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조건 있어도 박근혜 석방돼야”…MH그룹 변호사 단독 인터뷰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7.10.19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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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디 딕스탈(Haydee Dijkstal) MH그룹 변호사 “권한 완벽한 사람들에게 부탁 받았다”

 

영국 국제단체 MH그룹 소속의 하이디 딕스탈(Haydee Dijkstal) 변호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을 풀어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최근 “박 전 대통령이 구금 과정에서 인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며 유엔 인권위원회에 보고서를 제출한 주역 가운데 하나다. 이후 정치권이 공방을 벌이는 등 박 전 대통령의 인권 문제가 정치권 이슈로 떠올랐다. 

 

시사저널은 딕스탈 변호사에게 이메일을 보내 박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경위와 근거 등에 대해 물었다. 그는 10월19일 오전(현지시각) A4 한 장 반 분량의 답변서를 보내왔다. 답변서에 따르면, 딕스탈 변호사는 “우리의 첫 번째 제안은 박 전 대통령이 인도적이고 공정하게 대접받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특히 치료를 받기 위해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박 전 대통령을 석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치적 목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MH그룹 소속의 하이디 딕스탈(Haydee Dijkstal) 변호사. © 사진=ICL Media Review 제공

 

“치료 필요한 박 전 대통령 석방하라”

 

MH그룹은 10월18일 유엔 인권이사회(UN Human Rights Council)에 박 전 대통령의 구금에 관한 보고서를 보냈다. 하루 전인 10월17일 CNN은 MH그룹의 보고서를 인용, “박 전 대통령의 상태가 나빠지고 있는데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다는 근거가 없다”면서 “감방이 더럽고 추우며 늘 불이 켜져 있어 잠들 수 없다”고 전했다. 

 

법무부는 즉각 반박했다. “구치소 내 의료진에게 수시로 진료를 받고 있고, 난방시설과 수세식 화장실을 갖춘 독방을 쓰고 있으며, 전등의 밝기가 매우 낮아 수면이 힘들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MH그룹은 무슨 근거로 박 전 대통령의 현재 상태가 열악하다고 주장한 것일까. 딕스탈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의 상태와 관련해) 유엔에 제출한 보고서는 열람 가능한 공적 정보와 문서를 기반으로 작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구치소나 한국 당국의 공식 문서에는 접근할 수 없다”며 한계를 인정했다. 

 

딕스탈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의 인권침해를 우려하는 측근과 지지자들이 유엔이나 국제기구보다 먼저 우리에게 ‘세계적인 수준의 법적 조치를 해달라’고 부탁했다”면서 “이들은 유엔 절차에 따라 그럴(부탁할) 권한을 완벽히(perfectly) 갖춘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시사저널이 10월19일(현지시각) 하이디 딕스탈 변호사로부터 받은 답변서의 일부. © 시사저널 공성윤

 

朴 측근·​지지자들 부탁…“권한 완벽한 사람들”

 

CNN은 MH그룹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의 국제 법무팀(international legal team)”이라고 소개했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통령 측이 MH그룹에 변호를 맡긴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딕스탈 변호사는 “MH그룹은 서울에 구금된 박 전 대통령에게 접근할 수 없다”면서 “우리뿐만 아니라 국제 변호사들 역시 그 어떤 방식으로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공판절차에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유영하 변호사 등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 7명은 10월16일 모두 사임했다. 현재는 국선 변호사 선임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딕스탈 변호사는 “MH그룹은 전 세계의 인권문제를 다루는 국제 자문 회사로 출범했다”고 설명했다. 즉 법무 단체라기보다는 인권 단체에 더 가깝다. 그룹 대표인 미샤나 호세이니운(Mishana Hosseinioun)은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땄다. 이후 중동문제와 여성인권, 국제인권 등에 대해 칼럼을 쓰거나 강연을 하고 있다. 

 

구속 수감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허리 질환 치료차 8월3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성모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뒤 환자복을 입고 휠체어를 탄 채 병원을 빠져 나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MH그룹, 법무보다 ‘인권’ 다루는 단체  

 

또 다른 그룹원인 로드니 딕슨(Rodney Dixon) 변호사는 그룹 내에서 주로 국제인권과 관련된 법률자문을 맡고 있다. 박 전 대통령에 관해 유엔에 보고하는 일도 이끌었다. 그룹 밖에서는 보통 군인이나 정치인 등에 대한 변호를 담당한다. 영국의 법정변호사 가운데 최고 등급이자 여왕의 법률고문인 ‘왕실 변호사(QC)’도 겸하고 있다. 딕스탈 변호사의 경우 국제법과 인권법 전문가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돕기 위한 구호단체 ‘가자 자유 선단(Gaza Freedom Flotilla)’의 일원이기도 하다. 

 

딕스탈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의 구금은 국제법 하에서 정당화될 수 없고, 그에게 강요되는 어떠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일시적으로 석방(provisionally released)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우리나라에도 화살을 돌렸다. 그는 “한국 당국은 유엔에게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접근 권한을 부여해야 하고, 당국이 인권침해를 모두 부인한다면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해결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법원의 구속 연장 결정에 대해서도 의심을 드러냈다. 딕스탈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도망치거나 증거를 없앨 수 있다는 주장은 입증되지 않았다”면서 “따라서 재판기간 동안 구속을 이어가는 것은 적절한 법적 근거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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