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 아빠’ 중학생 딸 친구 살해 의혹 전말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7.10.0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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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유기 했지만 살해는 안했다”…경찰 사건 진상 규명 중

언론을 통해 ‘어금니 아빠’로 소개된 이아무개씨가 중학생인 딸의 친구 김아무개양을 살해하고 야산에 유기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사건의 시작은 9월30일 김양 부모가 경찰에 실종신고를 접수하면서다. 경찰은 김양의 집 인근을 수색하고, 주변인 조사를 통해 김양의 행적을 추적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9월30일 김양이 이씨의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과, 다음날인 10월1일 이씨 부녀가 검은색 여행가방을 차량 트렁크에 싣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확보했다. 그리고 경찰은 10월5일 서울 도봉구의 한 빌라에서 이씨를 체포했다. 검거 당시 이씨와 그의 딸은 수면제를 과다 복용해 의식을 잃은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체포 직후 이씨를 경찰서로 압송해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당시 이씨가 수면제에 취해 정상적인 진술을 할 수 없는 상태여서 그를 병원에 입원시켰다. 그리고 사흘 만인 10월8일 이씨는 의식을 회복했고, 경찰은 그를 병원에서 데려와 조사를 시작했다. 경찰 진술에서 이씨는 시신유기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경찰은 이씨의 진술에 따라 강원도 영월의 한 야산에서 김양의 시신을 발견했다. 그러나 이씨는 살해 혐의는 전면 부인했다. 삶을 비관해 자살을 계획하면서 영양제 통에 극약을 준비해 놓았는데, 이를 김양이 잘못 먹으면서 벌어진 사고라는 것이 이씨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고 해도 의문은 남는다. 딸의 친구가 ‘사고’를 당했음에도 어째서 응급구조대 등에 신고하지 않고 강원도까지 가서 시신을 유기했는지에 대해서다. 특히, 이씨가 김양 사망 이후 사건을 은폐하려 한 정황이 나타나면서 계획적인 범행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이씨는 김양의 시신을 유기하기 위해 강원도 영월로 이동하면서 자신의 차량 블랙박스를 제거하는가 하면, 시신 유기 이후 강원도 동해로 이동해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는 글을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재 부검을 통해 김양의 정확한 사망원인을 규명 중이다.  

 

희귀병 앓는 부녀, 고된 삶 살아와

 

중학생인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야산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아무개씨가 10월8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중랑경찰서를 나서 북부지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씨 부녀는 ‘거대 백악종’이라는 희귀병을 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사연은 2006년 한 방송사 다큐멘터리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해당 방송에 따르면 9살 때 희귀병 진단을 받은 이씨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왔다. 그는 일식집에서 일하던 2003년 최아무개씨를 만나 결혼했고, 그해 딸 이양을 낳았다. 이양은 생후 6개월 무렵부터 이씨와 같은 병을 앓기 시작했다. 거대 백악종은 치아와 뼈를 연결하는 부위에 종양이 계속 자라나는 희귀 난치병이다.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아 환자는 수술을 통해 주기적으로 입속의 종양을 제거해야 한다. 이씨는 수차례에 걸쳐 종양 제거 수술을 받으면서 잇몸을 모두 긁어내 어금니 하나만 남았다. 그가 ‘어금니 아빠’로 불려온 이유다.  

 

거대 백악종 환자가 종양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기도 등이 막혀 사망하게 된다. 결국 이씨 부녀는 생존을 위해 계속해서 병원비를 마련해야 하는 셈이다. 이씨는 투병 와중에도 자전거 전국 일주나 길거리 모금 등을 통해 딸의 병원비를 모집해왔다. 이런 사실이 방송을 통해 알려지면서 이씨 부녀에게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후 사람들의 관심이 차츰 줄어들면서 이씨는 병원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2009년 자신의 사연을 알리기 위해 미국에 방문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그 사이 이씨는 간질과 치매, 우울증 등에 시달리는 등 건강 상태가 더욱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 아내, 의붓시아버지 성폭행 고소 후 투신

 

급기야 최근에는 이씨의 아내 최씨가 투신해 사망하는 일도 발생했다. 최씨는 9월1일 “2009년부터 8년 동안 의붓시아버지로부터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며 강원 영월경찰서에 고소장을 냈다. 당시는 이씨가 딸의 병원비 마련을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때다. 최씨는 강원도 영월의 시댁에 머물렀는데, 이때부터 최씨 시어머니와 사실혼 관계이던 의붓시아버지의 성폭행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최씨의 의붓시아버지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으며, 경찰은 그를 불구속입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최씨는 고소장을 낸 지 닷새 만인 9월5일 서울시 자신의 집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숨진 최씨의 이마 부분엔 무언가로 맞아 찢어진 상처가 나 있었다. 이와 관련, 경찰은 최씨가 투신하기 전 이씨로부터 폭행을 당한 것으로 보고, 이씨의 자살 방조 혐의에 대한 내사를 벌여왔다. 이에 대해 이씨는 “최씨가 10월5일 의붓시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했으며, 임신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을 받고 자살을 했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자살 당일 강원도 원주의 한 대학병원에서 사후피임약을 처방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또 머리의 상처에 대해서도 “최씨가 성폭행을 당한 날 집에 돌아와 심하게 자책하면서 다툼으로 번졌고, ‘이제 그만하라’며 옆에 있던 살충제 통으로 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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