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관급비리 '좌불안석'인 광주·전남교육청
  •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7.11.30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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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교육청 교직원-브로커 검은 유착 드러날 지 '촉각'

 

일반적으로 관급비리는 업자(공사·납품)-브로커-공직자를 잇는 유착 고리로 진행된다. 이 같은 '공생 커넥션'이 광주·전남 시도교육청에서도 그대로 재연된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브로커는 업자의 부탁을 받고 그동안 쌓아 온 친분을 활용해 계약을 요구했고 공직자는 이를 들어줬다. 계약이 성사되면 계약금의 20∼40%를 수수료 명목으로 브로커가 가져가는 일도 마치 정상적인 업무인 것처럼 이뤄졌다. 세금계산서를 발행해주기도 했다. 

 

최근 광주·전남지역 학교 교구 납품 브로커가 구속되면서 교육 공무원들까지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 광주·전남 시도교육청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양 시도 교육청은 구속된 모 지방지 기자 출신 브로커가 교육청 인사들과 활발한 교류를 한 것으로 알려져 연루 직원이 있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은 연루 가능성을 열어 두고 광주시교육청 일부 직원을 불러 추가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교육청 전경 ⓐ 정성환 기자

광주지검 특수부는 지난 23일 학교에서 발주한 교구 납품을 알선하고 수수료를 챙긴 혐의로 A(51)씨 등 9명을 구속기소 하고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 브로커는 공무원이나 교직원과의 친분을 내세워 학교 등에 관급자재를 납품하도록 도와주고 수수료 명목으로 계약 금액의 10∼25%를 챙겼다. 

 

특히 이들 가운데 A씨는  지난 2013년 3월부터 올해 8월까지 광주와 전남지역 학교에 특정 업체의 교구가 납품될 수 있도록 알선하고 수수료 명목으로 2억8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브로커 A씨, 3년간 광주지역 학교 급식용 식탁구매 '독식'

 

지방일간지 교육청 출입기자였던 A씨는 교육청의 예산 관련 부서 공무원들 및 각급 학교의 교장, 행정실장들과 친분을 쌓고 이를 이용해 각종 교구가 납품될 수 있도록 알선하는 등 광주·전남 지역 교육계에서 '독보적인 브로커'로 활동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A씨의 로비는 통했다. 교구 납품계약의 경우 입찰을 하거나 비품선정위원회를 통해 이뤄졌지만 뒷거래로 소위 ‘찍어준 업체’가 독점했다. 검찰 조사 결과, A씨에게 금품을 전달한 업체 2곳은 2014년부터 올해 2월 말까지 광주지역 학교에 납품된 급식용 식탁 중 77%를 싹쓸이 계약을 하기도 했다. 

 

이들 업체 모두 A씨와 대리점 형식의 계약을 맺고 공무원 청탁 명목으로 돈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계약금액의 10~25% 상당을 판매수수료 명목으로 취득하고 이후 매출세금계산서까지 발행하는 등 합법을 가장한 교묘한 범행수법으로 범행을 숨기려 했다. 

 

이는 브로커와 공직자 간에 부절적한 유착 때문에 가능했다. 이 같은 불법 유착은 계약 업무의 공정성을 크게 훼손했다. 광주시교육청 '계약관련 업무 추진지침'에 따르면, 광주지역 학교에서 발주하는 1000만 원 이상의 교구 납품계약은 입찰을 하거나 비품선정위원회(교직원, 학부모 등으로 구성)를 열어 업체를 선정하도록 함으로써 일반 지자체보다는 담당 공무원의 재량 폭을 줄여놓았다. 

 

이에 A씨는 교육청 예산 관련 부서 공무원, 각 학교의 교장, 행정실장 등에게 자신들이 영업하는 납품업체를 비품선정위원회의 후보업체로 추천해달라고 청탁, 수수료 약정이 된 납품업체들만이 비품선정위원회에 추천되거나 우선순위로 추천되게 함으로써 비품선정위원회를 둔 제도취지를 무색케 했다. 

 

 

브로커-공직자 '공생 커넥션' 수사 확대로 교육청 '뒤숭숭'

 

A씨가 구속 기소되면서 광주·전남 교육청에서는 교구 납품비리가 '핵폭탄'급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는 교육공무원들과의 친분을 청탁에 이용했다. A씨는 민간인으로는 유일하게 교육청 교직원 등으로 구성된 친목 모임에 참가하면서 식사와 골프 모임을 자주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A씨가 비슷한 청탁 명목으로 돈을 받아 처벌 받은 전력이 있다는 점이다. A씨는 2010년 교육청과 학교 교직원들에게 청탁한다는 명목으로 업체에게 돈을 받아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럼에도 교육청 직원과 학교 행정실 직원으로만 구성된 친목 모임 3곳은 그를 가입시켰다. 

 

이 과정에서 A씨에게 교육청 예산안을 알려주는 등 편의를 제공하거나, 심지어 인사 청탁을 한 공무원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무관 위에 브로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A씨는 막강한 위세를 떨쳤다.

 

이 같은 정황을 감안하면 금품수수 등에 연루된 공무원이 무더기로 적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교육계 안팎의 분석이다. 검찰의 중간수사 발표 이후 교육청 내부에서는 일부 사무관들의 이름이 거론되는 등 뒷말이 무성하다. 실제로 광주시교육청 일부 직원들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검찰은 브로커 A씨의 로비 과정에 공무원들이 개입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사태 파악을 위한 교육당국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지난 23일 검찰의 중간수사 발표 이후 감사관실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전남도교육청도 자체적으로 납품비리에 연루된 행정직 공무원이 있는지 파악하고 있다.

 

광주시교육청 한 관계자는 "관급자재 관련 브로커들이 구속되면서 교육청 직원이 연루됐을 지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검찰 수사가 어디까지 미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조직적인 비리가 드러날 경우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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