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의 고향이지만, 김광석만 좇지 않는 음악도시, 대구
  • 김지나 도시문화칼럼니스트(서울대 도시조경계획 연구실 연구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1.13 16:50
  • 호수 1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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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나의 문화로 도시읽기]

 

대구시가 유네스코 창의도시가 됐다. 분야는 음악이다. 그 배경에는 음악과 인연을 맺어온 역사의 깊이나 장르의 다양함이 있다. 1946년에 생긴 음악감상실 ‘녹향’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며,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피아노가 들어온 나루터가 대구에 있다는 사실도 재미있는 특징이다.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에는 시민들의 다친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도시 곳곳에서 거리음악 공연이 열렸고, 2010년에는 대구가 고향인 싱어송라이터 김광석을 기리는 음악거리를 만들었다. 대구는 그렇게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음악을 즐기는 도시가 돼가고 있었다.

 

가을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재즈페스티벌과 같은 각종 음악축제가 열렸지만,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고유성은 특히나 독보적이다. 오페라는 클래식 중에서도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작품도 많고, 이야기 흐름에 따라 쉽게 감상할 수 있는 장르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즐기기 쉽지 않다. 익숙하지 않은 언어와 일상적이지 않은 음악, 그리고 어쩐지 어색하게 전개되는 형식 탓이다. 그런 오페라를 주제로 15회째 음악축제를 개최해오고 있는 대구시의 저력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궁금한 마음을 안은 채, 지난 10월 올해 대국오페라축제의 개막작이었던 ‘리골레토’를 예매하고 대구로 향했다.

 

지난 10월 12일부터 11월 12일까지 열리는 제15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 사진=김지나 제공
 
2003년에 개관한 우리나라 최초의 오페라 전용극장인 대구 오페라하우스 © 사진=김지나 제공

 

음악으로 유네스코 창의도시 된 대구

 

대구 오페라하우스는 국내 최초의 오페라 전용극장이다. 2003년, 오페라하우스를 만들면서 오페라축제도 함께 시작됐다. 뮤지컬 공연도 종종 올리는 모양이지만, 전용극장이 생긴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장기공연이 가능해지면서 공연 티켓값의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지 공연예술계의 운영문제를 해결하는 것 이상의 파급효과를 낸다. 공연을 즐기는 도시민들이 많아지면서 그 도시의 문화적 저변이 함께 넓어질 것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더불어 대구시는 오페라를 쉽고 일상적으로 즐기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는 인상이었다. 오페라축제가 오페라하우스와 태생을 함께 한다는 것부터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연장 운영을 소수의 애호가에게 의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그리고 오페라, 혹은 클래식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그래서 더 많은 시민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것은 공연을 기획하고, 스폰서를 구하고, 마케팅을 펼치는 일 못지않게 대구시의 문화예술적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됐을테다.

 

이번 오페라축제 때도 시민들이 편안하게 오페라를 접할 수 있도록 도시 곳곳에서 이벤트가 펼쳐졌다. 그 중에서도 본 공연에 앞선 ‘프레콘서트’가 눈에 띄었다. 입장료 없이, 누구나 지나가는 길에 슬쩍 들려 오페라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야외공연들이었다. 시내 백화점이나 시장의 야외무대에서 오페라가수들의 공연이 펼쳐지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오페라를 자주 들을 일이 없어서 더 친해지기 어려운 것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일상 속에 무심하게 스쳐 듣는 멜로디가 반복이 되면서 취향의 장벽이 무너지고 삶의 공간 속 문화적 양분이 더 풍성해질 수 있다.

 

오페라 공연이 끝난 후 어둑해지는 저녁시간이 됐지만 김광석거리로 향해보았다. 김광석이란 가수의 위상은 대단하지만, 김광석거리는 한때 유행처럼 여기저기 만들어졌던 여느 걷고 싶은 거리나 벽화거리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과연 ‘김광석 전시관’이 있고, 김광석의 동상이 세워져 있고, 김광석 노래가사가 벽에 남겨져 있는 등등, 예상할 수 있는 풍경들이 펼쳐지긴 했다.

 

오페라축제의 본 공연의 앞서 야외공연장에서 무료로 열린 '프레콘서트' © 사진=김지나 제공
 

 

문체부 지정 공연문화도시에도 내달 재도전

 

하지만 골목 입구에서부터 음악공연을 펼치고 있는 한 밴드와, 버스를 개조한 관람석에 앉아 공연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필자의 선입견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거리를 한참 걷다보니 야외공연장이 나타났다. 야외공연장을 가득 매운 사람들은 음악과 함께하는 가을밤의 정취에 흠뻑 젖어있었다. 그 분위기에 잠시 휩쓸려 있다보니, 거리 곳곳에 만들어져 있는 포토존에서 추억사진을 남기는 사람들의 모습도 뻔해 보이지 않았다. 

 

이 거리가 만들어진 계기는 김광석이란 유명인이었지만, 이곳을 지속적으로 채워나가고 있는 것은 대구의 문화예술인들과 대구시민들이라 할 만 했다. 더구나 낮에 오페라공연장에서 또 다른 음악장르를 즐기던 관객들의 모습이 겹쳐 떠오르며 음악도시로서 대구의 진정성이 한층 깊게 느껴졌다.

 

대구시는 유네스코 창의도시에 선정된 데 이어, 다음달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하는 공연문화도시에 도전할 계획도 갖고 있다. 어떤 선언적인 명예를 도시에 부여하는 것이 공허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대구시가 속에서부터 꽉 찬 문화예술의 내공을 채워나가길 응원해본다.​ 

 

대구시 대봉동에 조성돼있는 김광석거리 초입에는 매주 토요일 음악공연을 볼 수 있는 버스가 등장한다. © 사진=김지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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