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클린턴도 북핵, 2017년 트럼프도 북핵
  • 김회권 기자 (khg@sisajournal.com)
  • 승인 2017.11.08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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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통령 24년만에 국회 선 트럼프…北에 경고 날려

 

11월8일 오전 11시25분.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마이크 앞에 섰다. “우리 양국의 동맹은 전쟁의 시련 속에서 싹 텄고 역사의 시험을 통해 강해졌다”는 안보 강조로 시작한 이날의 연설은 33분간 계속됐다. 

 

"인천상륙작전 등에서 한미 장병은 함께 싸웠고 함께 죽었고 함께 승리했다."

"1953년 정전 협정에 사인했을 때 미군 3만6천여명이 숨졌고 10여만명이 다쳤다"

"한평생이 채 되기도 전에 한국은 끔찍한 참화를 딛고 일어나 지구상 가장 부강한 국가의 반열에 올랐다."

전쟁의 역사로 맺어진 한미 동맹과 한국이 이룬 한강의 기적 등을 중심으로 초반을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북한'을 화두로 연설을 이어갔다. 

 

"세계는 악당체제의 위협을 관용할 수 없다. 핵 참화로 세계를 위협하는 것을 관용할 수 없다."

"중국과 러시아도 유엔(UN) 안보리 결의안을 완전히 이행하고, 북한 체제와의 외교관계를 격하시켜 모든 무역관계 단절시킬 것을 촉구한다."

"번영의 평화와 미래를 원해 밝은 길을 논의할 수 있는 준비가 된 경우는 북한 지도자들이 도발을 멈추고 핵을 폐기하는 것이다."

"부패한 지도자들이 압제와 파시즘, 탄압의 기치 아래 자국민을 감옥에 가뒀다."

"북한 지도자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달하겠다. 당신이 가진 무기는 당신을 보호하는 것이 아닌 당신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11월8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3분간의 연설에서 북한을 향한 메시지를 쏟아냈다. ⓒ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3분의1은 한국과 미국의 결속력을, 3분의 2는 북한을 향해 보내는 메시지로 구성됐다. 국내에서 관심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관해서는 연설에 단 줄도 포함시키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24년만의 일이다. 1993년 7월10일,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이 마지막이었다. 1994년 1차 북핵 위기가 발생하기 직전 한국을 찾은 클린턴 대통령은 국회 연설에서 "미국은 한국인들이 원하는 한 한국에 계속 주둔하겠다. 한반도 비핵화를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노력의 기축으로 삼을 것이다"고 강조하며 북핵 저지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24년의 시간이 흐르는 사이 미 대통령은 매 임기마다 한국을 방문했다. 하지만 국회 단상에 올라 메시지를 보낸 적은 없었다. 예를 들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2년 방한 때 한국외대 미네르바 오디토리움에서 특강 형식을 취해 메시지를 내보냈다. 

 

미국은 미 의회가 구성된 1874년 이후 거의 1년에 한명 꼴로 외국 정상에게 연설 기회가 주어지는 곳이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모두 미국을 방문할 때 상하원 합동연설을 했다. 반면 미국 대통령은 한국 방문에서 국회를 지나쳐간 경우가 많았다. 주요국 정상들이 해외 방문 때 그 나라 국회에서 연설하는 것만큼 신뢰 확인의 장이 없는데도 말이다. 정치권에서는 강한 대통령제를 이유로 꼽는다. 국회 관계자는 "내각제 국가라면 국회를 찾는 게 중요한 일정이 되겠지만 우리는 강한 대통령제 국가다. 청와대에서 이루어지는 정상회담이 중요하며 이후 있는 기자회견을 통해 대국민 메시지를 충분히 내보낼 수 있다. 빡빡한 일정 속에 굳이 국회까지 방문해야 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대의민주주의 아래서 외국 정상들의 의회 연설은 결국 방문국 국민에게 말하고 싶은 내용을 담기 마련이다. 24년 만에 미국 대표로 국회 연단에 선 트럼프 대통령의 주된 소재는 북한과 핵무기였다. 24년 전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북한과 핵무기였다. 24년 동안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한 한반도 상황을 여의도를 방문한 미국 대통령이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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