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도 울고 갈 무서운 청소년들
  • 정락인 객원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9.11 16:16
  • 호수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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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는 갈수록 흉포화하는데 처벌은 여전히 솜방망이…소년법 개정 요구 거세

 

청소년들의 범죄가 갈수록 흉포하고 잔인해지고 있다. 살인, 강도, 강간, 폭행, 방화 등 강력범죄의 수위도 성인을 뺨친다. 오죽하면 “조폭들도 울고 갈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무서운 청소년들, 이들은 왜 점점 악마가 되는 것일까.

 

지난 1997년 7월 전 국민을 경악하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전남 화순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모녀의 참혹한 시신이 발견됐다. 피해자는 32살의 엄마와 세 살배기 딸이었다. 모녀는 핏물이 흘러넘치는 욕조 속에 머리가 처박힌 채 나란히 엎드려 있었다. 범인은 4명, 모두 10대 청소년들이었다. 주범 김아무개군(17)은 특수절도 전과 1범으로 영광에 위치한 비행청소년 선도 대안학교를 다니다 같은 해 1월에 자퇴했다. 공범들 역시 자퇴생인 채아무개군(16)과 최아무개양(15), 윤아무개양(18)이었다. 이들은 유흥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김군과 같은 아파트 앞집에 사는 모녀를 계획적으로 노렸다.

 

범행은 잔혹했다. 김군 등은 모녀 중 엄마 이아무개씨(32)를 주먹과 발로 마구 폭행해 실신하게 했다. 그런 다음 화장실로 옮겨 놓고 장롱에서 꺼낸 넥타이로 손발을 묶었다. 화장실 욕조에 물을 가득 받아 거꾸로 처박아 넣고는 준비해 온 휘발유를 뿌려 불을 지르고 화장실 문을 닫았다. 얼마 후 이씨가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자 주방에 있던 부엌칼을 가져와 무려 15번이나 찔러 살해했다. 얼마나 세게 찔렀던지 칼이 심하게 찌그러질 정도였다.

 

엄마를 살해한 후에는 거실에서 자고 있던 딸을 욕조 속에 거꾸로 넣은 후 머리를 눌러 살해했다. 범행 후 행동은 인면수심 그 자체였다. 이들은 이씨 집에서 훔친 돈으로 식당에 가서 삼겹살을 구워 먹은 다음 노래방에서 1시간 동안 흥청망청 유흥을 즐겼다. 죄의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

 

2014년 4월에 일어난 ‘김해 여고생 살인 사건’도 전 국민을 충격의 도가니에 몰아넣었다. 20대 남성 3명과 10대 여학생 4명이 여고생 윤아무개양을 폭행하고 학대하며 성매매를 강요했다. 이들은 윤양에게 냉면 사발에 소주 두 병을 부어 강제로 마시게 한 다음 구토하자 그것까지 함께 먹게 했다. 또 팔에 끓는 물을 붓는 엽기적인 행동까지 서슴지 않았다. 윤양이 끝내 숨지자 얼굴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휘발유를 뿌린 뒤 불을 붙였고, 시신에 반죽한 시멘트를 부어 암매장까지 했다.

 

© 일러스트 오상민

 

범행 후 반성 없고 자랑삼아 과시하기도

 

최근 부산에서 일어난 여중생 폭행 사건도 이전의 잔혹범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9월1일 오후 8시쯤 부산 사상구의 한 식당 앞에 여중생 5명이 모였다. 중학교 3학년인 A·B양(15), 후배인 C양(14), D양(13) 그리고 다른 학교 2학년인 한아무개양(14)이다. A·B양은 한양을 다그쳤고 이내 말다툼으로 번졌다. A양 등 4명은 한양이 “태도가 건방지다”는 이유로 인근 금속 제조업체 공장 후미진 골목으로 끌고 갔다. 그리고는 잔혹한 폭행이 시작됐다.

 

4명의 여학생들이 한양을 둘러싼 가운데 A양과 B양이 주도적으로 폭행했다. 다른 후배들은 가만히 선 자세로 한양이 맞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A양과 B양은 한양을 구석으로 몰아넣고 발길질하고 길에 널브러져 있던 철골재, 의자, 쇠뭉치, 소주병 등을 휘두르며 온몸을 마구 폭행했다. 한양은 머리와 입이 찢어지는 등 온몸이 금세 피투성이로 변했다.

 

그러자 A양이 “피 흘리니까 피 냄새 좋다. 더럽게 왜 피 튀기냐”면서 또 때렸다. 이렇게 가혹한 폭행은 1시간 정도 이어졌다. 가해 여학생들은 피투성이가 된 채 무릎을 꿇고 있는 한양의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그리고 아는 선배에게 전송했다. 이후 A양과 B양은 피를 흘리고 있는 한양을 그대로 방치한 채 현장을 떠났다. 이런 한양의 모습을 지나가던 행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A양 등은 범행 2시간여 뒤인 오후 11시50분쯤 인근 치안센터를 찾아갔으나 문이 닫혀 있자 112로 전화해 자수했다. 가해 여중생들은 폭행 이유에 대해 “태도 불량”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한양의 어머니는 ‘보복 폭행’이라고 주장했다.

 

SNS에 공개된 한양의 상태는 한눈에 봐도 심각했다. 얼굴은 누군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어 있었다. 특히 두 눈은 얼마나 폭행을 당했는지 시퍼렇게 멍이 든 채 퉁퉁 부어 눈이 떠지지 않을 정도였다. 입안이 찢어진 입술도 한참 부어올라 있었다.

 

뒷머리는 두 군데가 크게 찢어져 속살이 훤히 보였다. 등에는 담뱃불로 지진 흔적도 있었다. 사진 속에는 끔찍하고 잔인한 폭력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한양의 피투성이 모습과 상처 난 모습이 적나라하게 공개되면서 여론도 들끓었다. 이후 강릉, 아산 등에서 벌어진 10대들의 폭행이 알려지면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대구에 사는 한 중학교 학부모는 시사저널에 전화해 “내 딸이 또래 여중생들에게 모텔에 감금된 채 소주병으로 폭행당하고, 카톡으로 협박당했다”는 제보를 해 왔다.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을 해 놓은 상태라고 했다.

 

10대 청소년들 범죄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범행의 잔혹성을 들 수 있다. 지금까지 일어난 청소년 범죄를 보면 집요하고 잔인했다. 화순 아파트 모녀 살인 사건이나 김해 여고생 살인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범행에 거리낌이 없었다.

 

오히려 갈수록 대담해졌고 엽기적인 행각도 서슴지 않았다. 시신 유기나 처리 방식을 보면 성인보다 더 주도면밀했다. 지난 3월에 있었던 인천 초등학생 살인 사건에서도 주범인 김아무개양(17)은 시신을 토막 내 아파트 건물 옥상 물탱크에 유기했고, 이 중 일부는 전리품처럼 공범에게 갖다주기까지 했다.

 

충남 아산에서 일어난 ‘여중생 폭행 사건’에서 가해 학생들은 피해 학생을 감금한 채 1시간 넘게 금속파이프 등으로 폭행했으며 “개처럼 굴어라”며 굴욕적인 지시를 하기도 했다. 또 “몸이라도 팔아서 돈을 마련해 오라”는 요구도 서슴지 않았다.

 

둘째, 반성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범행 후 식당에 가서 삼겹살을 구워 먹거나 노래방 등에서 유흥을 즐겼다. 또 일상생활도 평상시와 다름없이 지냈으며,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셋째, 범행을 자랑하거나 과시하는 경향이 있다.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의 가해 학생은 피해자의 사진을 찍어 자랑하듯 선배에게 보냈다. 강릉 여고생 폭행 사건은 이보다 한 술 더 떴다. 가해 학생 6명은 피해 학생을 무려 7시간이나 연속 폭행했다. 가해 학생들은 폭행 장면을 페이스북 라이브로 생중계까지 했다. 폭행사실이 SNS에 퍼진 후 단체 채팅방에서 나눈 대화를 보면 기가 막힌다. “와 팔로우 늘려서 페북(페이스북) 스타 돼야지” “전국에 우리 얼굴 이름 팔리는 거야?” “어차피 다 흘러가” 등 처벌을 겁내거나 반성하기보다는 오히려 유명해진다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또 얼굴과 이름 등 신상이 알려지는 것도 시간이 가면 잊힌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8월10일 8살 여자 초등학생을 유괴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 10대 소녀의 결심공판이 열린 인천시 남구 인천지방법원 인근 도로에서 인천 시민단체 회원들이 사건 피의자의 처벌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 사진=연합뉴스

 

시대착오적인 ‘소년법’ 개정해야

 

이처럼 청소년들의 범죄는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다. 하지만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 현행 소년법은 만 18세 미만 청소년이 사형 및 무기징역형에 해당하는 죄를 저질러도 최대 형량을 징역 15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다만 미성년자 유괴·살인 등 특정강력범죄의 경우 최고형이 징역 20년이다. 인천 초등생 살인 사건에서 공범은 소년법에 해당이 안 돼 무기징역을 구형받았지만, 주범은 소년법 적용을 받아 최고형인 20년이 구형됐다.

 

김해 여고생 살인 사건의 범인들도 20대 남성들은 최대 무기징역에서 최하 징역 35년을 선고받았지만, 10대들은 최고 장기 9년, 단기 6년과 최하 장기 7년, 단기 4년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만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책임을 묻지 않는다.

 

2015년 10월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50대 여성과 20대 남성이 길고양이 집을 짓다가 옥상에서 초등학생이 던진 벽돌에 맞았다. 이 중 50대 여성이 사망하고 20대 남성은 중상을 입었다. 하지만 해당 초등학생은 촉법소년에 해당돼 형사책임을 면할 수 있었다. 죽고 다친 사람만 억울한 상황이 된 것이다.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도 범행을 주도한 A·B양을 제외한 C양과 D양은 촉법소년에 해당돼 형사처벌을 면하게 됐다. A·B양은 만 14세를 넘겨 촉법소년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성년자인 점을 감안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들끓고 있다. 9월3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란에는 ‘청소년 보호법 폐지’를 주장하는 청원글이 게재됐다.

 

이 글에서 청원인은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보호법을 악용하는 잔인무도한 청소년이 늘어나고 있다”며 “청소년들을 어리다고만 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는 글과 함께 소년법을 폐지하거나 소년법 적용 대상 연령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원에는 20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접속자가 몰리면서 청와대 홈페이지가 한때 마비되기까지 했다.

 

청소년 범죄는 재범률도 높다. 2012년 이후에 최근 5년 동안 보호관찰대상인 청소년의 재범률은 평균 10.9%로 파악된다. 성인 재범률 4.5%와 비교해 보면 무려 두 배가 넘는다. 지금의 소년법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미성년자에게 건전한 성장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같은 범죄를 저질러도 상대적으로 미성년자의 처벌 수위가 낮다는 점에서 비판 여론이 높을 수밖에 없다.

 

법무부도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낮추는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나타내고 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9월6일 기자간담회에서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어 (법률 개정을)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소년법 폐지’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소년법 폐지를 받아들이기는 어렵지만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낮추는 것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이다.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형사 미성년자의 최저 연령을 낮추고, 잔혹 범죄를 저지른 소년범에게 법정 상한형을 적용하지 않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형사 미성년자의 최저 연령을 만 14세에서 12세로, 소년부 보호사건 심리 대상 범위를 10~14세에서 10~12세로 낮추는 방안이다. 또 잔혹 범죄를 저지른 소년범에게 법정 상한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법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해야 하는데, 지금의 ‘소년법’은 국민 대다수의 법 감정과는 한참 괴리감이 있다. 현실적인 법 개정이 시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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