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물산 9000억원대 재건축 좌초 위기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8.01.0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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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삼성 시공사 선정 위한 인감증명서 위·변조 정황 수사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이 서울 송파구 진주아파트 재건축사업의 시공사 지위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시사저널이 불법 수주 의혹을 보도한 지 1개월여 만에 삼성물산의 시공사 선정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다. (제1467호 ‘[단독] 삼성물산, 송파구 9000억원대 재건축사업 또 불법 수주 의혹’ 참조)

 

조합원들에 따르면, 본지 보도 이후에도 조합은 삼성물산의 시공사 선정을 강행했다. 지난해 12월25일 관리처분인가를 위한 임시총회 때 시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하려 한 것이다. 일부 조합원들은 삼성물산과의 수의계약을 막기 위해 지난해 12월15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 총회개최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조합원들은 법원에 삼성물산의 시공사 선정 신청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2002년 6월 창립총회에 참석, 시공사 선정에 동의한 인원이 전체 조합원(1608명)의 절반 이하인 603명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2002년 8월9일까지 조합원 절반 이상의 동의라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도정법)’ 예외규정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

 

반면, 조합 측은 재판부에 삼성물산의 시공사 선정은 정당하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2002년 6월 창립총회에 참석한 603명 외에도 서면결의서와 추가 시공사 선정 동의서를 받아 전체 조합원의 절반 이상인 822명의 동의를 얻었다고 주장했다. 조합은 그 증거로 172명분의 시공사 선정 동의서와 인감증명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재판부, 시공사 선정 동의서 제출 시점 의문 표해

 

그러나 재판부는 조합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단 조합이 시공사 선정 동의서를 제출한 시점이 불분명했다. 재판부는 특히 조합이 2003년 7월 발행한 소식지를 통해 시공사 선정 동의서를 추가 모집한 점에 주목했다. 이때까지 ‘조합원 과반수 이상 동의’라는 예외규정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조합이 제출한 인감증명서 대부분의 발급 시점이 시공사 선정 동의서를 모집한 시기와 무관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시공사 선정이 적법 절차를 준수하지 못한 채 이뤄질 경우 조합원들에게 광범위하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물산과의 도급계약 체결을 위한 임시총회를 개최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로 삼성물산은 사실상 9000억원대 재건축사업의 시공사 지위를 지킬 명분을 잃게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재판 과정에서 사문서 위·변조 및 행사 혐의로 지난해 12월20일 고소를 당하면서 검찰 수사도 받게 됐다. 조합원들이 재판부에 제출된 시공사 선정 동의서와 인감증명서를 면밀히 확인한 결과, 172매 중 98매에서 위·변조 정황을 발견된 데 따른 것이다.

 

조합원들이 제공한 인감증명서 등 자료에 따르면, 재건축 결의 동의용 인감증명서를 삼성물산의 시공사 선정을 동의용으로 첨부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심지어 골프 회원권 구입용 인감증명서를 제출한 사례도 있었다. 한 조합원은 “용도 외 인감증명서를 시공사 선정 동의용으로 둔갑시켜 시공사 선정 신청을 한 것”이라며 “명백한 사문서 위·변조”라고 지적했다. ​

 

서울 송파구 진주아파트. © 시사저널 고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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