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균 먹고, 배 따뜻하게 해서 면역력 높여라
  • 유재욱 유재욱 재활의학과의원 원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8.3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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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욱 칼럼] 내 몸 지키는 군대 ‘면역력’ 키우는 법

 

면역(免疫)의 한자를 보면 ‘역병을 모면 한다’는 의미가 있다. 예전에는 홍역이나 마마(천연두) 같은 역병(전염병)은 한번 발생하면 한마을이 몰살할 정도로 무서운 병이었다. 요즘은 예방접종이 보편화되고, 좋은 항생제가 개발되면서 그런 염려는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바로 몇 년 전에도 사스나 메르스 같은 전염병이 창궐해 우리나라를 공포로 몰아넣기도 했다.

 

전염병이 돌 때 희생되는 사람들을 보면 노인들이나 지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 경우가 많다.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이다. 반대로 한마을이 몰살해도 살아남는 사람은 반드시 있다. 면역력이 강한 사람들이다. 면역력이 강하면 웬만한 질병은 들어올 엄두도 내지 못하고 설사 들어왔다 할지라도 금방 이겨낼 수 있게 된다.

 

면역의 역할은 과거와 현재, 조금 다른 분야에 집중된다. 과거에는 기생충, 박테리아 등 감염이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였고, 면역의 역할 중에 병균을 막고 이겨내는 것에 관심이 많았었다. 하지만 요즘은 감염으로 인한 문제 보다는 암, 치매, 중풍 등 여러 가지 난치병들이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보니 면역이 암 예방, 치매 예방 등 건강하게 오래 사는 문제에 대해 어떤 기능과 역할을 하고 있는지가 관심사다.

 

© 사진=연합뉴스


면역 기능은 혈액 속의 면역세포가 담당한다. 면역세포는 우리 몸을 지키는 군대 역할을 한다. 군대가 강하면 적들이 함부로 쳐들어 올 엄두를 내지 못한다. 군대에는 육군, 해군, 공군, 특수부대 등 여러 가지 직무를 하는 부대가 존재하듯이 면역세포도 각각의 기능과 역할이 다르다. NK세포와 수지상세포는 병균이 침투하면 바로 달려들어 병균을 무찌르는 역할을 한다. T-세포의 역할은 NK세포와 수지상세포가 무찌른 병균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B-세포에게 전달해주는 전령 역할을 한다. B-세포는 T-세포로부터 전해 받은 병균의 약점을 잘 분석해서 병균을 죽이는데 최적화된 맞춤형 무기를 생산해낸다.

 

맞춤형 무기가 생산 되는 데는 보통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소요되는데, 그동안은 NK세포와 수지상세포가 어떻게든 침입을 막고 있어야 한다. 이런 병균 맞춤형 무기를 항체라고 부른다. 항체는 한번 만들어지면 상당기간 저장돼 같은 종류의 병균이 다시 들어오면 바로 무찌르는 역할을 한다. 우리가 예방 접종을 할 때 미리 병균의 사체를 넣어주면 우리 몸은 그것을 분석해서 미리미리 항체를 만들어 놓아 전염병 병균이 들어와도 병에 걸리지 않게 된다.

 

따라서 면역력을 높여주는 습관을 기르는 게 좋다. 면역력이 높으면 질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 또한 암이나 치매 등 퇴행성질환들도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하다고 한다. 면역력이 좋아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올바른 생활습관이 중요하다. 하루 2리터의 물, 8시간의 수면, 30분의 산책을 꾸준히 실천하자. 스트레스 받지 않고 좋은 공기, 좋은 환경에서 지내면 면역력이 올라간다. 이런 것들은 누구나 다 알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 면역력을 높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유산균을 먹는 것이다.우리 몸에서 면역세포가 가장 많이 분포하는 곳이 바로 소장이다. 외부로부터 침입이 가장 많은 최전방 장기가 바로 소장이기 때문이다. 면역세포의 60~70%가 소장에 있으니, 소장이 우리 몸에서 가장 큰 면역기관이라 할 수 있겠다. 유산균은 항균작용을 하고 병균이 장점막에 붙는 것을 억제하며, 면역세포를 활성화시킨다. 평상시에 유산균을 꾸준히 복용하거나, 설탕이 들어있지 않은 요구르트를 먹는 것으로 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 요구르트가 10대 장수식품에 항상 들어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몸을 따뜻하게 해야 한다.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체온이 조금씩 떨어진다. 체온이 떨어지면 면역력도 떨어지게 된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노화가 빨리 오고, 암이나 치매 등이 진행하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항상 몸을 따뜻하게 하는 습관을 들이자. 환절기에 쉽게 감기 걸리는 이유가 바로 체온 조절을 잘 못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특히 배가 차가워진다. 배를 따뜻하게 하면 면역력이 올라간다.

 

유산균은 장내에서 콜레스테롤의 흡수를 억제하여 심혈관질환 예방의 가능성도 있으며 대장암뿐만 아니라 다양한 성인병의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된다. © 사진=연합뉴스

면역력을 높여서 철저하게 대비했는데도 결국 병균이 침투해서 병이 생겼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몸에 암이 발견된 긴급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제 와서 면역력을 높여주면 이미 생긴 병이 과연 나을 것인가? 또 면역력을 높이는데 얼마나 시간이 소요될 것인가? 이런 고민을 한 사람이 있었으니 일본의 면역학자 구라모치 쓰네요 박사다. 면역세포를 배양해서 속성으로 면역세포를 증식시켰다. 혈액 30cc 를 채취해서 2주간 배양하면 약 2000만개의 면역세포가 20억~50억개로 늘어나는데, 이 면역세포를 다시 혈액으로 넣어주었다. 전쟁이 위급하면 증원군을 보내듯이 면역세포 원군을 보내준다고 이해하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허가사항이 아니어서 할 수는 없으나 일본에서는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치료를 30년 이상 꾸준히 해오고 있다. 물론 실효성과 안정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암이나 치매 등 난치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절실한 희망이 될 수도 있다. 오히려 우수한 우리기술을 이용하지 못하고 일본까지 건너가서 외화를 낭비하는 현상도 생기고 있다. 우리나라는 황우석 박사 이후 줄기세포 등 첨단의학 분야의 발전이 멈춰있는 상태이다. 10년 전만 해도 세계 유전자, 줄기세포 분야를 선도해나갔던 대한민국이 이미 일본과 중국에 추월당한 상태이다. 하루빨리 여러 사람의 입장을 아우를 수 있는 공정한 제도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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