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삼성 휴대폰이 가계통신비 부담 주범?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7.10.19 11:23
  • 호수 1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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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기 할부금, 통신서비스 요금 초과 현상 가속화 “고가 단말기 판매 위주 영업구조 깨트려야”

 

문재인 정부는 ‘가계통신비 인하’를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정부가 저소득층 통신비 경감,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 조정 등 통신비 절감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단말기 가격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어 통신비 부담은 줄어들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이동통신사(이통사)의 비싼 통신비 책정이 가계통신비 증가 원인으로 알려졌지만, 더 큰 원인은 프리미엄 고가(高價) 단말기 출고가의 고공행진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당초 통신 기본료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통사의 통신서비스 요금을 내려 통신비를 줄이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통사의 강력한 반대로 기본료 폐지를 실제 정책으로 추진하지 못했고, 선택약정 할인율을 기존 20%에서 25%로 소폭 상향 조정하는 데 그쳤다. 선택약정 할인율 소폭 상향에도 불구하고 통신비 부담은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변재일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이 녹색소비자연대(녹소연)와 함께 이동통신 이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5.6%가 여전히 가계통신비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한 스마트폰 사용자가 통신비 고지서에 적힌 단말기 할부금을 확인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소비자 75.6% “여전히 가계통신비 부담”

 

실제로 비싼 단말기 출고가는 가계통신비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갤럭시노트8(갤노트8, 256G) 출고가는 125만5000원이다. 갤노트8을 가입자가 가장 많은 4만원대 요금제로 사용한다고 가정할 때, 월 통신비 중 단말기 할부금이 통신서비스 요금을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통3사의 지원금은 평균 10만3000원 수준으로, 지원금에 상응하는 할인을 적용할 경우 24개월간 이통3사의 총지원금 평균은 27만2000원가량 된다. 가입자가 이 할인 방식을 선택하면 전체 가계통신비의 60.1%(5만2250원)를 단말기 할부금이 차지하게 된다. 단말기 대금이 통신서비스 요금 29.9%(3만4560원)를 훌쩍 넘어서게 되는 것이다.

 

국내 단말기 평균 판매가격이 해외보다 높은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글로벌 IT(정보기술) 시장조사 기관인 ‘가트너’가 올해 9월 발표한 ‘Market Share: PC, Ultramobile and Mobile Phone ASPs, 2Q17 Update’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7년 2분기까지의 국내 단말기 평균 판매가격은 514달러로, 해외 단말기 평균 가격(197달러)보다 2.6배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전자의 국내 단말기 평균 가격은 508달러로 해외 평균 223달러보다 2.3배 높았고, 주력모델이 출시되는 시점마다 평균 판매가격을 크게 상회했다.

 

이는 국내 휴대전화 판매가 프리미엄 단말기에 집중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에서는 유틸리티폰 등 저가 단말기도 판매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프리미엄 단말기 위주의 판매 전략을 펴고 있기 때문에 국내 평균 가격이 해외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트너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기준 해외 프리미엄 휴대전화 시장 비중은 32%에 그쳤지만, 국내의 경우에는 87.9%에 달했다.

 


 

스마트폰 출고가 평균 5.3% 상승

 

지난 9월에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단말기의 국내 가격과 해외 가격이 다르다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삼성의 갤럭시S8(갤S8) 언락폰의 국내 판매가격이 미국보다 최대 두 배 높은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언락폰은 이통사와 서비스 약정을 맺지 않고 구입하는 공(空)기계 단말기를 뜻한다. 녹소연이 한국과 미국의 삼성전자 공식 홈페이지를 비교한 결과, 갤S8의 국내 판매가는 102만8000원인 데 반해, 미국에서는 세금 포함 90만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의 중고폰 보상판매를 적용할 경우 53만원에 구매가 가능하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 업무보고에서 “진행 중인 이통3사에 대한 조사내용 중 언락폰 가격에 대한 것도 있다. 필요하면 스마트폰 제조사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제조사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이나 온라인스토어를 운영하려면 유통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이통사에서 올리는 마진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언락폰 가격에서 차이를 보이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단말기 할부금이 통신서비스 요금을 초과하는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유승희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단통법 시행 이후인 2015년부터 2017년 현재까지 스마트폰 출고가는 평균 5.3% 상승했다. 평균 물가상승률이 1.2%인 점을 고려할 때 4.5배를 웃도는 수치다.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단말기 가격의 양극화도 심각하다. 리서치 회사인 ‘ATLAS Research & Consulting’의 연간 국내 휴대전화 판매동향에 따르면, 2016년 12월 기준으로 중가(中價·40만~80만원) 단말기 판매는 7.3%인 반면, 80만원 이상 고가 단말기 판매비중은 60%에 이르렀다. 유통과 판매가 고가 단말기 위주로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휴대전화 시장은 제조사와 이통사, 유통점의 구조로 이뤄져 있다. 제조사는 별도 유통망 없이 이통사 대리점을 통해 단말기를 판매하고, 이통사는 단말기 지원금을 이유로 고가 요금제 가입을 유도한다. 유통점은 휴대전화를 판매하면서 이통사와 제조사가 주는 각종 리베이트(장려금)와 수수료를 받게 된다. 녹소연에 따르면, 고가 단말기를 판매할 경우 중저가 단말기를 판매할 때보다 최대 10배 이상의 리베이트를 받을 수 있다. 유통점에서는 굳이 중저가 휴대전화를 판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 갤노8 출시 당시 신도림 테크노마트 등 집단상가에서 리베이트가 적발되는 등 일부 사업자들이 고가 단말기 유치를 위한 불법 보조금을 과도하게 지원해 문제가 된 바 있다.

 

이주홍 녹소연 사무총장은 “해외 휴대전화 시장은 고가 단말기 40%, 중저가 단말기 40%, 중고폰이나 공기계와 같은 자급제 단말기가 20% 비중을 차지한다”며 “고가 단말기 판매를 위주로 하는 구조를 깨뜨리지 않는 한 통신요금 인하는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높은 단말기나 중저가 단말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해야 실질적인 가계통신비 인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부 휴대전화는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공짜폰’이라고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약정기간 동안 파손되거나 고장이 나 사용을 못하게 될 경우 보조금을 고스란히 돌려줘야 한다”며 “실질적으로는 공짜가 아니다. 보조금을 지급할 것이 아니라, 출고가와 판매가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9월12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갤노트8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고동진 사장이 제품 설명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국감에서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해야”

 

단말기 가격을 인하하고, 불투명한 단말기 유통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단말기 완전자급제다. 완전자급제는 통신서비스와 단말기 유통을 완전히 분리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소비자들은 온라인 사이트 등을 통해 단말기 가격을 비교한 후 가전제품을 구매하는 것처럼 단말기를 구매할 수 있다. 컴퓨터를 산 뒤 인터넷에 가입하는 것과 같이, 단말기를 산 뒤 이통사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제조사가 이통사에 기대 단말기를 팔 수 없게 되면 스스로 단말기 가격 경쟁을 시작하게 되고, 단말기로 고객을 끌어들일 수 없게 된 이통사 역시 요금제와 서비스로 승부하게 되면서 통신비가 인하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을 잇달아 발의하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삼성 측에서는 완전자급제가 시행될 경우 단말기 구매와 통신서비스 가입이 분리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불편할 것이라고 하지만, 소비자들은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통신비 인하를 원할 것”이라며 “현행 구조가 깨지면 제조사는 별도의 유통망을 만들어 판매를 해야 하고, 직접 제조사에서 휴대전화를 받아 판매해야 하는 유통점들은 재고 부담을 떠안게 된다. 서로 현행 구조를 유지하려 하는 상황에서 구조적 개편 없는 통신비 인하 정책은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10월12일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에서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고가 단말기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국내 소비자의 55.9%가 완전자급제를 찬성한다”며 “관련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김정재 자유한국당 의원 역시 “우리나라 단말기 가격은 OECD 중 가장 높고, 출고가는 계속 상승 중”이라며 “높은 단말기 가격을 빼놓고 가계통신비 인하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완전자급제에 원론적으로 동의하지만,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 폐지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며 “조만간 만들어지는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심도 있게 들여다보겠다”고 답했다.

 

삼성전자는 완전자급제를 유통시장을 파괴하는 법으로 보고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진해 삼성전자 한국영업총괄 전무는 9월12일 갤노트8 국내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삼성전자는 글로벌기업이기 때문에 단말기 가격을 한국 시장만 높게 하거나 낮게 책정하기는 어렵다. (소비자와 삼성 간) 온도차가 있다”며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단말기 가격이 내려갈 수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시장이 붕괴되기 때문에 고용 문제와 단말기 유통 생태계 파괴가 우려된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과방위 국감에서는 증인으로 채택된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 불참해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한편 또 다른 국내 제조사인 LG전자는 완전자급제 도입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국감에 출석한 최상규 LG전자 국내영업총괄사장은 “(완전자급제는) 판매 방식의 차이라서 유통 구조 변화가 올 거라고 생각한다”며 “통신사와 정부가 협의해 정하면 제조업체인 우리는 품질 좋고 저렴한 폰을 공급하면 되기 때문에 (도입에) 큰 의견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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