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法 잇단 엇박자, 해묵은 영장 갈등 재현될까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7.11.26 20:2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9월·10월에도 법원의 ‘연속기각’ 사태로 충돌

 

이명박 정권 당시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을 지휘한 혐의로 구속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과 임관빈 전 국방정책실장이 11월22일과 24일 각각 풀려났다.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전병헌 전 정무수석에 대한 구속영장도 이튿날 기각됐다. 불과 나흘 간 벌어진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법원의 영장 기각·석방 결정으로, 검찰과 법원 간 해묵은 ‘영장 갈등’이 재현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법원은 김 전 장관과 임 전 실장이 연이어 신청한 구속적부심(피의자 구속의 적법성에 대해 법원이 다시 판단하는 제도)을 받아들인 이유에 대해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들의 도주나 증거 인멸 우려 역시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는 곧 법원이 검찰의 수사가 미흡했거나, 명백하지 않은 혐의를 무리하게 수사했다고 본 것이다. 법원의 이 같은 결정으로 향후 검찰 수사에 큰 부담으로 작용, 수사 동력도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이 최근 김관진 전 국방장관의 구속적부심 심사를 받아들이면서 검찰과 법원의 갈등이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김 전 장관의 석방 결정에 검찰은 즉각 “납득하기 어렵다”며 장문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향후 보강 수사를 통해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러나 이어진 임 전 실장 석방과 전 전 정무수석의 영장 기각 이후엔 “별도의 입장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자칫 검찰-법원 간 갈등 양상이 확대될까 격한 반응을 자제한 것이지만, 검찰 내부에선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9월·10월에도 ‘연속 기각 사태’로 ‘충돌’


전 정권 적폐 인사에 대한 검찰-법원 간 영장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9월8일 서울중앙지법은 국정원 ‘댓글부대’ 외곽팀장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부장의 구속영장도 연이어 기각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은 곧장 “국민들 사이에선 법과 원칙 외에 또 다른 요소가 작용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며  강도 높은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다. 법원도 질세라 “도를 넘어서는 비난과 억측 섞인 입장을 공식 표명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검찰에 재반박하면서 양측 사이 전운이 감돌기도 했다.

이후 10월엔 박근혜 정부 당시 정치개입 혐의를 받던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과 추선희 전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의 구속 영장이 연달아 기각되기도 했다. 법원은 "전체 범죄 사실에서 피의자가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 등을 종합하면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 이유를 밝혔지만, 검찰은 증거 인멸 우려가 크고 범행이 매우 중하다며 즉각 반박했다. 지난 두 차례 영장 갈등에 이어 또다시 김 전 장관과 임 전 실장에 대한 기각이 결정되면서, ‘적폐 수사’를 둘러싼 검찰-법원 간 갈등의 골이 점점 더 깊어질 거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임관빈 전 국방정책실장이 최근 석방되면서 기자들에게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 결정 유감” “무리한 수사 그만”


이번 법원-검찰 간 이견을 바라본 정치권의 목소리도 엇갈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법원의 기각 결정을, 자유한국당은 이전 검찰의 기소 결정에 각각 유감을 표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개인 SNS 등을 통해 구속적부심을 담당한 신광렬 형사수석부장판사를 향한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가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TK 동향에 같은 대학 출신이며, 연수권 동기라는 점을 주요한 지적 이유로 거론하고 있다.

 

판사 출신인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SNS에 “이번 결정은 신 부장판사의 의지가 투영된 결정으로 보인다”며 “작심하고 석방을 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안민석 의원도 임 전 실장 석방 직후 "‘적폐판사’, 다수 판사를 욕되게 한다"는 SNS 글을 게재하며 직격탄을 날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25일 신 부장판사의 해임을 요구하는 청원이 게재되기도 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기다렸다는 듯 ‘애초에 무리한 기소’였다며 검찰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신 부장판사에 대한 비난 여론에도 ‘지나친 선동이자 여론살인’이라며 강하게 맞받아쳤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검찰의 망나니 칼춤도 끝나가는 시점이 왔나 보다"라며 검찰의 영장 청구가 애초에 무리한 판단이었음을 비판했다. 당 차원의 논평을 통해서도 “검찰이 망신주기식 구속을 남발하고 있다”며 검찰의 적폐 수사가 정치보복임을 다시금 강조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