식 요리사들이 맛 검증 절차에 참여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맛을 조사해 다양한 메뉴를 구성하는 등 여러 가지 시도를 통해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자레인지 조리가 가능한 점, 조리 시간이 짧은 점, 반찬 없이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도 매출 확대에 기여했다.

 

식사 이후 즐길 수 있는 홈 디저트 산업도 1인 가구 공략에 나섰다. 간단한 식사를 선호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디저트를 포기하지 않는 젊은 1인 가구의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SPC삼립이 최근 출시한 ‘모찌 롤 케익’ ‘로얄 티라미수’ 등 냉장 디저트가 대표적이다. 전문 베이커리 매장에서 판매하는 고급 디저트를 집에서 편리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콘셉트로 잡았다.

 

서울의 한 커피 매장은 1인 고객을 위해 1인 좌석과 도서관 형태의 좌석을 설치했다. © 사진=연합뉴스

 

​ 카페·영화관 등 문화 공간도 ‘1인석’ 도입

 

많은 사람들이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문화 공간에도 변화가 생겼다. 특히 영화관에서 혼자 영화를 보는 ‘혼영족’이 늘었다. 혼자서 자주 영화를 본다는 박동원씨(31)는 “개봉을 기다렸던 영화를 보러 왔다”며 “예매를 한 자리만 하는 것도 편하고, 내가 보고 싶은 영화에 옆 사람을 신경 쓰지 않고 집중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메가박스는 혼자 영화를 보는 사람들을 위해 ‘싱글석’을 도입했고, CGV는 1인 관객용 콤보 세트를 출시했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14년 9.2%, 2015년 10.7%였던 1인 티켓 비중은 2016년 13%, 2017년 상반기 16.9%로 늘었다. 혼자 영화를 본 연령대는 20대가 14.5%, 30대가 15.4%였고, 40대가 10.7%, 50대가 13.6%였다. 혼영족 중 21.5%가 60대 이상이라는 점은 더 이상 젊은 세대들만이 ‘1코노미 세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2045년에는 1인 가구 중 60대 이상의 비중이 54%로 가장 클 것이라는 통계청의 분석 결과도 있다.

 

혼자만의 문화를 즐기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지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혼자 영화를 볼 때 주위를 의식하지 않는다’고 답변한 비율은 2015년 62.5%에서 2016년 75.1%로 늘었다. 혼자 영화를 관람하는 이유로는 ‘영화에 집중할 수 있어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시간·장소를 정하는 것이 귀찮아서’ ‘동행인을 찾는 것이 귀찮아서’라는 응답들이 뒤를 이었다.

 

여러 명이 와서 수다를 떨던 카페 역시 혼자를 위한 보금자리가 됐다. 혼자 커피를 마시며 공부를 하거나 업무를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서울의 한 카페는 1인석을 도입하고, 1인용 식사 메뉴를 출시했다. 부르고 싶은 노래를 혼자 부를 수 있도록 만들어진 ‘1인 노래방’도 ‘혼놀족(혼자 노는 사람들)’들의 욕구를 반영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가전·주류 시장에도 부는 ‘1코노미’ 돌풍

 

생활가전 시장에도 ‘일(1)코노미’ 돌풍이 일고 있다. 기존 4인 가구를 기준으로 출시됐던 가전들이 1인용으로 작아졌다. 1인 냉장고와 미니 드럼세탁기 등도 출시됐다. 특히 청소나 빨래, 다림질 등에서 1인 가구 소비자를 돕는 ‘편의 가전’의 인기도 주목할 만하다. 부재 시 집을 청소하는 로봇청소기나 의류의 냄새나 주름을 없애는 의류 관리기도 등장했다.

 

LG전자가 2011년 처음 선보인 의류 관리기인 ‘트롬 스타일러’가 그 예다. 미세먼지를 제거하고 바지의 주름을 없애주는 스타일러는 세탁과 다림질이 어려운 1인 가구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집에 사람이 없더라도 무선 랜(Wi-Fi)이 내장된 스마트 기능을 활용해 입을 옷을 미리 손질할 수 있게 했다.

 

집에서 ‘혼술(혼자 마시는 술)’을 즐기는 1인 가구들이 늘어나면서 술과 관련된 소비 지도도 변했다. 하이트진로가 지난 4월 내놓은 발포주 ‘필라이트’는 혼술족들을 공략하기 위해 가정용 페트와 캔 타입으로만 출시됐다. 기존 맥주 대비 40% 이상 저렴한 가격도 1인 가구들의 술 소비에 불을 붙였다. 필라이트는 출시 두 달 만에 1000만 캔 판매를 돌파했고, 7월말을 기준으로 총 120만 상자가 판매됐다.

 

LG전자는 와인을 보관할 수 있는 와인셀러를 1인 가구를 위한 작은 사이즈로 출시했다. 기존의 와인셀러는 와인을 85병까지 보관할 수 있는 큰 사이즈라 가정에서 활용하기 어려웠다. 1인 가구들도 와인을 최적의 환경에서 보관할 수 있도록 8병의 와인을 보관할 수 있는 소형 와인셀러를 선보인 것이다. 소음을 최소화했을 뿐 아니라 간단한 안주를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을 추가로 마련해 혼술족들의 편의성을 높였다. 이러한 1인 가전들은 슬림한 디자인으로 주방이나 침실 등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설치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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