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원 “무용이 어렵다고요? 소녀시대 춤도 무용”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7.10.16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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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영화제 홍보대사 맡은 배우 예지원 인터뷰

 

배우 예지원(44)과의 인터뷰는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듯했다. 무용을 주제로 한 1인극이랄까. 말을 할 때마다 표정이 바뀌었고, 크고 작은 몸짓이 뒤따라왔다. 그는 10월13일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제1회 서울무용영화제’의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배우 예지원 © 시사저널 임준선

 

서울무용영화제 홍보대사 맡은 배우 예지원

 

예지원은 무용과 인연이 깊다. 10살 때부터 무용을 배우기 시작해 35년째 해오고 있다. 서울예술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하기 전엔 서울국악예술고등학교(현 국립전통예고)에서 한국무용을 배웠다. 그는 “연기 오디션을 볼 때도 춤을 춰서 통과가 됐다”고 말했다. 

 

2000년 개봉한 영화 ‘아나키스트’에서 조연으로 출연했을 땐 재즈댄스 실력을 뽐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생활의 발견(2002)’에선 아예 무용수로 나왔다. 당시 연기로 춘사영화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예지원은 “꼭 춤을 추는 역할이 아니라도 무용은 내 모든 연기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특히 슬랩스틱 코미디(몸짓이 크고 과장된 연기가 주를 이룬 희극)를 할 때도 무용이 큰 도움이 됐다. 영화 ‘올드미스 다이어리(2004)’에서 맡았던 엉뚱한 노처녀 캐릭터가 그 예다. 영화 ‘더 킥(2011)’에선 액션도 선보였는데, 역시 무용 덕분에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 있었다고 한다. 

 

‘무용이라고 하니 좀 어려운 느낌이 든다’고 말을 건넸다. 예지원은 “무용이든 춤이든, 내재된 흥을 표출하는 움직임이란 점에서 모두 같다”고 답했다. 이어 “걸그룹 댄스도 이런 점에서 발레와 다를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소녀시대의 춤을 굉장히 좋아해요. 어린 나이에 어떻게 저런 춤을 소화할 수 있지? 기술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표현력도 정말 뛰어나죠. 가수를 떠나 아티스트라고 생각해요. 투애니원도 그렇고, 빅뱅도 대단한 것 같아요. 한때 저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소녀시대 춤을 따라해본 적도 있어요. 걸그룹 댄스를 즐기듯 무용도 즐기면 돼요.” 

10월13일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열린 '제1회 서울무용영화제 홍보대사 위촉식 및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예지원이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 사진=서울무용문화제 제공

 

 

“걸그룹 댄스도 무용…느낌이 곧 주제”

 

하지만 무용은 여전히 대중들과 거리가 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9~11월 국민들의 문화행사 관람 성향을 조사한 바 있다. 그 결과 무용에 대한 관람률은 1.3%로 꼴찌를 기록했다. 1위인 영화(73.3%)와 관람률이 56배 넘게 차이가 난다. 이와 관련해 예지원은 “무용 공연에서 주제를 찾으려고 하다 보니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다”면서 “보는 사람이 느끼는 것이 곧 주제”라고 강조했다.   

 

예지원은 틈날 때마다 무용 공연을 본다. 인터뷰 도중 본인이 봤던 공연의 춤을 앉은 채로 따라하기도 했다. 그는 자연스럽게 손을 휘저으며 눈을 감았다. 잠깐이었지만 무대를 떠올리며 과거의 감동에 빠져든 것 같았다. 예지원은 유명 무용가들과도 친분이 있다. 전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 안애순, 서울시 무용단의 간판스타 박수정 등이 그들이다. 

 

스페인 영화 ‘그녀에게(2002)’는 예지원이 가장 추천하는 무용 영화다. 혼수상태에 빠진 여인을 둔 두 남자의 엇갈린 사랑을 그린 작품으로, 두 남자의 복잡한 감정을 무용으로 풀어냈다. 현대무용의 거장 피나 바우쉬의 흔적이 곳곳에 배어있다. 예지원은 “우리나라에도 세계적인 실력의 무용가와 영화감독이 많다”면서 “충분히 훌륭한 무용 영화를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전망했다. 

 

배우 예지원 © 시사저널 임준선

 

“한국도 훌륭한 무용 영화 만들 수 있다”

 

“국내에서 앞으로 무용 영화의 붐이 일어날 거라고 봐요. 그래서 작년에 ‘라라랜드(2016)’가 흥행했을 때 정말 기뻤어요. 기본적으로 뮤지컬 영화지만 춤과 음악이 어울린다는 점에서 무용 영화이기도 하죠. 여주인공인 미아(엠마 스톤)가 너무 부러웠어요. 저도 미아 같은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어요. ‘사랑은 비를 타고(1952)’와 ‘마이 페어 레이디(1964)’의 여주인공 역할도 탐나요. 사투리 쓰는 시골뜨기 소녀가 춤을 추며 여자가 되어가는 스토리… 저와 어울리지 않을까요?” 

예지원은 “무용과 영화 모두 내게 특별한 존재”라며 “더군다나 무용 영화제라면 내가 응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댄스 학원이 많이 생겨서 누구나 무용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간단한 스트레칭도 무용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는 예지원의 뒷모습에서 힘찬 발걸음이 느껴졌다. 쉬지 않고 바로 영화제 홍보 영상을 찍으면서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무용 덕분에 체력이 좋은 것 같다’는 말에 예지원은 말없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홍보대사를 맡은 서울무용영화제는 오는 11월3일부터 5일까지 3일간 서울 명보극장과 예술통 코쿤홀에서 열린다. 개막작으로는 20세기 초 급진적인 현대무용가로 일컬어지는 미국 무용가 로이 풀러의 얘기를 다룬 영화 ‘더 댄서’가 뽑혔다. 또 베토벤의 교향곡 9번이 안무로 표현된 ‘댄싱 베토벤’이 폐막작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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