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벡스코 부대시설 공모 사업 특혜 의혹
  • 이홍주 기자 (sisa525@sisajournal.com)
  • 승인 2017.11.2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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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업체 밀어주기 정황 포착

 

부산시가 전시·컨벤션 행사장인​ 벡스코​의 부대시설 시행사업자 공모 과정에서 특정 업체를 밀어준 정황이 포착됐다. 

 

이 때문에 지난 5월 공모 과정에서 1순위 업체의 부산시 재공모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 등 잡음을 일으켰던 이번 공모사업이 부산시의 특정 업체 특혜 의혹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 부산시는 2개 업체가 경쟁을 벌인 이번 심사에서 탈락 업체에게만 제안내용을 수정하도록 종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초 당선 업체가 투시도 도용 의혹을 받아 탈락한 가운데, 부산시가 직접 현장 조사를 한다는 명목으로 개입한 뒤 당선 업체의 협상적격자 자격을 유지시켜준 것으로 확인돼 의혹을 한층 증폭시키고 있다.​ 

 

벡스코부대시설 공모 사업에서 2순위로 탈락한 업체가 제기한 중앙행정심판에 대항해 부산시가 제출한 답변서 중 일부. 투시도 도용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구한 부산시의 요청에 대해 1순위 업체가 해명을 하지 않자 시가 직접 투시도지적소유권을 가진 당사자를 방문해 스스로 의문을 해결한 것으로 돼 있다. © ASRE사

 

부산시는 벡스코 오디토리움 맞은 편 9911㎡부지 관광호텔(51%이상)과 판매시설 등을 전시컨벤션산업 부대시설로 개발키로 하고 올해 초 공모사업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적격자로 선정된 1순위 업체가 조감도 도용 문제 등으로 잡음을 일으켜 자격을 상실했다. 1순위 업체는 이에 반발, 지위보전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법원에 의해 기각됐다.

 

 

2순위 업체, 부산시의 재공모에 행정심판 청구

 

문제는 부산시가 1위 업체 탈락 뒤 후순위에게 기회를 주지 않고, 재공모에 나선 것이다. 공공기관은 입찰에서 일정 점수 이상 받은 공모 업체의 경우 순위별로 낙찰하는 게 일반적이다.  

 

부산시의 재공모에 대해 2순위 업체인 ARSE는 지난 11월16일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벡스코 부대시설 부지매각 공모사업자 선정의 1순위 적격자로 선정해 달라는 취지로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이 업체에 따르면, 부산시는 공모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 처음부터 특정 업체를 밀어주려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2순위 업체인 ARSE는 1순위 업체와 달리 부대시설을 레지던스호텔(생활숙박시설)로 건립하겠다는 요지로 응찰했다. 하지만 부산시는 공모과정에서 당초 제출한 사업 계획서상의 레지던스호텔을 오피스텔(업무용 시설)로 다시 제출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업체는 "수개월 동안 준비한 PT(프리젠테이션)에서 생활형숙박시설로 구상된 제안 내용을 갑작스럽게 수정된 용도로 설명하려다 혼란을 겪었으며, 당연히 심사위원들의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며 녹취록을 공개했다.​

 

비즈니스호텔은 항공 여행 호텔 용어 사전에서 단기숙박객을 위한 시설로 규정하고 있어 장기체류객들을 위해 주방시설을 갖춘 아파텔(아파트+오피스텔)로 불리는 레지던스와는 구분된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레지던스와 생활형숙박시설을 비슷한 개념으로 분류하면서 "이 용도가 '권장' '불허' 둘 다에 포함돼 있지 않아 권장용도인 오피스텔(업무용시설)로 통일을 요청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부산시는 PT를 앞둔 지난 5월15일 오전 10시39분 탈락 업체 대표에게 문자를 보내 "레지던스는 일반호텔로 안되니 오피스텔로 수정해 달라"는 요구를 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실제로 부산시가 이 업체에 보낸 당시 심사녹취록에는 왜 오피스텔로 기획했는지에 대한 위원들의 질책이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 특정업체에만 '비즈니스호텔' 묵인 

 

한술 더 떠 부산시 담당공무원은 투시도 도용 의혹으로 탈락된 1순위 업체의 설계사무소를 직접 방문한 자리에서 문제점을 스스로 해소했다는 당시 상황을 버젓이 기재하고 "이로 인해 1순위 자격을 유지시킬 수 있었다"고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업체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태에서 담당 공무원이 경쟁 업체중 하나의 위법 사실을 해소시켜주기 위해 행정청의 인허가권을 충분히 의식하고 있는 설계사무소를 방문해 해결사 노릇을 자청한 셈이다. 

 

부산시는 1순위 사업자가 제안한 비즈니스호텔에 대해서도 구구절절 용어 해설까지 붙여 해명에 나서고 있어 또 하나의 논란거리를 제공했다.

 

시는 이 용어가 법적용어가 아니며 이 부지의 불허용도인 일반숙박시설로 단정지을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덧붙여 실제로 PT 때는 분양형인 생활형숙박시설로 설명됐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일관되게 용어를 사용한 이 업체에는 수정요구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재삼 강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건축용어사전이나 포털검색에서 단기간 숙박하는 일반숙박시설로 묘사되고 있는 비즈니스호텔을 굳이 생활형숙박시설로 해석해 PT전 아예 수정요구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당선된 업체가 일반숙박시설을 넣어 건설하려 했던 전 사업자의 투시도를 그대로 모방했기 때문에 생활형숙박시설일 가능성이 낮은 실정에서 시가 사전 용도 확인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대단히 비논리적이라는 지적이다.

 

탈락한 2순위 업체에 보낸 문자가 없었다면 부산시의 답변서는 얼핏 잘된 경과 설명처럼 보여질 수 있었지만, 2순위에 보낸 문자를 감안할 때 부산시는 제안서 접수 당시부터 이미 생활형숙박시설 즉 레지던스를 불허 용도로 분류하고 있었다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1순위에게도 '일반숙박시설이든 생활형숙박시설이든 오피스텔로 수정을 요구했어야 했다'는 2순위 업체의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2순위 업체는 또 자신들이 2순위라는 사실을 "이번 부산시 답변서를 통해 비로소 알게 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수차례나 공문을 보내 "차순위 또는 탈락 여부에 대한 본인 처지를 반복 질의했으나 시는 한번도 이에 대한 답변을 주지 않았다"며 특혜 의혹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한편 정부를 상대로 한 계약 예규에 따르면 기술평가 85점 이상이면 적격자로 구분돼 해당 행정청은 대상자들에게 점수와 순위, 협상기간 등을 통보해야만 하며, 모든 협상이 결렬됐을 때만 재공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2순위로 선정된 센텀닌하오 컨소시엄이 제출한 투시도. 공모에 참여한 4개사중 유일하게 자체적으로 투시도를 작성했다. © 센텀닌하오 컨소시엄

 

 

1순위 업체, 일본 업체 투시도 모방 '탈락'


앞서 부산 벡스코 부대시설 공모사업은 지난 5월 1위에 선정된 업체가 기존 세가사미 투시도를 그대로 모방해 도용 의혹을 일으켰다.

 

당시 부산시는 공모사업자 선정을 홈페이지에 게시한 뒤 의혹이 불거지자 뒤늦게 확인에 나서 모방 사실을 확인했던 것으로 알려져 여론의 빈축을 산 바 있다. 부산시 조회 결과 유사점이 상당해 해당 컨소시엄 업체 관계자들을 상대로 진상 파악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모사업자에 선정된 업체의 대표가 구속된 이영복 회장과 함께 엘시티 공모 사업에도 참여했던 인물로 알려지면서 파문은 확산되는 듯했으나 계약금 지급을 하지 못하고 소송 등을 제기해 5개월 이상 표류해 왔다.

 

당시 설계사무소측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참고 도면으로 몇 군데 준 사실은 있으나 모방한 투시도를 공모사업에 제출한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도면이 사용된 데 강한 불만을 드러냈었다.

 

당시 부산시 내부적으로 도용을 '대단히 중대한 결격 사유'로 보는 시각이 많았으며 "재공모의 취지를 역행하는 몰지각한 행위"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지스타가 열리고 있는 부산 벡스코 앞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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